(성명)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를 위한 약사법 개정안을 반대한다.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를 위한 약사법 개정안 추진 반대한다!!

 

-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 약사법 개정안은 의약품 오남용을 제어하지 못하고 심야 및 휴일에 대한 의료공백 해결을 왜곡한다. -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28일 보도 자료를 통해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를 위한 입법예고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약사법 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도 ‘전문-일반-약국외 의약품’이라는 3분류체계로 갈 것임을 분명히 하였고, 심야와 휴일에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으로 장소를 결정하고 판매하는 자는 사전에 교육을 받게 하며, 약국 외 판매의약품은 매월 의약품 관리종합 정보센터에 보고하고 관리의무를 위반한 경우 판매자 등록취소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사후관리 장치를 마련하였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보건의료체계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제도에 대한 논의는 고작 파행적으로 진행된 전문가 회의 2번과 1번의 공청회뿐이었고, 그 내용 또한 국민의 안전성을 보장하기에는 크게 미흡한 수준이다. 충분한 검토와 논의 없이 졸속적으로 추진되는 현재의 약사법개정안은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한다.

 

첫째, 약사법 개정안은 의약품 오남용을 억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 우선 이번 약사법 개정안 추진은 이전 보건복지부 방침과 명백히 배치된다. 복지부는 올해 6월 이전까지 안전장치 미흡을 이유로 약국 외 판매 추진을 반대해왔다. 그러나 청와대의 문책이후 갑자기 입장을 바꾸었다. 아직까지도 안전성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기에 입장변화가 있었는지 오히려 묻고 싶다.

 

일반의약품이라서 항상 안전한 것은 아니다. 약국외 판매의 모범이라고 자주 언급되는 미국의 경우 6년동안 급성간부전(Acute liver failure, ALF)으로 입원한 662명의 환자를 조사한 결과 이중 275명(42%)이 일반의약품 성분인 Acetaminophen에 의한 간질환으로 판명난 것으로 한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또한 6세미만의 어린이가 기침감기약을 먹어서 사망한 사례도 발생되어 지금은 미국에서 2세미만의 어린이에게는 일반약으로 된 감기약을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이외에도 해열진통제나 감기약으로 인한 부작용 보고사례는 너무나 많다.

 

이번 약사법 개정 내용은 위와 같은 의약품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을 억제하지 못한다. 복지부는 판매장소와 판매자의 구체적인 선정 및 판매단위와 1회 판매량을 적시해놓았고 사후조치 관리방안도 마련하였으니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식약청 등 의약품 안전당국은 해마다 인력과 예산부족을 이야기하며 안전성 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해왔다. 그러나 2만개의 약국, 2만개 이상의 병의원을 포함하여 제약회사, 도매업체 등 현재 관리해야할 곳도 벅찬 상황에서 전국적으로 더 많은 의약품 취급업소가 늘어나는데 과연 제대로 된 관리가 될 것인가? 복지부의 바람과는 달리 현실에서는 복지부가 만들려는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소비자가 정해진 용량으로만 구매하고 판매처에서 기준대로 판매할 것인지를 관리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복지부는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과 편의성의 두 가지 목적을 충족시킨다고 하였으나 이는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규제와 관리를 더욱 강화해야 할 일이지 시장을 통해서 해결할 수는 없다.

 

둘째,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는 심야와 휴일의 의료공백 대안이 아닐뿐더러 오히려 국민이 정말 필요한 의료제공을 왜곡한다. 국민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은 심야와 공휴일의 의료공백 해결이다. 이러한 본질은 외면한 채 약국 외 판매약 문제로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은 일종의 임무방기이다.

 

심야나 휴일 의료공백에 관한 문제의식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2005년 보건복지부 산하 심사평가원에서는 휴일 및 야간 진료 활성화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만들고 토론회도 개최한 적이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0년 12월 22일 업무보고를 통해 비응급 및 경증질환의 휴일 및 심야진료에 대한 의료서비스 개선을 하겠다고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이 있다. 이러한 사례는 이미 정부당국에서 휴일 및 심야시간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히려 보건복지부는 심야와 휴일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내고 그 과제를 더 추진하는 것이 더 올바른 해법이 아니었을까? 다른 나라의 사례도 여러 문헌을 통해 이미 소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의 경우를 살펴보면 야간과 주말, 휴일에 전국 105개의 시간외 진료센터를 중심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 영국이나 노르웨이, 일본 등도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며 진료 공백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셋째,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는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출범과 상당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연초에 종편에 혜택을 주고자 전문의약품 대중광고 허용도 검토하였다. 그러나 각 보건의료단체와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당장의 전문의약품 광고대신 의약품 재분류를 통하여 일반의약품을 확대해서 광고시장을 넓히겠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이번 약사법 개정안도 사실은 종편과 관련 있는 언론에서 강하게 요구한 것이 도화선이 된 것이다. 그리고 묘하게도 약사법 개정시점과 종편출범시점이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가 이루어지면 판매처가 늘어나게 되고 광고시장도 커지게 된다. 늘어난 광고시장과 그 이익은 종편으로 갈 것이 분명하다. 국민의 의약품 과다 복용을 유도하여 광고시장과 종편채널이 살아남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다시한 번 정리하건대 일반약 약국 외 판매문제는 전체 보건의료 시스템과 연결해서 생각해야할 주제로 절대로 졸속 추진해서는 안 되는 과제이다. 그러나 이번 약사법 개정안은 의약품 오남용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부추기고 있으며 따라서 국민건강 향상과 보건의료 서비스 개선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은 의약품 약국 외 판매를 추진할 때가 아니라 지금껏 확인된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심야와 휴일의 의료공백을 메울 수 있는 대안이 무엇인지 충분히 논의하고 고민해야할 시기임을  정부는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세상 네트워크, 전국민주노동조합 총연맹, 전국 보건의료산업 노동조합

 

 

2011년 8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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