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정로환 후속

 

 [논평] 정로환의 주성분 ‘크레오소트’ 성분 퇴출에 대한 건약의 입장


배탈, 설사약으로 널리 알려진 정로환의 제조사인 동성제약은 정로환의 주성분인 ‘크레오소트’의 수입을 중단하고 “크레오소트”를 뺀 정로환의 새 제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3월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이하 건약)은 [적색경보 14호]를 통해 정로환의 크레오소트 성분에 대한 안전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은 동성제약에서 자료를 받아 안전성 검토에 착수했고 조만간 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식약청의 결과 발표가 머지않은 지금 동성제약은 문제가 된 성분 “크레오소트”의 사용을 포기할 의사를 내비쳤다. 안전성 문제가 제기 된 의약품에 대한 제약사의 발 빠른 조치에 대해 환영해야 하겠지만 몇 가지 찜찜함을 감출 수가 없다.


첫째 이렇게 발 빠른 조치를 취하는 제약사가 어째서 지금까지 크레오소트 성분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 수수방관 했냐는 것이다. 크레졸, 페놀, 구아이콜 등을 주성분으로 하는 페놀계 화합물인 크레오소트는 예전에는 살균제, 지사제 등의 의약품으로 사용했으나, 현재는 안전성 문제로 약으로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으며 대다수 국가에서는 나무 방부제로 정도로 사용하고 있다. 이 사실을 제조사가 몰랐을 리 없다. 알면서도 제약사의 이윤을 위해 안전성 문제를 은폐해 온 것이 아닌가에 대한 의문에 답을 해야 한다.


둘째 식약청은 이번 정로환 사태를 통해 의약품 안전성 관리 체계의 허술함을 또다시 드러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는 식약청이 주관하는 ‘의약품 재평가’ 제도가 있다. 이미 오래전 허가되어 사용되고 있는 약이라 하더라도 최신의 안전성 유효성 평가기준으로 재평가하여 국민들이 안전하게 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식약청은 이미 1995년 정로환을 재평가 한 바 있으나 어떤 안전성 문제도 밝혀낸 바 없다. 식약청이 의약품 재평가만 제대로 실시하였어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지금 같은 상황이 반복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는 제약사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 식약청의 책임방기다.


건약이 그 동안 발표한 적색경보의 마지막 당부는 항상 식약청의 의약품 안전관리 체계를 현실적으로 구축하고 그 관리 수준을 높이라는 것이었다. 이번 정로환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식약청은 언제까지 시민단체의 경고와 제약사의 눈치 보기 사이에서 뒷북행정만 일삼을 것인가?


역사가 오래된 약이라고 해서, TV에서 광고하는 약이라고 해서 안전할 거란 믿음은 어디에서 근거한 것인가? IPA 성분의 안전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게보린과  PPA성분과 함께 퇴출된 콘택600이 그렇듯이 또한 이번 정로환 사태가 증명하듯이 우리나라의 의약품 안전관리 체계는 허술하다.


마지막으로 이런 허술한 식약청의 안전관리 실태를 토대로 현재 진행 중인 의약품 분류체계를 바꾸려는 보건복지부의 용기는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인지 묻고 싶다. 국민 건강의 안전한 관리보다 얼마 남지 않은 정권의 엄포 한마디에 흔들리는 보건복지부의 헛짓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길 바란다.


2011년 7월20일 수요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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