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약사법개정(의약품슈퍼판매)을 중단하라

졸속적인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를 위한 약사법 개정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7월 4일 보건복지부(이하 보건복지부) 진수희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7월 7일과 11일에 전문가 간담회를 갖고 15일에 공청회를 거친 다음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를 위한 약사법 개정안을 다음 달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의도적으로 잊으려하고 있지만 이번 장관의 공식 발표는 지금까지 복지부의 방침과도 명백히 배치된다. 복지부는 그동안 의약품 안전장치 미흡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약국외 판매 움직임을 반대해왔다. 그런데 불과 한달 새 복지부의 시스템이 천지개벽이라도 한 것인가? 아니면 복지부가 국민도 모르게 청와대 부속기관으로 바뀐 것인가?

 

지난 한 달 사이 복지부가 속도전으로 추진 중인 약사법 개정은 아래와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졸속적인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 결정은 의약품 오.남용을 통해 국민 건강을 악화시킨다. 흔히 슈퍼판매를 이야기하면서 예를 드는 곳이 미국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슈퍼판매가 왜 활성화되고 있는 지 알지 못하는가? 복지부도 잘 알다시피 미국은 국가 의료보험이 없고 민간보험으로 의료를 지탱하는 나라로 의료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그래서 파생된 문제점이 많은 나라이다.  일반의약품 일부 품목의 약국 외 판매 문제도 고비용 의료에 접근할 수 없는 많은 국민들이 그나마 진통제 위장약 등에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러다 보니 약화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SAMHSA(미국 약물 남용정신보건국)의 조사 자료를 보면 미국 청소년 중 310만 명이 일반의약품, 감기약 등의 약물 오.남용으로 환각, 시력손상, 복통, 폭력성, 정신착란 등의 심각한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으며 매년 70만명이 응급실로 실려간다고 밝히고 있다.

 

그 동안 복지부는 국민들의 안전하고 정확한 의약품 복용을 위해 DUR(의약품 처방 조제 지원시스템)을 추진하는 등 의약품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장치 마련에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왔다. 의약품 안전사고는 잘못된 복용과 과잉복용에서 많이 일어난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는 복지부가 스스로는 납득이 가능한가?

 

둘째 복지부가 스스로 잊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심야와 휴일 의료공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 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이다. 경증질환에 대한 심야와 휴일의 응급센터 구축을 위한 논의는 우리나라에서도 이전부터 있어왔다. 2005년 복지부 산하 심사평가원에서는 “휴일 및 야간 진료 활성화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만들고 토론회도 개최한 적이 있다. 복지부는 2010년 12월 22일 업무보고를 통해 비응급 및 경증질환의 휴일 및 심야진료에 대한 의료서비스 개선을 하겠다고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이 있다. 이러한 사례는 이미 정부당국에서 휴일 및 심야시간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히려 보건복지부는 심야와 휴일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내고 그 과제를 더 추진하여야 하는 것이 더 올바른 해법이 아니겠는가. 선행 실시하는 나라의 사례는 모른다면 얼마든지 일러 줄 수 있다.

 

정부가 책임져야 할 의료공백의 문제를 환자나 소비자가 슈퍼를 전전하며 광고에서 많은 보아온 이미지 제품으로 해결하는 것이 과연 국민건강에 바람직한 것인가?

 

세째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는 2009년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의 “전문자격사 선진화방안”추진과 연관되어 있다. 당시 기재부는 의료분야에 자본이 진입할 수 있게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자 했다. 이런 전문자격사 선진화방안은 의료민영화와 다를 바 없기에 심한 반대에 부딪쳐 지지부진하였다.

 

의료정책과 의약품 수급에 관한 주무부서가 아닌 기재부가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을 통해 관철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가? 영리법인으로 대표되는 대형자본과 대주주들에게 이익을 주는 그 어떤 정책이라면 과감하게 추진하는 국민건강은 안중에도 없는 철학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는 일반의약품 슈퍼판매 문제를 강하게 요구한 단체가 전경련, 대한 상의, 삼성경제연구소 등이라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넷째 거기에 이제는 날치기 통과된 언론관계법이 만들어 낸 종편채널의 생존문제까지 국민건강을 담보하고 있다. 이제는 의약품의 약국외 판매문제과 재분류를 통한 일반약 확대까지 거론하는 것으로 의약품 공급방안의 화룡점정을 찍으려 한다. 종편방송의 다수 출현과 생존에는 방송광고 확대가 불가피하다. 그래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채널이 방송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전문의약품 광고까지 허용하는 방안을 포함한 광고 규제 완화를 꾀했다. 그러나 전문의약품 광고는 이론의 여지없이 여론과 전문가의 반대에 부딪혀 주춤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자 방송통신위원회는 전문의약품 재분류를 통하여 일반의약품이 늘어나면 일반의약품 광고를 확대할 수도 있다 라고 입장을 발표 하게 된다.

 

한달 전 대통령의 ‘버럭’ 한마디에서 재출발하게 된 약사법 개정추진은 절묘하게 종편의 출범을 앞두고 절대절명의 광고시장 확대 문제와 일치한다. 약국 외에서 판매할 수 있는 자유판매약과 의약품 재분류를 통하여 일반의약품 확대가 이루어진다면 당연히 광고품목이 늘고 광고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이익은 종편에게 돌아간다.

 

마지막으로 대한약사회에게 한마디 한다.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 문제가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는 대한약사회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약국의 공공성을 인식하고 국민이 만족하는 약국 서비스를 개발해야 할 대표적인 약사집단이 이번 정부의 약사법 개정 문제에 편승하여 일반의약품 품목을 많이 획득하려고만 하고 있다.

 

그 모습은 당연히 국민에게 이기적인 모습으로 보일뿐이다. 의약품과 국민 사이에서 올바른 선택을 위한 각종 서비스를 개발해도 부족할 판에 의약품 시장 확대에 기대 일반의약품 매출 확보에만 관심을 보인다면 지금껏 의약품 약국 외 판매에 반대했던 이유가 자신들의 이익 확대였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대한약사회는 지금부터라도 국민들의 의약품 문제와 약국서비스에 관한 불편사항이 무엇인지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는 약국과 약사의 문제 만이 아니라 전체 국민건강에 기여하는 보건의료인으로서의 올바른 자세이다.

 

또한 복지부가 국민건강을 위한 책임 있는 최고 행정기관으로서 해야 할 일은 청와대, 기재부, 방송위와 종편채널의 눈치를 보면서 하루아침에 스스로의 정책을 팽개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건강과 안녕을 챙기며 조금이라도 공공의료 서비스를 확대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복지부의 개과천선을 바란다.

 

 

2011년 7월 5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회장 송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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