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식약청의 반복되는 핑계들, 시부트라민을 마지막으로 종료하라!

[성명] 식약청의 반복되는 핑계들, 시부트라민을 마지막으로 종료하라!

 

지난 10월 8일 미국 FDA(식품안전청)는 다이어트 약인 시부트라민의 시장 철수를 애보트 사에 권고하였다. 심장 마비와 뇌졸중 부작용 때문이다. 물론 시부트라민의 안전성 논란은 하루 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올해 초 유럽 의약품청은 이미 시부트라민의 유럽 내 판매 정지를 단행하였다.

 

한국에서도 논란은 있어 왔다. 올해 초 유럽 의약품청의 판매중지 조치 이후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도 시부트라민에 대한 안전성 검토에 들어갔다. 그리고 식약청은 지난 7월 20일 시부트라민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시판 유지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문제는 다시 불거졌다.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시판이 금지되자 식약청은 부랴부랴 내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하여 시부트라민의 안전성에 대한 재논의를 하겠다고 한다.

 

시부트라민의 안전성 논란은 한국에서 시판허가를 받은 2002년부터 현재까지 쭉 지속되어 왔다. 하지만 그동안 식약청과 제약회사가 보여준 어이없는 행보는 한국 의약품 안전 관리의 비참한 수준을 여실히 보여준다.

 

위험해도 우선 팔 때까지 팔아봐라?

 

식약청은 유럽 의약품청에서 시부트라민 시판을 금지한 이후 최초로 1월 29일 입장을 발표하였다. 유럽 의약품청의 임상시험 최종 결과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한국에서 ‘우선’ 시판을 계속 유지시키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유럽에서는 안전성 문제로 판매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식약청이 국민의 안전을 우선으로 생각했더라면 오히려 역으로 조치를 취했어야 옳다.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우선 시판을 금지시키고 난 후 보고서 검토에 들어가야 했다.

 

허가사항에 다 적어두었잖아?

제약회사는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시판이 금지된 현재까지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이미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사용하지 않도록 허가를 받았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약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제약회사로서 뻔뻔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발언이다. 이미 유럽 의약품청 조사 결과 실제 많은 경우 허가사항에 반하여 심혈관 질환 환자들에게 사용되어졌음이 밝혀졌다. 주의사항에 몇 마디 언급해 놓은 것이 위험한 약을 판매할 수 있는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식약청은 3월 15일 미국 FDA의 결정을 따라 시부트라민의 허가 사항을 변경하였다. 1년 이상 사용을 금지하고 65세 이상 고령자에게도 사용을 금지하는 등 시부트라민이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치는 매우 때늦은 것이었다. 이미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는 장기간 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으며 노인 사용에 제한을 두거나 금지를 시켰다. 하지만 한국은 이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시부트라민의 위험성에 대해서 시판 초기부터 지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에서 가지고 있었던 위험성 정보들을 한국 식약청은 아예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부작용 Zero 보고가 한국에서 약이 안전하다는 근거?

 

식약청은 지난 7월 20일 시부트라민 국내 시판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내에서 아직 이 약물에 대한 중대한 부작용이 보고된 바 없다. 둘째, 국내 허가사항을 철저히 지켜 사용하는 경우 큰 문제가 없다.

 

미국 FDA는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시부트라민을 복용하던 환자 약 400명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되었다고 밝혔다. 이 중 심장 부작용으로 19명이 사망했으며 이후에도 영국, 프랑스 등에서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 환자는 계속 늘어났다. 왜 한국에서만 유독 부작용 보고가 없었을까? 사실 현재까지 심각한 약물 부작용으로 퇴출된 그 어떤 약물 중에서도 한국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된 약물은 거의 없다. 그만큼 한국은 부작용 보고의 ‘청정지역’이다. 한국에서 부작용 보고가 없었다는 것이 결코 그 약물이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식약청이 내놓은 두 번째 국내 시판 이유 또한 어불성설이다. 세계보건기구(WHO)조차 한국을 대표적인 비만치료제 오남용 국가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곳곳에 다이어트 클리닉이 넘쳐나고 온갖 종류의 약물들이 허가사항을 초과하여 사용되고 있다는 증언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식약청은 순진한 척, 혹은 무식한 척, 허가사항만 지켜서 사용하면 문제가 없으니 시부트라민은 안전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대부분 비급여로 판매되는 시부트라민이 실제 허가사항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도 전무하면서 말이다.

 

식약청과 제약회사가 시부트라민을 둘러싸고 보여주고 있는 행태들은 실망을 넘어 참으로 경악스러운 수준이다. 약물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식약청이 반복하고 있는 핑계들이 시부트라민에서도 재탕되었다.

더 이상 부작용 보고가 없어서 괜찮고, 주의사항에 주의하라고 적어놓았으니 괜찮고,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국가들이 있으니 괜찮다는 그런 핑계는 이제 그만두어라. 미국 FDA가 결정할 때까지 두 손 두 발 들고 기다리는 것도 이제 그만두어라. 식약청은 국민이 사용하는 약에 안전성 논란이 있으면 즉각 조사와 연구에 나서라. 안전에 의문이 들면 우선 필요한 조치를 강력하게 취해라. 이제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식약청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2010년 10월 12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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