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약가재평가 폐지는 약가 정상화 포기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성명] 약가재평가 폐지는 약가 정상화 포기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 기등재약 목록정비를 포기한데 이어 이번에는 약가재평가를 폐지한다고 한다. 이미 건약은 제약사 내부 문건을 통해 제약사와 복지부가 사전 협의를 했음을 확인한 바 있다. 더 이상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복지부가 그간 약가 정상화를 외치며 주장해왔던 제도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 제약 프렌들리 정책을 본격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사라지는 약가재평가 제도는 ‘최초로 약가를 결정한 이후 당초 약가 결정의 기준이 되었던 외국 약가 변화 등 여건 변화를 반영하기 위하여 3년마다 약가를 다시 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여기서 기준이 되는 약가는 A7 조정평균가로서 미국, 스위스, 독일 등 선진 7개국 약가이다. 이 제도를 통해 지난해까지 총 4,200억 원 정도의 약제비를 절감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물론 이 제도는 그간 누누이 지적되어 왔듯이 매우 미흡한 것이었다.

첫째,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높은 국민소득을 가진 선진국들과 약가를 비교한다는 것부터 어불성설이었다.

둘째, 대부분의 신약(95.4%)이 상대비교가로 약가가 결정되었는데 이를 A7 조정평균가로 조정한다는 것의 불합리성이었다. (일반적으로 상대비교가는 A7 조정평균가의 평균 70% 수준)

셋째, 특히 미국 약가를 참조할 때 사용했던 레드북은 약가를 실거래가보다 125%~290%까지 높게 기재하는 책자였다. 이에 감사원에서도 2008년 복지부 감사를 통해 약가 재평가 시 미국을 약가 참조국에서 제외하거나 다른 참조 약가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수차례 국정감사에서도 약가 재평가 제도를 보완하라는 국회의 질타가 이어졌다.

 

하지만 복지부의 선택은 전혀 달랐다. 약가재평가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폐지시켜 버렸다.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복지부는 실효성이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라는 국민과 국회, 그리고 감사원의 지적을 듣지 못한 것인가?

 

복지부는 이 모든 과정에서 그 누구의 이야기도 듣지 않았다. 그 누구와 협의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들은 제약업계의 의견을 수용했을 뿐이다. 남는 것은 방만할만큼 방만해져버린 약제비 더미이다. 복지부는 보험재정이 부족하니 암환자들에게 제공되었던 산정특례를 삭제할 것이라 한다. 보험재정이 부족하니 300만원이 넘는 간암치료제를 급여를 해줄 수 없다고 한다. 아쉬운 사람이 알아서 돈 내고 해결하라고 한다. 복지부와 제약사, 그들이 손 잡고 가는 길에 남는 것은 환자들과 국민들의 피와 눈물 뿐이다.

 

2010. 09. 02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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