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식약청의 이소프로필안티피린 결정유보는 책임유보의 다른 말일 뿐이다.

[성명] 식약청의 이소프로필안티피린 결정유보는 책임유보의 다른 말일 뿐이다.


작년 10월 10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의 이소프로필안티피린(이하 IPA) 제제 안전성 문제에 대한 적색경보가 발표된 지 102일째인 1월 19일에야 식품의약품안전청 (이하 식약청)은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개최하였다. 식약청은 중앙약심 결과에 대해서 어떤 공식적인 자료도 발표하지 않았지만 이 위원회에 참석했던 위원들의 말을 빌려보자면 최종 판단은 일단 유보하고, 외국 사례와 문헌조사 등 자료를 보완하여 추후 다시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식약청은 그동안 IPA 제제 논란에 대해 국민들에게 어떤 공식적인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단지 몇 주전에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일본, 독일, 스위스 등에서 이 성분의 약을 시판하고 있다며 별다른 문제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말을 슬쩍 흘렸을 뿐이다. 그 와중에 국내 한 제약사는 해당 성분이 들어있는 제품을 리콜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국민들은 도대체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따름이다.

식약청도 언급했다시피 ‘특정 국가에서 사용하지 않고 있다거나, 반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전성 여부의 결정적인 근거는 될 수 없다‘. 단적인 예로 식약청이 2004년 PPA 제제를 퇴출시키면서 발표했던 보도 자료에 따르면 PPA는 여전히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에서 사용 중이고 프랑스, 스위스 등은 안전성을 모니터링 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약 2년여에 걸쳐 국내 연구사업을 실시한 결과 감기약에 함유된 PPA의 복용이 출혈성 뇌졸중의 위험성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밝혀졌기 때문에 결국 이 성분이 국내에서 완전 퇴출된 것이다. 그런데 식약청은 유독 IPA 문제에 대해서는 외국 사용 현황을 예로 들며 안전하다는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앙약심에서 결론을 유보시킨 이유는 외국 사례와 문헌조사 등을 추가적으로 조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렇다면 식약청은 지금까지 100일이 넘는 시간동안 도대체 무슨 조사를 벌인 것인가? IPA 제제는 오래된 약물이라 문헌조사 할 것이 그리 많지도 않을 뿐더러 외국 사례는 간단히 끝낼 수 있는 조사이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한국인이 널리 사용하고 있는 IPA 제제가 위험할 수 있다는 객관적 사실들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단지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들이 퇴출이냐 판매 지속이냐를 결정하기에는 자료가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식약청이 지금 당장 국민들에게 약속해야 하는 것은 별로 있지도 않은 자료를 찾아서 여기저기 헤매느라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핑계가 아닌, 자국 국민들에게 어떠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판단하기에 충분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 국내 조사를 벌이겠다는 책임있는 자세이다.

외국에서는 특정 의약품에 안전성 논란이 있는 경우 첫째,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된 약물에 대해서는 행정 조치를 취하거나 둘째, 보고된 부작용만으로 인과관계가 불충분할 경우 심층적이고 과학적인 조사를 수행하여 그 결과를 토대로 조치에 들어간다. 한국의 경우 부작용 보고 자체가 극히 미흡한 실정이라서 국내 부작용 보고 사례를 근거로 어떤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식약청은 두 번 째 방법인 심층적 조사를 벌여야 한다. 이미 식약청은 PPA 파동 때 조사를 벌였던 바 있다. 단, PPA 때처럼 제약회사 용역 사업으로 진행할 것이 아니라 국가 예산으로 신뢰성 있는 국가지정연구기관에 의뢰를 하여 독립적 연구를 즉각 수행하여야 한다. 제약회사의 펀딩이 들어갔을 경우 조사 자체가 왜곡되는 수많은 사례가 있음을 식약청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2009. 01. 20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Shar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