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정부는 제약업계의 기등재약 평가 흔들기에 밀려 원칙을 수정해서는 안 된다.

[성명]정부는 제약업계의 기등재약 평가 흔들기에 밀려 원칙을 수정해서는 안 된다.
- 원칙있는 기등재약 평가를 통한 약제비 절감이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고지혈증 치료제의 시범평가가 완료된 후 제약업계의 반발이 심하다. 5월 26일 제약협회-다국적 제약협회가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 내용에는 아예 고지혈증 치료제의 평가결과를 철회하고 기등재약 평가를 잠정 중단하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

기등재약의 목록정비는 지난 2006년 12월 29일 발표된 약제비 적정화방안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이다. 약제비 적정화방안의 목표는 비용대비효과가 우수한 의약품을 국민들이 적정한 가격에 복용하게끔 하는 데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의료비 중 약제비는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증가율은 약 15%나 된다. 또한, 이전의 네거티브 제도하에서 일관된 기준없이 등재 및 약값이 결정되면서, 등재품목은 16000여개나 되고, 약값은 높게 형성되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미 등재된 의약품에 대한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을 평가하여 목록을 정비하는 것이 약제비 적정화방안의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더불어, 이 후 등재될 신약의 비용효과성을 산출할 때의 비교기준이 기등재약이므로, 기등재약의 비용효과성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신약의 급여여부 및 약가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지점임은 확실하다.

고지혈증 치료제 및 편두통치료제의 시범평가를 거친 후 나머지 효능군에 대한 목록정비를 2011년까지 시행한다는 ‘기등재의약품 목록 정비계획’이 2007년 4월 발표된 이후, 약 1년여가 이후인 지난 5월 시범평가가 완료되고 그 결과가 발표되었다. 편두통 치료제의 경우 4-10%의 인하율이 결정되었고, 고지혈증 치료제는 약가의 평균 30%를 인하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번 시범평가의 대상이 된 270개 고지혈증치료제의 한 해 총 청구액 규모는 3400억원에 달한다고 심평원은 밝혔다.현재 우리 나라 기등재 의약품 16000여 품목 중 단 270개의 품목의 목록정비로 인한 제약사의 매출손실은 연간 약 600억원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국민의 연간 재정절감액이 600억원이라고 할 수 있다. 약제비 증가율까지 고려한다면 절감효과는 더 커질 것이다.

약 30%의 약가 인하율을 결정한 이번 고지혈증 시범평가는 현재 우리 나라의 약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심평원의 평가보고서에서도 단적으로 얘기한 것처럼 우리 나라 스타틴의 약 가격은 너무 높다. 현재 등재된 스타틴 약 중 A7조정평균가 이상인 약도 상당히 있다. 더구나 이번 시범평가에서의 약가인하율은 심평원이 스스로 밝힌 것처럼 제약회사에게 유리한 형태로 보수적으로 평가한 결과이다.

제약협회와 다국적 제약협회는 약효가 개선된 신약이 더 싸게 출시되는 것은 제약회사의 투자를 억제할 것이라고 주장하나 심평원 보고서 결과에서 나타난 스타틴계열간의 효과차이를 입증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하여 설득력 있는 반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영국 NICE에서도 스타틴간의 효과 차이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약효가 개선된 신약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더불어 제약협회와 다국적 제약협회는 이번 시범평가의 약가 인하를 수용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아예 비급여로 전환하여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키겠다는 협박에 가까운 주장까지 하고 있다. 그동안 비정상적인 약가제도하에서 이익을 누려온 것을 정상으로 잡겠다는 것인데 이러한 상식적인 행위조차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번 평가에서 스타틴의 약가인하율은 상대적 저가로 평가된 심바스타틴의 가중평균가를 기준으로 하여 약 30%로 결정되었다. 하지만, 전체 스타틴의 경제성 평가에서 나온 ICER값은 약 7500만원(55세, 일차예방, 평균위험군, QALY 기준)으로 통상적인 ICER 임계값을 훨씬 상회하는 금액이다.

월드 뱅크에서는 보건의료에서의 1년 수명연장에 대한 비용효과적인 수준(ICER 임계값)으로 1인당 GDP 이하를 제안하고 있다. 현 약제급여평가위원인 김진현 교수도 급여평가위원회에서 논의된 ICER 임계값을 근거로 한 스타틴의 적정한 약가 인하율은 44-66%라고 밝혔다. 제약사의 눈치보기로 결정된 스타틴 인하율 30%는 현재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의 검토 기준, 월드 뱅크의 제안안 중 어느 기준도 충족되지 않는다.

이번 평가에서 상대적 저가로 평가되어 현행 약가 그대로 급여유지가 결정된 심바스타틴의 ICER값은 약 2300만원(55세, 일차예방, 고위험군, QALY 기준)으로, ICER 임계값을 1인당 GDP 이하로 할 경우에 약가 인하대상이다. 고지혈증 치료제에서 심바스타틴의 시장점유율은 33%(2007년 기준)로 가장 높다. 높은 시장점유율은 보험재정에서의 영향도 크다는 것을 뜻한다. 약가가 전체적으로 고평가되어 있는 상황에서,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심바스타틴도 상대적인 저가라는 이유만으로 현행 약가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1인당 GDP 이하로 결정된 ICER값에 근거하여 약가를 인하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므로, ICER 임계값을 우리 나라 1인당 GDP 이하로 설정하고, 향후 목록정비에서는 상대적 저가 해당여부와 더불어 ICER 임계값 등에 근거하여 약가인하율을 결정하여야 한다.

기등재약 목록정비와 더불어 참조가격제의 도입에 관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평가 결과를 근거로 비용효과적인 성분의 가중평균가 수준에서 급여를 인정하고, 더 비싼 약은 환자가 차액을 부담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약사의 약가인하 불만을 해소하는 것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본인부담율이 높고, 약품선택권이 의사에게 집중되어 있는 현재 우리 나라 상황에서는 그의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것을 명백히 밝힌다. 참조가격제가 아니라, 총액예산제 도입 및 처방가이드라인마련이 보험재정절감 및 급여확대를 위한 적절한 정책대안이다.

우리는 불합리하게 형성된 높은 가격을 제대로 된 가격으로 조정하는 기등재약 목록정비는 늦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등재약 평가는 당초 계획대로 2011년까지 완료하여야 한다. 늦어진 시기만큼 그에 대한 부담을 국민이 져야하기 때문이다.

이번 기등재약 시범평가는 본 평가에 앞선 것으로 본 평가의 방향, 원칙 및 내용 등을 정하는 데 의의가 있다. 이번 시범평가에서 정해지는 원칙이 이 후 16000여 품목의 정비에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고지혈증 시범평가결과를 포함한 앞으로의 평가에 있어 엄정한 기준에 근거하여 수행하기를 요구한다. 제약업계의 평가흔들기에 밀려 그 원칙을 수정하거나 타협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2008년 5월 28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공공의약센터, 백혈병환우회, 정보공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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