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프레지스타 약가 협상에 대한 의견서

약값을 내리고 HIV치료 지원을 확대해야 합니다



1. 새로운 에이즈치료제의 공급이 시급합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같은 만성질환의 경우 지속적인 치료가 생명연장과 삶의 질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듯이 HIV감염인에게도 지속가능한 치료는 생명과 같은 것입니다. 특히 HIV치료제는 2-3종이상의 약을 함께 사용하는 병용요법으로 치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한가지에서라도 내성이 발생할 경우 바이러스 억제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에이즈치료제가 제때 공급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에이즈학회는 2007년 12월말 기준 생존 감염인 4343명중 약 1000명이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투약중이며, 이들 중 치료실패환자(내성환자)는 88~138명으로 추정하였습니다. 민주노동당 현애자의원은 2006년 국정감사에서 2006년 6월말 기준으로 약 120명의 감염인이 기존 3가지 계열의 약제에 내성이 생겼을 것으로 추정하였습니다. 제 3차 유럽 HIV약제 내성 워크샵(2005 4월)에 따르면 유럽인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는 항레트로바이러스제들에 대한 내성률은 8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유럽에서 보고된 코호트를 이용한 다른 연구에서도 뉴클레오사이드 역전사효소억제제(NRTI)에 대한 내성률은 69%, 비뉴클레오사이드 역전사효소억제제(NNRTI) 41%, 단백질분해효소억제제(PI) 내성률 36%로 대상자의 거의 반수이상이 두개이상의 약에 내성을 가지는 것으로 드러났고, 17%는 3가지 기전의 모든 약제에 내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규감염인에 대한 내성검사는 물론 기존 약품투여 감염인들에 대한 내성검사가 시행되지 않고 있어서 정확한 수치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가 유럽보다 HIV약의 종류가 적은 점을 감안하여 보수적으로 계산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감염인 중 약 120명은 국내 사용되는 모든 약제들에 내성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 계산식 : 3,454명 (2006. 6월말 현재 HIV누적 생존감염인수) *
20% (CD4세포수200이하-AIDS판정자-비율) * 17% = 117.4명 ]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는 치료경험이 있는 경우와 치료경험이 없는 경우의 유병률(각각 4.8%, 15.5%)과 감염인중 약제 치료환자비율 0.41(06년 HIV치료제 청구환자수/06년 생존 HIV감염인 수)을 적용하여 기존 3가지 계열 약제에 저항성이 있는 환자를 310명으로 추정하였습니다.
한편 현재 한국에서 보험등재된 에이즈치료제 16가지 중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12가지이고 NRTI: 아지도민, 바이덱스, 쓰리티씨, 제리트, 지아겐, 컴비비어
NNRTI: 바이라문, 스토크린
PI: 크릭시반, 노비르, 칼레트라, 레야타즈

, 미FDA승인을 받은 에이즈치료제 중 14가지와 푸제온은 한국에 보험등재가 되지 않았거나 공급되고 있지 않습니다. 1987년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HIV감염인이 발견된지 21년이 지나는 동안 기존의 에이즈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에이즈환자들에게 새로운 기전의 에이즈치료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입니다.


2. HIV관련 치료비용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편 비싼 에이즈치료제 가격은 지속가능한 치료에 있어 중대한 장애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코넬, 존스 홉킨스, 하버드, 보스턴 대학의 공동연구팀이 에이즈치료제의 가격과 효과를 분석하여 의학전문지 Medical Care 2006년 11월호에 발표한 결과 The Lifetime Cost of Current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Care in the United States. Medical Care 2006.11
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 2004년 기준으로 CD4수치가 350미만일 때 치료를 시작한 HIV감염인의 평균기대수명은 24.2년, 치료비용은 1인당 61만8900달러(원화 약 5억 7600만원)였으며 할인된 비용은 38만5200달러였습니다. 이중 약값이 73%를 차지합니다. 치료제의 발달로 생존기간이 연장되었으나 비싼 치료비 때문에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에이즈관련 의료비 지출이 3배나 증가했고, 1인당 연간치료비용은 1998년 1만8300달러와 비교하면 37% 이상 증가했습니다. 기대수명과 치료비용은 제약회사의 할인, 항레트로바이러스제의 효능, 푸제온의 사용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였습니다.

한국의 경우도 HIV/AIDS관련 치료비용이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구 분

급여액(단위, 천원)
2000
건강보험
2,588,935

의료급여(1종)
395,320

의료급여(2종)
69,338
소계
3,053,593
2001
건강보험
3,141,885

의료급여(1종)
725,911

의료급여(2종)
52,256
소계
3,920,052
2002
건강보험
4,679,787

의료급여(1종)
1,148,480

의료급여(2종)
71,882
소계
5,900,149
2003
건강보험
6,084,681

의료급여(1종)
1,680,827

의료급여(2종)
74,202
소계
7,839,710
2004. 상반기
건강보험
3,878,125

의료급여(1종)
1,256,652

의료급여(2종)
20,503
소계
5,155,280(*2)
10,310,560
표 HIV/AIDS 총 치료비 현황 : 2000 ~ 2004년 6월 말


표1은 2000년부터 2004년 상반기까지 HIV진료비를 건강보험과 의료급여에서 지출된 총금액을 나타낸 것입니다. 여기에는 약제비가 따로 분리되지 않고 HIV/AIDS 상병으로 분류된 청구금액을 합산한 것이기는 하지만, 대략적인 증가추이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07년 한해동안 HIV관련 치료비용으로 약 470억원이 지원되었다고 합니다. 2004년 12월말 당시 생존 감염인수가 2522명이었고, 2007년 12월말 기준 생존 감염인이 4343명으로 늘어났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치료비증가율은 감염인수 증가율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건강보험재정은 점차 증가하는 의료비로 인해 적자를 면치 못하였고, 이 때문에 2002년 국민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을 한시적으로 운영하여 일부를 지원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은 원래 2006년까지의 한시법이었으나 임시 연장한 것일 뿐, 지속적인 적자폭이 감소하지 않는 이상 건강보험 재원은 위험수위에 있다고 할 것입니다.
HIV감염인이 HIV관련 치료를 무상으로 받고 있으나 질병이 진전될수록 비급여부분이 늘어나고, 비급여부분이 없다할지라도 본인부담금에 해당하는 비용을 질병관리본부와 지자체로부터 ‘후불’로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후불로 지원되는 치료비도 고정예산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 중단될지 불안정한 상태이고, 몇 달씩 연체되어 지급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현재도 HIV관련 치료외에 다른 질환을 치료해야하는 경우 HIV감염인은 다른 질환 치료기간동안 HIV관련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예를 들어 항레트로바이러스제의 지속적인 복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지만 맹장수술비용을 마련하기위해 HIV치료를 중단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3. 비싼 약값은 지속가능한 치료를 어렵게 만듭니다.

표 2는 HIV치료에 사용되는 투약사례에 따라서 연간치료비용을 계산한 것입니다. 환자 1인당 연간 1천 3백만원 내외의 비용이 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00년 이후에 한국에 공급된 치료제는 칼레트라와 레야타즈 2가지인데 그 이전에 공급된 치료제에 비해 가격이 상승된 것이 사실입니다. 현재 ‘프레지스타(+노비르)’에 대해 제약회사가 요구하는 가격은 28,512원으로 칼레트라, 레야타즈에 이어 항레트로바이러스제의 가격상승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PI계열약은 NRTI, NNRTI계열의 약보다 비싸서 치료비상승의 주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PI계열약제의 하루 약값
(사퀴나비어, 넬피나비어는 공급안되므로 제외. 리토나비어는 booster이므로 제외)
- 크릭시반: 2604*6=15624원
- 칼레트라: 4659*4=18636원
- 레야타즈+노비르: 10563*2+1956=23082원
- 프레지스타+노비르: (프레지스타300mg*2+1956)*2=28,512원

프레지스타는 기존 PI계열 약제에 내성이 생긴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PI계열약제이므로 1)PI계열에만 내성이 생긴 환자 2)기존 계열에 모두 내성이 생긴 환자가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첫 번째의 경우 연간 환자당 비용은 최소 1554만원입니다(컴비비어+프레지스타+노비르). 두 번째의 경우 현재 푸제온을 사용하고 있는 환자사례를 보면 푸제온 현 보험고시가를 적용하더라도 연간 3379만원입니다(컴비비어+프레지스타+노비르+푸제온).

또한 프레지스타의 약값이 제약회사가 요구한 가격으로 결정될 경우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셀센트리와 아이센트리의 약값을 상승시키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입니다.

투약례 (1일 용량)
연간비용 (원)
지도부딘 6, 쓰리티시 2, 레야타즈 2, 노비르 1
(1057*6+4429*2+10563*2+1956)*365일=38282*365일=13,972,930원
컴비비어 2, 레야타즈 2, 노비르 1
(7032*2+10536*2+1956)*365일=37164*365일=13,558,290원
컴비비어 2, 스토그린 3, 쓰리티씨 2
(7032*2+4875*3+4429*2)*365일=37547*365일=13,704,655원
칼레트라 4, 지도부딘 6, 쓰리티시 2
(4659*4+1057*6+4429*2)*365일=33836*365일=12,350,140원
칼레트라 4정, 컴비비어 2정
(4659원*4정+7032*2)*365일=32700원*365일=11,935,500원
표 HIV 치료 투약예에 따른 연간비용


항레트로바이러스제의 약가상승으로 인해 HIV감염인의 치료와 생명연장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문제제기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고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와 같은 가난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에서 프레지스타 약값이 결정될 당시 250개 이상의 단체와 150명의 개인들이 공동성명을 발표하여 Darunavir pricing consensus statement (US, 09 06 06)
http://www.actions-traitements.org/spip.php?breve2542
프레지스타 약값인하를 촉구한 바 있습니다.

게다가 영국(mims)과 미국(red book)에서는 프레지스타 하루비용으로 약 30000원으로 결정되었고, 일본은 약 17000원입니다 영국: 프레지스타 300mg 120정 446.70파운드. 미국: 120정 900달러. 일본: 1정 433.6엔.
. 단순히 이 국가들과의 경제적인 수준을 비교하더라도 제약회사가 한국의 HIV감염인들에게 하루에 24,600원을 요구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됩니다.

근거없이 비싼 항레트로바이러스제의 약값, 불안정한 지원, HIV감염인 증가 추이, 치료비 증가속도를 고려했을때 프레지스타를 시작으로 앞으로 들어올 셀센트리, 아이센트리스 뿐만 아니라 기등재된 항레트로바이러스제의 가격인하가 절실합니다.


4. 환자가 약을 먹을 수 있을 때 오랜 연구의 성과는 빛을 발합니다.

표 3은 미국의 제약회사들의 실질적인 세율이 세금혜택을 통해 절반이상 감소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Federal Taxation of the Drug Industry from 1990 to 1996.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December 13, 1999

. 1993년과 1996년 사이 제약회사들의 실질적인 세율은 평균 16.2%였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다른 주요 제조업들의 실질적인 세율 27%와 비교됩니다. 1994년~1998년에 제약산업의 세후 이윤율은 평균 17%였던 반면 다른 산업들은 5%였습니다. 제약산업이 높은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세율이 낮은 이유는 5가지 세금혜택 the foreign tax credit, the possessions tax credit, the research and experimentation tax credit, the orphan drug tax credit, the expensing of research expenditures.
을 받기때문입니다. 1999년에 미국계 제약회사들의 R&D지출규모가 201억달러라고 보고한 점과 비교해보더라도 연구개발비의 상당한 부분만큼 세금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항암제나 항레트로바이러스제 같은 희귀의약품의 경우 1983년에 제정된 orphan drug act에 따라 미FDA는 희귀의약품을 개발하는 제약회사에 ▲임상시험 연구비용의 50% 세금공제 ▲50만달러 안팎이 소요되는 허가신청비의 납부면제 ▲7년간 독점 마케팅권 보장 ▲임상시험 연구보조금 지급 등 각종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표 3. Federal Income Tax Liability for the Drug Industry, 1990 to 1996
(figures in millions of dollars)
Year
Taxable Income
Income Tax Before Credits
Income Tax After Credits
1990
15,934
5,482
2,452
1991
17,452
6,026
2,589
1992
19,920
6,920
3,069
1993
19,997
7,092
2,765
1994
24,837
8,752
4,313
1995
23,963
8,502
3,989
1996
24,810
8,016
4,240

Source: Internal Revenue Service. Statistics of Income Division. Corporation Source Book. Washington, U.S. Govt. Print. Off., 1990 to 1996.

프레지스타는 다른 신약의 연구개발과정과 마찬가지로 오랜기간동안 대학교와 화학자들의 연구를 거쳐 국립암연구소와의 공동연구, 세금 등의 공적지원을 통해 개발된 것을 2002년에 존슨 앤 존슨이 취득하였고, 2006년 6월에 미FDA승인을 받았습니다. Purdue University의 Ghosh교수 연구팀이 발견하여 국립암연구소(NCI)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이 되었으며, National Institute of General Medical Sciences (NIGMS)로부터 지원을 받았습니다. http://pubs.acs.org/cen/news/84/i34/8434drugdesign.html

Ghosh교수는 그의 팀의 연구로 인해 사람들이 더 오랫동안 생명을 연장하게 되어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Ghosh교수의 바램대로라면 제약회사가 부르는 가격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신약을 만드는데 제약회사의 기여분이 어느 정도인지를 근거로 해서, 각국의 환자들이 혹은 각국의 의료체계내에서 감당할 수 있는 가격으로 결정되어야 합니다.



2008년 5월 22일

한국HIV/AIDS감염인연대‘KANOS',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공공의약센터,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인권운동사랑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건강연대, 사회진보연대, 정보공유연대IPLeft, 진보신당(준), 한국백혈병환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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