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물을 민영화하는 ‘물산업 지원법’ 입법을 반대한다

물을 민영화하는 ‘물산업 지원법’ 입법을 반대한다

- 정부는 민영화 확산법이 아니라 공공적 대안을 내놓아야


최근 환경부는 물산업을 육성한다는 명목으로 ‘물산업지원법’ 입법안을 내놓았다. 환경부는 본 법안을 상반기 입법예고 후 연말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미 수 년 전부터 상수도 민영화를 추진해왔으며, ‘물산업지원법’은 그 간의 시도들을 공식화하고 강화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우리는 물을 공공재가 아닌 경제재로 보는 법안의 발상 자체가 문제라고 본다.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산업적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 물을 민영화시키려는 이 법이 제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다. 오히려 물을 둘러싼 작금의 현실은 깨끗하고 값싸고 안전한 상수도를 전 국민들에게 골고루 공급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임을 말해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물의 공공성 강화와 양극화 해소에 역행하고 민영화를 통해 국내외 거대 기업들의 배만 불리게 될 물산업지원법을 반대한다.

물산업지원법이 국민의 식수를 민간에게 팔아넘기고, 기업의 이윤만 담보하려 하고 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정부가 시도하는 민영화는 상수도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손에 넘기는 책임 회피.

본 법안은 “상하수도시설의 운영․관리 업무 민간위탁(제8조)”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전국 164개 지자체가 공급하는 상수도 가운데 11개가 수자원공사에 의해 위탁운영되고 있고 38개가 위탁 기본협약을 맺은 상태다. 민영화를 하면 기존의 재정은 재정대로 들고, 기업의 수익을 보장해주기 위해 수도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기업이 운영하게 되니 감시와 통제도 힘들어진다. 해외에서도 민영화의 폐해는 수없이 경험되었고 국내에서도 민영화에 대한 반대와 공적인 투자와 운영을 요구하는 운동이 지속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외면하고 정부는 무리하게 민영화를 확대하려는 것이다. 민영화를 위해 기업에 조세감면까지 하는 것(제23조)은 법안이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똑똑히 보여준다.


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해 국내 물 시장을 먼저 내줘.

물산업지원법’이 강조하는 것 가운데 또 하나는 물산업의 해외시장 진출 지원이다(제11조). 물기업의 해외 진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관련 기업들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국내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여 특히 제3세계 상수도를 민영화하는 것을 왜 지원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수에즈(온데오), 비방디(베올리아) 등 거대 초국적물기업이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에 앞다투어 진출해서 물을 민영화․사유화하는 바람에 수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결국은 해당 국가 대중들의 광범위한 저항에 직면한 사례가 수두룩하다. 그러한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해외 진출은 신중을 기해야 하며, 돈벌이 목적이 아니라 열악한 제3세계 상수도에 대한 공적인 지원책을 내와야 할 것이다.


먹는 물 분쟁, 정부는 나몰라라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로.

분쟁 조정 조항도 문제다(제20조). 이 조항이 있다는 것 자체가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정부가 예상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민간위탁은 필연적으로 위탁자(지자체)와 수탁자(기업) 간의 분쟁을 발생시킨다. 계약기간 20-30년이 되기 때문에 계약상의 규정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법에서는 새로 설치하는 ‘중앙수도사업위원회’에서 이를 조정한다고 하지만, 국제적으로도 물 관련 분쟁은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욱이 FTA 등으로 인해 상수도가 개방되어 초국적물기업이 위탁운영을 하는 상황이 되고 분쟁이 발생하면 국제 소송으로 갈 가능성도 크다. 분쟁 해결 비용도 문제지만 그 과정에서 시민들이 피해자가 될 것이다.


자율적 구조개편이 아니라 산업을 키우기 위해 국민 혈세를 무기로 휘둘러.

재정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법안은 소요 사업비를 확보하기 위해 지자체로 하여금 ‘물산업육성특별회계’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는데(제21조), 이미 지자체 상수도 관련 예산 자체가 적고 재정이 열악한데 특별회계를 설치하라는 것은 이중부담이 될 수 있다. 오히려 범정부 차원에서 열악한 지자체 상하수도 개선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여 적극적인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재정지원을 무기로 해서 민간위탁을 강제하는 것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외에도 법안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가장 열악한 농어촌 지역의 상하수도에 대한 지원과 투자 방안 미흡, 주민 참여 방안 부재 등 시민사회단체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내용도 반영되어 있지 않다. 근본적으로 ‘물산업지원법’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수도법’ 등과 많은 부분이 중복된다. 환경부가 부처 이기주의로 이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이명박 당선인은 지난 대선에서 물과 에너지 등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공공서비스에 대해서는 민영화하지 않겠다고 공언하지 않았는가. 정부는 물 민영화로 수도요금 인상과 양극화, 서비스 악화를 초래할 물산업지원법을 거둬들이고 공공적 요구에 부합하는 상하수도 계획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러한 법안을 강행 추진할 시 전국적이고 범국민적인 민영화 반대투쟁에 직면할 것이라는 사실을 똑똑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2008. 2. 20

물 사유화 저지․사회공공성 강화 공동행동

노동자의힘,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녹색미래, 다함께, 문화연대, 민주노동당, 민주노동자연대,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민중복지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빈곤사회연대, 사회당 서울시당, 사회진보연대, 수돗물시민회의,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이윤보다인간을,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연맹,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빈민연합, 청년환경센터, 초록정치연대,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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