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전국민적 합의가 없는 한미FTA 협상은 원천적으로 무효화되어야 한다.

[논평] 전국민적 합의가 없는 한미FTA 협상은 원천적으로 무효화되어야 한다.
- 지금 필요한 것은 미국과의 협정문을 완전하게 공개하고 이에 대한 냉정한 평가이다 -

지난 10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 수전 슈워브 USTR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미 행정부와 의회가 ‘新통상정책’에 대해 동의를 했고 이를 콜롬비아, 파나마, 페루를 포함한 한국과의 FTA 협정문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힘으로서 공식적으로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절차적으로 주한 미국대사는 이를 우리 정부에 통보한 상황이고 초기에 정부는 재협상은 결코 있을 수 없다면서 확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재협상이라는 문구를 조정, 협상에 임할 수 있음을 표시하면서 결국에는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측에서 새롭게 선보인 신 통상정책은 TPA를 연장하려는 부시행정부와 부시행정부 보다는 좀더 진보적인 모습을 보이려는 민주당의 타협의 산물로 전체적인 내용은 그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며 미국 내에서도 이번 신 통상정책에 대하여 FTA협상을 파기하기를 바라면서 민주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어준 미국내 다수의 노동시민환경단체들의 열망을 무시한 민주당의 부시행정부와의 정치적 거래 산물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 ‘재협상’의 요구 내용은 노동, 환경, 지재권, 자동차, 쇠고기와 관련된 무역장벽의 해소이다. 특히 지재권 분야의 재협상의 요구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그간 FTA 협상과정에서 다국적 제약회사만의 이윤을 전적으로 대변했던 부시행정부의 요구안을 일부 완화하는 내용으로 몇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허가나 특허 신청에 소요된 기간을 보상함으로써 독점권을 연장시키는 조항 삭제, 제네릭 시장 진입을 막을 수 있는 허가-특허 연계 조항 삭제, 자료 독점권이 각 국가의 공공의료 보호 정책을 가로막지 않도록 예외 조항 포함 등이 그것이다. 즉, 이미 강화되어 있는 특허권 의 본질은 그대로 두고 협상을 통하여 만들어진, 정도가 너무 심한 일부분을 완화하자는 내용이다.

전 세계 다국적 제약회사의 50% 이상을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조차도 이처럼 과도한 특허로 인해 제네릭 의약품이 시장에 진입이 늦춰지는 것을 경계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간 미국 일각에서는 미국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FTA가 특허권을 지나치게 강화시켜 약값 폭등을 초래하고 이로 인해 자국의 공공 보험 재정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따라서 이번 신통상정책의 의약품 부분만을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재협상을 요구하는 미국 민주당과 대한민국 정부가 뒤바뀐 일종의 코메디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미국측은 자신의 이익을 하나라도 더 얻어내기 위해 신통상 정책을 통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정부는 협상을 잘 했다는 자화자찬만 내세울뿐 협상과정에서 계속 보여왔듯이 미국측에 끌려 다니고만 있다. 또한 미국측은 정부와 야당과의 긴밀한 협조와 조율을 통해 서로에게 win-win할 수 있는 과정을 거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철저히 비밀에 부치면서 국민을 상대로 막연한 환상만을 키우고 있다. 의약품 부분에 있어서도 미국은 자국의 시민의 건강이 취약해지는 것을 예상함으로써 그동안 강력히 요구해왔던 주장을 번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에 한국 정부가 그동안 보여 왔던 모습은 복제의약품(제네릭) 산업을 포함한 제약 산업발전의 구체적인 청사진 부재, 건강보장성의 확대강화를 통한 국민 건강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미진함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국민의 건강을 불확실한 무역이익과 바꿔치기를 하였으며 그 결과 많은 부분을 미국측에 양보해주고 말았다.

한국 정부는 한미 FTA협상에 앞서 준비가 너무나 미흡했다. 미국측 예상요구안을 근거로 피해규모가 얼마나 되며, 무엇을 지켜야 하고, 무엇을 얻어야 되는지에 대한 사전준비가 거의 없었다. 또한 예상 협상 쟁점에 대한 토론, 의견수렴과정 또한 전무했다. 말만 참여정부이지 실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은 전혀 없었고 지금도 시민사회에서 참여를 원해도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막아서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 정부는 국민은 배제시켜놓고 자신만의 협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협상인지? 누구를 위한 무역 정책인지?를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요구하는 바이다. 노무현 정부는 협상에 관한 모든 내용을 공개하고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야한다. 이것의 선행 없이 체결된 한미FTA 협상은 원천적으로 무효이다. 우리는 이를 위하여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2007년 5월 17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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