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보건복지부는 반쪽짜리 포지티브 리스트로 가려 하는가

7.25 보건복지부의 입법예고안에 대한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성명


보건복지부는 반쪽짜리 포지티브 리스트로 가려 하는가.

-정부는 포지티브 리스트를 한미 FTA 협상의 거래물로 삼지 말라.


7월 25일 보건복지부는 5.3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대한 후속 조치로 입법예고안을 발표하고 60일간의 예고기간을 거쳐 9월 24일부터 새로운 약가제도 도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보건복지부의 이번 발표에서 지난 5월 3일 발표 보다 나은 점을 발견하기 어려워 대단히 실망스럽다. 25일 발표된 방안은 그동안 건약을 포함한 시민단체가 요구했던 구체적 실행방안을 전혀 담고 있지 못하다. 보건복지부의 발표대로 제도가 시행된다면 반쪽짜리 제도로 전락되어 약제비 적정화라는 본래의 목적을 상실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우리의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우선 보건복지부 입법예고안은 포지티브 리스트를 기존의 의약품과 동일성분, 동일제형이 아닌 신약에 대하여 실시하고 약제결정 신청서가 접수된 이후로 36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기술하고 있다. 새로운 신약은 경제성 평가를 거친 후 공단과 협상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고 기존의약품의 경우는 2011년까지 계속 건강보험 유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구체적 실행방안과 로드맵이 5.3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불투명하다는 것이고 기등재 의약품에 대한 포지티브리스트 적용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경제성 평가지침과 협상지침 그리고 약가산정 기준은 추후 재개정이라는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고 공단의 약가협상은 새로이 들어오는 혁신적 신약과 일반신약에만 해당 될 뿐 기존 약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매년 약제비가 14%씩 늘어나는 상황에서 새로운 약에만 제도를 적용하게 된다면 기존의 의약품으로 인해 늘어나는 약제비는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5월 3일 발표에서는 기등재 의약품의 경우 순차적으로 적용시켜 나간다고 명기된 반면 이번 발표에서는 2011년까지 검토하겠다고 표현된 것을 보며 우리는 실행에 대한 복지부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신약만이 아닌 모든 의약품에 포지티브 리스트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빠른 기간 안에 모든 의약품이 적용받는 구체적 계획과 실천이 수반될 것을 요구한다.


둘째, 공단의 협상력 약화이다. 입법예고안에서 약가협상의 대상은 신약에만 국한한다고 나와 있다. 그것도 심사평가원이 경제성 평가를 한 후 보험약에 등재해도 좋겠다는 판단이 된 의약품을 가지고 협상하라는 것이다. 이미 심평원에서 판단을 내린 의약품에 대해 공단이 어떤 협상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발표 내용을 보면 예상 사용량을 판단하여 상한금액을 협상하라는 것인데 협상의 내용이 너무 제한적이다. 협상을 통해 가격 조정이 안되면 등재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그런 권한이 있기나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사실상 등재 여부는 심평원이 판단하고 최종고시는 보건복지부가 한다면 현재의 제도와 뭐가 다른지 알 수가 없다.

가격평가와 가격협상이 동시적으로 이루어지고 등재여부 판단의 권한을 주어야 협상력이 발휘될 것이 아닌가? 보건복지부는 공단의 협상력을 저해하는 정책안을 폐기하고 공단 안에 약제급여 평가위원회를 두어 일원화된 평가와 협상이 수행될 수 있도록 방안을 재설계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포지티브 리스트로의 이행시기 동안 수시 약가재평가가 필요하다. 신약이 아닌 기존 의약품을 평가하여 목록을 정비하는 데에는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약가협상을 통한 제도가 안착할 때 까지는 약가재평가가 필요하다. 외국에서의 약가변동, 사용량의 변화, 특허 만료로 인한 약가재조정 등의 방안을 실행하여 이행기 동안의 약가관리를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매년 14%씩 늘어가는 약제비의 조정이 어느 정도 가능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포지티브 리스트 제도가 한미FTA 협상의 의제나 거래물로 전락하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한다. 사실 포지티브 리스트 제도가 다국적 회사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것은 보건의료 전문가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며 이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강력히 반발하는 것은 그 대가로 다양한 특허연장을 통한 특허의약품의 시장독점, 독립적인 이의신청기구 설치를 통한 제약회사의 이익 반영, 비위반제소 도입으로 인한 공공정책 무력화 등을 얻어내려고 하는 전략이라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태도는 대단히 우려스럽다. 이번 발표 과정만 보더라도 그렇다. 당초 21일 발표 예정이었던 것이 24일 그리고 25일로 연기 되었고 연기 이유가 신약에 대한 차별적인 요소가 있는지 검토하기 위해서라는 정부의 설명은 정부가 다국적 제약사의 요구를 어떻게든 반영하기 위해 시간벌기를 해 왔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또한 보통은 예고기간이 20일이지만 통상 현안의 경우에는 60일간의 준비기간을 갖는다는 발표에서는 이미 이 제도가 통상현안이라는 것을 정부가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고 그렇다면 그동안 포지티브 리스트는 한미FTA와 상관없다고 해온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 것이다. 더불어 입법예고 준비 기간이 3차 협상 기간이라는 점을 볼 때 포지티브 리스트를 협상카드로 미국에게 더 큰 양보를 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우리는 지난 2차 협상 부분파행에 대하여 포지티브 리스트를 매개로 하여 다른 의약품제도에 대하여 양보하지 말 것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이번 사안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약가제도 도입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없는 제도는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채 누더기가 되기 십상이다. 우리는 보건복지부가 약제비 적정화라는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를 거듭 촉구한다. 또한 우리는 포지티브 리스트를 협상의 거래물로 삼지 않기를 강력히 요구한다. 만약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보건의료 및 전 사회 시민사회 단체와 더불어 정부를 상대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2006년 7월 26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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