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의약품 제도는 자유무역협정 대상이 아니다.

의약품 제도는 자유무역협정 대상이 아니다.
- 충고하건데 미국은 자국내 약가절감 정책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

한미 FTA 2차 협상이 14일 파행끝에 종료되었다. 그 이유는 웬디 커틀러 미 수석대표가 밝혔듯이 한국에서 도입하고자하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 즉 의약품 선별등재 목록 방식으로의 전환이 미국의 새로운 신약에 대한 차별적인 조치라고 강력히 주장한 미국의 불만이 주요하게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국 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초기부터 계속해서 주장하여왔다. 의약품선별등재목록은 이미 유럽 여러 나라(덴마크, 프랑스, 그리스, 이태리 등)에 도입되어 약제비 합리화에 기여하고 있으며 이들 나라에서 이 제도로 인하여 신약에 대한 접근성 또한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생활수준이 낮은 나라에서 신약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고 건강권이 위협받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따라서 제도도입이 국민들에게 신약에 대한 접근성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사회보험을 채택하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는 여러 가지 형태로 약제비를 합리적으로 조절하고 있고 이러한 약제비 절감을 위한 정책의 도입은 당연한 국가의 의무이다. 미국도 예외는 아닌데 미국의회와 부시 행정부는 큰폭으로 증가하는 메디케이드지출을 억제하기 위한 방안중의 하나로 가장큰 증가 요인 중의 하나인 의약품가격의증가를 억제하기 위하여 여러가지 방안을 연구하고 있는것으로 여러매체를 통하여 보도되고 있으며 , 보훈부(VA)와같은 미국내 연방기구에서는 의약품을 구매 시 자체적으로 작성한 의약품목록에 등재여부를 무기로 제약사와 협상을 하여 의약품가격을 효율적으로 절감하고 있다. 따라서 효율적인 재정의 지출을 위한 약제비의 절감 노력은 당연한데도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주권침해 행위이자 내정간섭이다.

‘의약품선별등재목록이 신약에 대해 차별을 한다.’라고 하는 것도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비용-효과를 판단하여 가격을 합리화 하겠다는 것이 이 제도의 핵심이다. 이제까지 합리적인 제도가 없어서 약값이 높게 책정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제대로 된 약값을 평가하여 제도를 운영하겠다는 것인데 무엇을 차별한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미국측의 주장은 '높은 수준의 가격이라도 미국의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원하는 가격이라면 그대로 한국 국민들이 지불하기를 바란다'는 것으로 우리는 이에 대하여 결단코 반대할 수밖에 없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의약품정책에 관한 사항은 절대로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우리는 미국의 협상퇴장이 가져올 앞으로의 영향에 주목하고자 한다. 객관적인 상황에서 살펴보면 의약품 선별등재목록은 다국적 회사에게 크게 불리하지 않은 제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반발하는 미국측의 태도는 더 큰 것을 얻기 위한 노림수가 있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포지티브 리스트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다른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약가산정 기구에 제약회사 참여나 독립적인 이의신청기구 설치 및 지적재산권분야 협상안에 포함되어 있는 비위반제소와 같은 조항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미국측 요구안들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의약품에 관한 정부정책이 다국적 제약회사 입김에 좌지우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외에 다양한 방법을 통한 특허 연장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무색케 할 수 있다. 국가의 강제실시제한과 특허보호 20년보다 연장된 25년-30년동안의 특허 보호, 의약품 허가와 특허의 연계를 통한 의약품 인허가 제도 등이 도입된다면 비용이 저렴한 제너릭 의약품의 출시는 늦어지게 될 것이고 특허의약품의 독점은 계속되어 재정의 부담이 현저히 늘어날 것이다. 포지티브 리스트를 유지하는 대가로 특허의 연장과 약가산정의 제약회사 참여 보장 및 비위반제소를 용인해준다면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유명무실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의약품 제도는 건강보험과 의료서비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래서 공공적 성격이 강하다. 그리고 미국과는 배경과 역사가 상이하다. 당연히 협상의 의제에 올려서는 안되는 분야이다. 그러나 한미 FTA 협상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협상이 중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9월 3차 협상에서 의미 있는 의약품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미 수석대표의 발언에는 포지티브리스트를 빌미로 다른 중요한 의제들에 대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유용한 전술이 아닐까 하는 강력한 의혹을 가지고 있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노무현 정부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약품 정책을 포함한 공공적 정책이 희생되어는 한미 FTA를 즉시 중단해야한다.



2006년 7월 14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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