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한국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는 국민생명을 포기하는 행위

한국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는 국민생명을 포기하는 행위
- 일본 수입중단조치, 캐나다 광우병 발생. 정부는 왜 미 쇠고기 수입을 고집하는가?-



24일 일본정부는 미국에서 수입한 쇠고기에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을 발견, 재개되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중단하였다. 또한 같은 24일 캐나다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어 한국정부와 캐나다의 쇠고기 수입재개협상이 중단되었다. 사태가 이러함에도 한국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방침에 전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미국정부의 압력에 국민의 생명을 포기하는 것으로 절대로 용인될 수 없다. 우리는 이에 다음과 같은 반대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힌다.

첫째 일본에서의 수입재금지사태는 살코기만 수입하면 광우병에서 안전하다는 정부의 주장이 근거없음을 분명히 확인시켜 주었다. 이번 사태는 미국 축산업계에서 안전성의 근거로 들고 있는, '자동기계를 이용한 쇠고기 도축·포장과정이 등뼈나 내장과 같은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주장이 전혀 근거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일본에서 문제가 된 등뼈가 붙어있는 미국산 쇠고기는 뉴욕에 있는 '아틀란틱 빌&람'이 수출한 것으로 이 업체에는 미국 정부 검사관이 상주하고 있으며 이번에 수입된 쇠고기에도 검사필 증명서가 붙어있었다. 이는 미국 정부의 쇠고기검사과정을 전혀 믿을 수 없다는 뜻이다.

둘째 미국산 쇠고기를 '30개월 미만' 소의 '뼈를 제외한 살코기'만 수입한다는 것이 광우병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아닌 이유는 이것만이 아니다. 유럽에서는 소를 도살할 때 소의 나이를 떠나 모든 소를 조사하는 반면 미국은 30개월 미만의 송아지는 광우병 조사를 하지 않는다. 소의 광우병의 잠복기는 대체로 4년에서 5년이다. 한국에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에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는 알 수 없는 상태로 수입되는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 별도의 광우병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세계보건기구는 광우병의 예방지침으로 '소의 동물성 사료 사용금지, 검역 및 검사기준의 강화, 도축과정에서의 살코기와 뇌수나 내장 등이 섞이지 않도록 할 것, 소 혈장 성분 인공분유로 송아지 사육 금지' 의 네 가지 지침을 세웠다. 그러나 미 축산업계는 이 조건을 어느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동물성 사료가 여전히 사용되고 송아지가 소의 피가 섞인 인공분유로 사육되고 있음은 공공연히 인정되는 사실이다.

셋째 캐나다와는 광우병 소 발생을 이유로 캐나다 소 수입재개협상을 중단하면서 미국산 소 수입은 그대로 추진한다는 것은 전혀 앞뒤가 안 맞는 처사다. 우선 미국최초의 광우병 소가 캐나다산이었던 것에서 드러나듯이, 캐나다의 소와 미국 북부지역의 소는 사실상 구분되지 않는다. 또한 한국정부는 캐나다와의 수입협상재개를 중단하는 이유로 '이번 광우병 소가 캐나다에서의 동물성 사료금지이후 첫 번째 광우병 소'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미국은 동물성 사료를 금지하지도 않고 있으며 작년 6월 발생한 광우병 소는 캐나다산이 아닌 미국산 소이다. 이번 캐나다와의 수입협상재개중단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가 얼마나 불합리한지를 잘 보여주는 조치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광우병 전달물질이 살코기에는 없다는 전제조차 아직 논란이 있는 문제이다. 미국의 가장 저명한 의학저널인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 NEJM )에는 인간광우병인 변형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에 걸린 환자의 근육에서 프리온이 검출되었다는 논문이 실린 바 있다. 이는 앞으로 송아지 살코기에서도 프리온이 검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결정의 근거가 된 농림부 산하 방역기술협의회 전문가들의 의견조차 송아지 살코기가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조치는 스스로 상대적으로 안전하지 않다고 인정한 쇠고기를 국민들에게 먹이겠다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는 벼랑끝까지 몰린 한국농업상황에서 이제 미국산 쇠고기까지 수입하여 농민들을 사지로 내모는 정부당국의 농업정책에 반대한다. 대규모 농업보조금을 받는 미국축산업계로부터 한국의 축산농의 생계를 지키는 정책은 미국산 쇠고기를 무조건 수입하는 일이 아니다. 이제 쌀 농사를 실패산업으로 규정한 현 정부는 한국의 축산농업조차 실패산업으로 규정하여 식량주권을 완전히 포기하는 폭거를 자행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재개한 나라가 과연 어떠한 나라들인가? 멕시코, 대만 등의 미국에 대한 종속도가 가장 높은 나라이거나 일본 등 이미 광우병이 발생한 나라들이다. 뉴질랜드, 호주, 유럽등 대다수 OECD 국가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조치를 국민건강 보호정책으로 양보할 사항이 아니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호주 뉴질랜드 등의 대체수입국이 존재하며 다른 나라의 수입금지조치를 보더라도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야 할 필연적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한국은 광우병 청정지역이다.
일본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중단되고 캐나다에서 광우병 소가 또 발견된 이 시점에조차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강행하는 것은 한국정부가 자신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인 국민의 생명과 건강의 보호를 완전히 포기하는 행위로 밖에 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한국의 농민단체, 축산농과 연대하여 정부의 미 쇠고기 수입재개조치에 맞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투쟁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2006..1.26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노동건강연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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