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사회간접자본 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개정안을 반대한다.

사회 간접 자본 시설에 대한 민간 투자법 개정안을 반대한다.

12월 7일 “사회 간접 자본 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개정안(이하 민간투자법)”이 국회운영위에 상정되어 법안심사소위로 이관되었다. 민간투자법은 사회 간접 자본의 건설에 필요한 재원의 부족분을 민간 자본의 참여를 통해 확보하려는 것으로서 이번 개정안은 민간자본의 투자범위를 공립병원, 학교, 노인요양시설, 보육시설, 공공임대주택, 공공청사 등으로 늘리고, 운용에 있어 민간자본참여활성화와 BTL방식을 도입하려는 것이 골자이다. 또한 이 법안은 공공시설에 대해 투자된 자본이 부대사업운영을 통해 이윤확보를 가능하게 하는 법안이다.

사회간접자본은 사회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반임에도 불구하고 수익이나 규모를 이유로 개인의 투자를 기대할 수 없거나 또는 수익보다 공공성이 앞서는 부분으로서 그 책임이 국가에 있다. 우리는 사회간접시설에서 민간자본의 참여가 올바른 제도이거나 또는 불가피한 제도인지 여부에 대해 동의하기 힘들다. 사회 시설의 건설과 운용은 국민과 기업의 조세를 통해 이루어져야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민간의 투자분에 대한 국가의 비용과 수익의 보전, 국민의 이용료 부담이 원칙이 되는 민간 자본의 참여는 사회적 토대마저 자본에 넘기려 한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개정안은 의료, 보육 요양 등의 사회복지시설마저도 민간자본의 참여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국민 생존의 기본적 영역에서 국민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민간자본의 수익보장을 위한 일차적 피해는 이용료의 증가로 대상자들의 직접적 부담이 될 것이고, 이차적으로 국가의 수익보전을 위한 간접적 조세부담을 통해 국민들에게 전가됨에도 다른 한편에서 자본은 이들로부터의 수혜뿐만 아니라 각종 부대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이미 영국의 경험을 통해 이와 유사한 블레어의 NHS 개혁이 실패했음 분명히 알고 있다. 영국의 공공의료기관에 민간자본의 유치를 하려던 블레어의 계획은 투자된 민간자본의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공공의료기관의 이윤이 남지 않는 공공적 기능을 축소하는 폐해를 낳았고 이것으로도 모자라 투자된 자본의 이윤을 보장해주기 위해 공공부문의 자산이 자본에 잠식당하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다시 민간투자를 유치하는 악순환이 벌어져 결국 중단되고 말았다. 하물며 공공의료기관비율이 90%가 넘는 영국에서도 실패한 이러한 정책이 사회복지 인프라가 극도로 취약하고 의료부문의 공공의료기관비율이 8%도 안되어 사적 의료를 통제는커녕 보조하기도 그 힘이 부족한 우리 의료상황에서 시행된다면 그 앞날은 가뜩이나 취약한 우리나라의료의 공공성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이윤추구가 목적인 자본에 의지하여 공공의료를 확충하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발상은 한마디로 기만이다. 결국 겉으로는 공공병원이지만 사실상 민간자본에 의한 사립병원에 지나지 않는 병원이 설립되고 기존의 공공병원조차 그나마 유지되던 최소한의 공공성이 훼손될 것이다.

우리는 사회간접시설은 원칙적으로 조세나 국채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고 그 운용 역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 그러므로 조세개혁은 중요할 뿐만 아니라 시급한 것이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간접시설, 특히 사회복지시설의 시급성이 인정된다면, 그 재원조달의 해결이 민간자본의 사회복지시설 투자허용과 그 이윤보장으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방법은 사회적 기반의 확충이란 고유의 의미를 사회적 기반 자체를 상품화하는 것으로 변질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회 간접 자본 시설에 대한 민간 투자법 개정안을 반대입장을 분명히 한다.


2004. 12. 7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 노동건강연대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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