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0 의료계 기자회견]경제자유구역내 내국인진료와 영리병원 허용 반대.

기자회견문


경제자유구역내 내국인 진료와 영리병원 허용을 반대한다


우리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와 의료개방저지공대위 소속 시민단체들은 현재 재경부가 추진하는 경제자유구역내 영리병원과 내국인진료 허용을 반대하는 공동의 입장을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재정경제부는 한국의 보건의료체계의 큰 영향을 미칠 의료개방과 영리법인화의 내용을 포함한 법안을 상정하면서도 마치 이 법안이 국내의료계에 미칠 영향이 거의 없을 것처럼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매우 위험하고 무모한 발상이다.
이미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가 '내국인 진료허용'은 '사회적 공론화 과정 및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와 공공의료확충 계획 마련 후 추진 필요'라는 반대의견을 밝혔고 “영리법인 허용 문제는 국가 전체적인 의료정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고, 지엽적인 특수목적을 위해 무작정 도입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 이라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또한 건강보험공단에서도 국내 공적 건강보험 체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현재 상황을 볼 때 재경부의 경제자유구역법안 개정안은 정부내 협의조차 거치지 못한 졸속적이고 근거없는 법안이다.

동북아 허브 병원의 허위성

수 차례의 토론회를 통해 재경부가 주장한 동북아 허브 병원의 구상은 그 근거들이 매우 불충분하거나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허브 병원의 예로 주장하던 싱가포르는 외국병원이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는 병원이 없음이 밝혀졌으며, 그 대상도 동일 언어권인 인접국 환자 유치에 국한되고 있어 국내의 상황과는 전혀 다름이 입중되었다. 또한 재경부가 근거로 제시한 중국의 경우, 내국인 진료를 위한 필수적인 의료 자원이 부족하여 외국 병원 유치가 필요할 정도의 후진적 의료 상황에서 요청된, 응급적 정책에 불과하기에 한국 의료와 비교할 상황이 못 된다.
더 나아가 우리 나라의 외국 원정 진료 규모가 1조원이라는 것도 미국병원이 해외환자진료로 벌어들이는 돈이 2002년 1조 2천 억 원에 불과하다(미국무성 자료)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재경부 주장의 허위성이 낱낱이 폭로되었다.
오늘 모인 의료인과 시민사회단체 우리는 재경부의 거짓 주장에 의해 그 동안 쌓아왔던 의료계와 국민들간의 신뢰를 깨뜨리는 결과가 초래될 것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하며, 깊은 각성을 촉구한다.
내국인 진료 허용 및 병원 영리법인의 문제점

또한 우리는 수 차례의 토론회를 통해 재경부의 외국 영리병원 유치와 내국인 허용이 국내의료체계에 미칠 악영향이 매우 큼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비롯 외국 병원이 경제 구역 내에 설치된다고는 하나 그 주변 인구에 대한 접근성을 고려할 때 내국인 진료의 허용은 경제 구역내의 문제가 아니라 다수 국민에 그 효과가 파급될 전국적인 것임이 분명하다. 더구나 특정지역의 영리 병원 허용은 국내의료비 폭증을 초래하고 역차별 논리를 통해 국내 의료 체계 전반에 걸친 영리 병원 허용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음이 분명히 밝혀졌다.
이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업주의적 의료속에서 영리 법인의 허용은 환자와의 신뢰속에서 전문가적 양심에 기초하여야 할 의료에 영리를 목적으로 한 자본의 진출과 지배를 용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영리 활동의 피해는 환자들과 의료인에게 전가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영리 병원 허용에 의한 의료비 폭등으로 인해 현행의 의료 재원 조달 체계와 공적 건강 보험 체계가 붕괴될 위험성이 크다. 또한 의료인들은 환자에 필요한 의료가 아니라 영리 법인이 요구하는 비싼 의료의 제공을 강제 받을 것이다. 이미 미국과 남미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의료 제도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음을 볼 때 이번 개정안은 의료제도에 무지한 정부의 졸속적 행정의 또 하나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의료의 문제는 경제 문제가 아니다

의료는 인간의 생명과 삶을 다루는 문제이며, 사회의 유지 발전에 있어 가장 필수적인 것이다. 그렇기에 의료권은 국민의 보편적 권리로서 당연히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의료를 경제에 종속되는 것으로, 그리고 의료의 문제를 경제의 논리로 취급하는 재경부의 무지에 근거한 태도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의 논리로 해결하기에는 '의료'는 무엇보다도 대체 불가능한 필수적인 영역이며, 고도의 전문적 영역이자, 사회적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산적한 문제로 인해 국민 건강 보험에 대한 보험 가입자인 시민과 의료인 사이의 깊어진 불만이 환자와 의료인의 신뢰마저 위협하는 상황에서 단순경제의 논리를 개입시키는 것은 모든 국민이 건강하게 사는 사회를 바라마지 않는 시민과 의료인의 꿈을 거대한 자본의 이윤과 맞바꾸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만일 외국인력과 외국 자본의 유치를 목적으로 의료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그것은 근거없는 동북아 허브 병원이 아닌 외국인 편의시설로서의 의료기관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여기 모인 의료인들 및 시민사회단체는 국내 병원과 국내 건강 보험 체계안에서 외국인 의사에게 한시적 진료면허를 부여하는 것이 현실적이며, 이러할 경우 해당 외국인에게 국내 건강 보험을 적용하여 적절한 진료를 적절한 가격에 공급함으로써 외국인들이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 없이 쾌적한 의료환경을 누릴 수 있다고 이미 강조한 바 있다.

의료제도의 무지로부터 출발한 재경부의 개정안은 철회되어야 한다

재경부의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에 대하여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주요 직능단체들은 국내의료체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여 반대입장을 분명히 한다.
건약, 건치, 인의협, 청한 등의 보건의료단체들 역시 최대 건강 보험가입자 단체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양대노총을 비롯하여 참여연대, 건강세상네트워크 등의 시민단체들과 함께, 재경부의 개정안이 국내 의료 체계의 기본을 뒤흔들 수 있음을 들어 이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심지어‘조건부 찬성’으로 알려진 의사협회와 병원협회조차도 개정의 찬성보다는 사실상 재경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조건의 강조'에 무게가 실려 있다.
오늘 여기 모인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와 의료개방저지공대위 소속 시민사회단체 및 보건의료 관련 단체들은 참여와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참여정부에서, 밀어붙이기식의 비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의료를 파탄내는 법안이 강행되는 과정을 보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재경부의 개정안이 상정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토론과 공론화과정을 거쳐야 하나, 현재 정부는 단한번의 공식적 토론회를 열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 공청회를 통해서조차 재경부 법안의 수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우리는 정부가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 재경부 주장의 허구성·경제자유구역내 외국인병원의 영리병원허용·내국인진료허용의 위험성 등 부정적 측면이 분명히 드러날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는 오늘 기자회견 통해 현재 재경부가 추진하는 경제자유구역내 영리 병원 허용과 내국인 진료허용이 불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민주적이지 못한 절차를 통해 추진되고 있음을 밝혔다. 또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취약한 의료 체계를 혼란에 빠뜨릴 위험한 조치라는 점을 다시 한번 밝히면서 개정안의 즉각적 철회를 요구한다.




2004년 11월 10일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 의료개방저지공대위(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노동건강연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민중의료연합·행동하는의사회·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전국사회보험노동조합·경인지역의학과학생회협회의·민중건강을위한전국한의대생네트워크·전국약학대학학생회협의회)

Shar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