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약성명]경제자유구역내 병원의 내국인 진료 및 영리법인 허용법안을 당장 철회하라!

[성명]
경제자유구역내 병원의 내국인진료 및 영리법인허용법안을 당장 철회하라!

그동안 변죽만 울리던 재정경제부가 드디어 경제자유구역내 내국인 진료 및 영리법인 허용에 관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주요 개정내용은 경제자유구역내 설립되는 외국병원에서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고, 외국병원의 설립주체를 외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투자기업도 설립할 수 있도록 확대함을 골자로 하고 있다.

애초 경제자유구역내 병원의 설립은 경제자유구역 내 거주하는 외국인의 편의시설로부터 출발했다. 그러나 오늘 입법예고한 개정안은 당초 취지에서 상당한 변화가 있다고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이하건약)는 판단한다.
우리가 판단하기에는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유치가 지지부진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내국인 진료를 허용 해준 것이며 이에 대한 국내병원의 역차별 논리를 잠재우기 위하여 외국인 투자기업이라는 미명하에 국내병원의 진출을 허용해 준 것이라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오늘의 입법예고안은 경제자유구역내 뿐만 아니라 국내 병원을 비영리법인에서 영리법인으로 전환하기 위한, 결국은 의료시장의 전면개방을 노무현 정부가 시작했음을 알리는 서막이라 판단한다.

그동안 건약은 경제자유역내에 내국인진료와 영리법인허용을 줄기차게 반대했다.

우리는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반대 하는데 하나는 재정경제부의 보건의료를 바라보는 인식의 몰이해와 무지 때문이며 다른 하나는, 자연히 그에 기초한 내국인 진료와 영리법인 도입근거의 빈약성에 있다.

우선 재경부 인식의 문제는, 모든 것을 시장만능의 획일적인 자유주의적 사고라는 한가지 잣대로만 판단한다는 것이다. 의료는 대표적으로 시장실패의 전형적 사례이며 의사, 약사와 소비자인 환자들간의 정보 비대칭으로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역할이 필수적인 영역이다. 그 결과로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가가 의료의 상당부분을 국가가 책임을 지고 있다. 한 예로 미국과 캐나다의 의료체계를 비교해보면 쉽게 시장에 의존하는 미국의료가 공공의료에 의존하는 캐나다 의료에 비하여 얼마나 비효율적이며 열악한지를 알 수 있다.

2001년에 캐나다는 정부예산 중 16.2%를 보건의료비로 지출했고, 미국은 그 비율이 17.6% 였다. 이를 1인당 보건의료비로 환산해보면 미국은 캐나다보다 더 많은 보건의료비를 지출함을 알 수가 있다. 2001년 캐나다는 1인당 1533달러를 쓴 반면 미국은 1인당 2168달러를 썼다.
미국정부가 1인당 지출을 더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도 미국에서 보건의료비 지출이 더 많았다. 캐나다에서 평균 개인적으로 또는 사적보험회사(치과 안과 약제비에 대한)에 지출한 돈이 1년에 630달러인데 반하여 미국에서는 그 금액이 2719달러였다.

2001년에 미국은 GDP의 13.6%를 보건의료비로 지출했고 캐나다는 단지 9.5%만을 지출했다. 이렇게 많은 비용을 지출함에도 미국민중 4천만명이 건강보험이 없다. 또한 처방약제비 비용도 미국이 캐나다 보다 훨씬 높으며 2002년 평균 수명은 미국이 캐나다보다 대략 2.5년이 적다. 캐나다의 평균수명이 79.8세인데 반하여 미국은 77.3세였다. 영유아 사망율도 미국이 현저히 높다. 어떤 의료체계를 선택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가?

둘째로 해외로 유출되는 의료이용을 흡수 할 수 있다는 주장은 우선 이에 기초가 되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해외 의료이용에 대한 정확한 근거가 없을뿐더러 정부가 인용하는 1조원이라는 수치는 허구에 기반 하는 수치일 가능성이 크다. 한 예로 해외의료이용 관련 벤처기업의 경영자는 1,000억 정도를 추정하고 있다. 해외로 나가 의료를 이용하는 대표적인 경우가 해외출산인데 전체 해외의료 이용의 50%를 차지하며 그 목적이 미국국적 취득을 위한 것이며 나머지의 경우 대부분은 강남부유층의 해외의료이용으로 이들이 외국에서 병원을 이용하는 것이나 경제 자유 구역 내에서 병원을 이용하는 것이나 경제 자유구역내 병원 수익금의 해외 송출이 가능하므로 결과적으로 국부의 해외유출은 마찬가지로 발생하며 오히려 이용의 편의성 때문에 증가할 수도 있다.

세째로 해외환자의 국내 유치 촉진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 예로 들고 있는 싱가포르는 해외환자의 절대 다수가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그러나 언어와 문화가 동질적인 인접 국가에서 유입되고 있으며 중국도 유치성사가 아니라 그런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의료시장화정책과 의료정책성 강화 정책평가토론회’에서 보건의료연합은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재정경제부는 좀더 정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네째로 국내 병원의료의 질 향상 이유도 된다고 주장하는데 의료의 질은 항시 비용개념과 함께 생각해야함을 간과하는 초보적인 주장이라 할 수 있다.
상식적으로 국내병원보다 5-6배 높은 의료비를 지불하는 병원의 서비스가 어떻게 국내병원과 같을 수 있는가? 이에 대해 국내병원 환자들은 상대적 불만을 나타낼 것이며 이를 수용하기 위하여 국내병원과 의원들은 진료보다는 외적 부분에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여 이것이 결국 수익구조 악화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수익구조 악화를 개선하기 위하여 비급여의 증가와 건강 보험수가 인상을 요구 할 것이며 이를 빌미로 정부는 보충형 민간보험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민간보험의 전면 도입을 허용 할 것이다.

이상의 이유로 건약은 재정경제부의 입법예고안이 오히려 국내 의료체계를 붕괴시키며 결국에는 국내병원의 영리법인 허용과 민간 의료보험도입을 기정사실화 할 수 있기에 반대한다. 우리의 법안 반대 이유와 재정경제부의 법안 도입 이유는 각자 나름의 판단과 근거에 기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이 법안에 반대하는 진영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며 참여정부라는 명칭에 걸맞게 반대를 주장하는 쪽과 무엇이 진정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와 보건의료체계를 위한 것인가에 대하여 머리를 맞대고 시간을 가지면서 지금보다 더 많은 토론을 통하여 합의를 해야 한다. 만약 우리의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정부는 심각한 사회적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경고한다.

2004년 9월10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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