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강제추방 조치 철회하라

[성명]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강제추방 조치를 철회하라!

얼마 전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주노동자 부르혼 씨가 공장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는 소식에 다시 가슴이 먹먹해 온다. 벌써 4번 째다. 20여만 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강제추방시키겠다면서 11월 16일 이래 시작된 인간사냥 때문에 죽어간 목숨이 말이다.

우리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회원들은 이 땅에서 노동자의 권리조차 박탈당한 채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이주 노동자들을 알고 있다. 이들은 불법이라는 신분 때문에 의료보험 혜택조차 받지 못하고, 열악한 근무 환경과 노동조건 때문에 병의원, 약국 출입조차 자유롭지 않다. 이들은 우리 단체를 비롯한 여러 보건, 사회단체의 충분치 못한 진료활동에 의존한 채 낯선 땅에서 고된 노동과 온갖 욕설, 폭력도 견뎌 온 사람들이다.

이주노동자들은 그동안 한국경제를 지탱하는데 중요한 구실을 해 왔다.
형편없는 저임금과 긴 노동시간으로 만성적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3D업종은 이주 노동자들이 없었다면 꼼짝없이 문을 닫고 말았을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 자신도 그동안 여러차례 단속을 벌이면서도 제조공장들은 사실상 단속대상에서 제외시킨 것 아닌가? 그리고 중소 기업주 가운데 일부도 강제추방 조치에 반대하는 것 아닌가?

정부는 그동안 사업주들이 싼값에 이주노동자들을 부려먹을 수 있도록 산업연수제도를 유지해 왔다. 노동자가 아니라 연수생이라 억지를 부리며 이주노동자들을 얼마나 많이 쥐어짰는가? 그런데 연수제도에 대한 사회적 지탄과 이주노동자들의 항의에 대한 정부의 대답이 단속과 강제추방이라니, 허탈하기 그지없다.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대한 인간사냥을 당장 그만두고 강제추방 조치를 철회하라. 노무현 대통령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을 비롯해 5대 차별을 없애겠다고 큰소리 친 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우리는 우리 사회의 부를 창출하는 데 한 역할을 해 온 이주노동자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인정받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야말로 민주 사회로 가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당장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을 사면하고 합법 신분을 보장하라!
모든 이주노동자들에게 노동비자를 발급하라!
노예제도 산업연수제도를 즉각 폐지하라!


2003년 11월 28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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