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약국일기(1)-소소한 이곳의 시스템 이야기들
*이글은 모 학회지에 기고한 글이므로 ‘장점’을 위주로 기술하고 있음을 미리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풀어가면서 우리가 참고하여 적용할 수 있는 여러가지 서비스들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제 홈페이지에 남기는 일기를 페북에도 살짝 올리고 갑니다*
안녕하세요? 밴쿠버에서 medical clinic과 함께 하는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이지현 약사입니다. 부작용 모니터링 일을 도와드리게 된 것을 계기로 이번 호에서는 다년간 한국에서 약국을 하면서 느낀 아쉬운 점, 이곳 캐나다의 약력 관리 시스템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의사나 약사들이 한국에서 일을 하면서 힘든 점이 무엇일까요? 아마도 성심 성의껏 환자들을 돌보면서도 어떠한 제도적인 문제 때문에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거나 환자의 약력이 잘 관리되지 않아 불필요한 치료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그 중 하나일 것입니다.
캐나다의 보험제도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과 같이 일원화된 ‘Pharmacare’라는 보험이 primary 보험으로 되어있는 것이 특징이며 그 점에서 이러한 시스템을 비교하는 것이 매우 의미가 있다 하겠습니다. 제가 여기 캐나다로 와서 practice 를 하면서 느낀 점들과 함께 우리나라에도 도입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에 관해 기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미국, 캐나다의 환자들은 Royal 하다?
-한국 환자들은 소위 말해 ‘의료 쇼핑’이란 것을 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약국에서 근무하면서 하루에 같은 과 진료를 두세군데 받고 와서 처방전을 비교 분석해달라는 요청을 들은 적이 많지만 캐나다에서는 이러한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이는 제도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점이 아닌가 합니다. 먼저 이곳 보험제도는 하루에 환자당 한번의 진료만을 보험 적용할 수 있습니다. 환자가 하루에 여기 저기 병원을 다닐 경우 두번 째 이상의 진료를 보는 의사의 경우 환자 진료 수당을 받지 못합니다. 때문에 진료 시에 이러한 행위에 대해 진료의가 권고를 하게 되며 진료 및 진단에 대해서는 ‘의사의 권한’임을 주지시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가정의’ 제도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정된 본인의 ‘가정의’를 통해 모든 질병을 관리 받고 필요에 따라 ‘전문의’에게 refer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환자와 담당 의사와의 관계가 돈독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실제 약국에서 일을 할 때도 담당 가정의와 상의를 해서 처리하는 일이 많으며 환자, 약사, 의사와의 관계가 한국에서 보다 더 긴밀한 것이 특징입니다. 우리나라에도 환자를 케어하는 진료의, 처방의, 약사 간에 더 긴밀한 협조가 이루어지게 하여 불필요한 진료 및 투약을 방지함으로써 건강 보험의 낭비를 방지하고 professional practice를 보호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2. 처음 보는 환자의 약물 이력을 다 볼 수 있다?
-한국에서 도입된 DUR 시스템을 보면 처방 금기나 동일 성분 처방시에 경고 문구가 뜹니다. 때로는 이러한 문구를 무시하고 처방 및 조제를 할 경우 사유를 적는 칸이 있는데요. 병원이나 약국에서는 그러한 process가 의미 없고 번거로운 경우에는 default로 넘어갈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그로 인해 웃지 못할 글이 인터넷 상에 떠돌기도 했는데요 바로 의사들의 처방 사유란이 ‘ㅋㅋ’등의 간단한 자음으로 처리된 것을 두고 무성의한 진료를 비난하는 글에 댓글이 많이 달린 웃지 못할 사례도 있었습니다. 캐나다 약국에서 일을 하면서 가장 한국에 도입하고 싶었던 제도가 바로 이 약물 이력을 모두 열어볼 수 있는 네트워킹 제도였습니다. 약국에서 환자 프로필을 열고 약을 조제하게 되면 화면에 이 환자가 최근 처방 받아 조제한 약이 사진과 같이 보입니다. 환자가 복용하고 있는 약과의 상호작용이나 중복 처방에 대해 리뷰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데요 실제 약을 dispense하는 과정은 한국에서보다 매우 편리하지만 (bottle에 약을 세서 담아주기만 하면 되므로) 이러한 약물 이력을 리뷰하고 환자에게 약을 정확히 복용하고 있는 지 확인하는 과정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게 됩니다. 때로 이러한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해당 처방의에게 상의할 수 있고 불필요한 투약 및 오투약을 방지할 수 있어 환자의 약력 관리에 큰 도움이 됩니다. 환자마다 다른 상황에 따라 처방을 한다거나 또는 중복 처방된 약을 선택 복용하게 한다거나 하는 professional judgement에 관해 일률적인 잣대를 적용하기 보다는 이러한 약물 이력 관리를 통해 처방의나 약사의 전문성을 보호하면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3. Pharmacare 및 Health Canada 에서 수시로 업데이트 되는 정보들
- 캐나다 약국에서 일을 하다 보면 새롭게 update되는 health issue들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식약처’ 즈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Health Canada’에서 안전성이 문제되는 약이나 건강 식품 등에 관한 정보를 약국으로 전송을 합니다. Fax로 문제시 되는 의약품, 건강식품 등에 관한 정보를 보내 굳이 해당 사이트를 방문하지 않아도 쉽게 읽어볼 수 있게 하고 있으며 의약품 recall에 대해서도 바로 대응이 가능합니다. 한국에서 약국을 운영할 때는 이러한 정보에 관해 스스로 찾아보고 제약회사 담당 직원에게 확인을 해야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것과 매우 비교되는 점으로 안전한 치료 및 복약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환자를 파일을 입력하다 보면 Pharmacare에서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메세지들이 출력될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주로 처방 forgery로 인한 사고가 발생했거나 약물을 abuse하는 환자를 report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전체 병원과 약국에 정보가 공유되므로 환자 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할 수 있습니다. 약물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서도 보고할 수 있는 sheet를 반드시 약국에 비치하도록 하며 환자의 confidentiality 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해당 약사가 반드시 의심되는 증상에 대해 report form을 작성하고 이를 health canada에 보내는 vigilance program을 운영합니다. (사진- Pharmacare에서 전송되는 메세지들, 사진- health Canada에서 운영하는 MedEffect – pharmaco vigilance program사이트)
4. Profession으로서의 대우
사실 이부분이 제가 캐나다에서 일을 하면서 가장 부러웠고 또 한국에서도 꼭 개선되었으면 좋겠다고 느낀 점입니다. 캐나다에서는 환자가 5가지 이상의 약을 복용할 경우 해당 약들을 올바르게 복용하고 있는 지를 체크하게 하는 medication review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일년에 2회 standard medication review가 가능하며 약이나 용량이 변경될 경우 follow-up medication review를 하게 합니다. 이를 통해 조제료의 수배에 해당하는 상담료를 청구할 수 있으며 환자에게는 무료인 서비스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professional fee가 매우 높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를 통해 약물의 오남용을 방지하고 꼭 필요한 약을 올바르게 복용하게 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극대화 하여 불필요한 국가 재정의 낭비를 방지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건강 보험 재정이 보전되는 그 실효성이 매우 큰 제도입니다. 캐나다에서는 여러가지 장치를 통해 진료의나 약사가 충분히 그 professional judgement를 실행하고 또한 그 노력에 해당하는 professional fee를 보장해 줌으로써 그만큼의 서비스가 가능하게 하여 궁극적으로는 그 혜택이 환자에게 돌아가게 하는 좋은 제도들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시스템이 가진 장점들을 응용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다음 호에서는 Pharmaco-vigilance program 및 Medication Review에 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