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물- 1년에 3백만명을 살릴 수 있는 열쇠

깨끗한 물- 1년에 3백만명을 살릴 수 있는 열쇠


인간의 기본적인 물 수요는 마실 물과 가장 기본적인 공중위생을 위해 필요한 만큼의 양이라고 한다. 그러나 60억 명의 지구인구 중 12억 명이 필요한 물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사해의 수면이 지난 100년 동안에 10미터 이상이나 내려갔고, 아프리카에서는 최근 4년여에 걸친 격심한 가뭄으로 수백만 명이 죽기도 했다. 또 사하라사막은 계속 확장되고 있으며 인도의 펀자브지방과 방글라데시에서는 거의 매년 홍수가 발생하는 데도 지하수위가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다.

이렇게 전세계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물 부족 사례와 근본적인 물 문제는 식량과 산업이 물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물을 점점 더 필요로 하는데, 물은 결코 덜 만들어지지도 더 만들어지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관개배수·산업·생활용으로 35%의 물을, 하천유지용으로 19%의 물을 사용했다. 절반이나 남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남은 절반의 물은 대부분 이용하기에 거의 불가능한 형태이거나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물론 물 위기 자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물 문제가 너무 과장되어 있거나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물 위기쯤은 인간의 지성과 기술로 충분히 극복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낙관론자들은 점점 줄고 있다. 어디를 보나 물 공급이 위기에 처했음을 알리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 부족은 이미 생각보다 훨씬 더 가까이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깨끗한 물에 대한 접근가능성은 인간의 기본적인 인권이며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필수조건이기도 하다. 아직도 약 11억명의 사람들이 안전한 물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대부분은 제3세계에 살고 있으며, 그들 중 2/3는 하루 2달러 이하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깨끗한 물의 결핍으로 인해 건강과 사회 경제발전에 미치는 비용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엄청나다. 안전하지 못한 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매년 300만명 이상이 사망한다. 이러한 질병으로 고통을 겪거나 죽는 대부분은 어린 아이들이다. 더러운 물에 의해 발생하는 가장 큰 질병인 설사는 제3세계의 5세 이하 어린이들이 죽어가는 가장 큰 원인이다.

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설사로 매일 4천명의 아이들이 죽어가고, 그 수는 매년 180만명이나 된다. PIH에 의하면 아이티 아이들 중 1/3이 5세를 넘기지 못하고 죽어가는데 그 원인의 60% 이상이 설사나 영양부족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발생한다고 한다.

2000년 세계은행에서 발행한 "전세계 가난한 사람들의 질병 부담"이란 보고서는 "질병패턴이 계층에 따라 구조적으로 다르게 나타난다"고 언급하면서(Gwatkin, Guillot, 2000) 유행성 질병에 의한 사망비율의 경우, 전세계 가난한 사람들의 사망비율은 전세계 평균인 34.2%보다 높은 58.6%로 잘사는 사람들의 사망율 비율 7.7%와 엄청난 차이가 난다고 보고하고 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가난한 사람들이 설사질환이나 결핵, 다른 호흡기감염, AIDS, 영유아질환 등 유행성질환에 의해 사망하는 반면,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의 5대 사망 원인질환은 허혈성 심장질환이나, 악성종양, 뇌혈관질환 등 비유행성 질환이 차지하고 있다. WHO도 1999년에 비슷한 결과 - 감염질환에 의한 사망율이 전세계적으로는 약 25%정도인데 가난한 국가들에서의 사망율은 최소로 잡아도 45%나 됨을 보여주고 있다.

1990년에 깨끗한 물이나 상하수도, 개인이나 지역 위생의 불량으로 인한 사망율이 선진국에서는 거의 0에 가까운 반면 개발도상국가에서는 이런 환경때문에 1990년에만도 2,664,700명이 죽어 이로 인한 사망율이 6.7%를 차지했다.(Murray, Lopez, 1996) 미래 전염병프로젝트에서 전망한 2020년 사망율 상위 10위의 원인 질환에 대한 기본 시나리오를 보면 안전한 물 등에 접근가능하지 못한 빈국과 부국간에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양쪽에서 사망원인이 같은 원인질환은 7개인데 개발도상국가에만 있는 다른 3가지는 예방가능하고 치료가능한 감염질환 - 설사질환, 결핵, HIV - 이다. 한편 선진국에서는 자살, 대장결장암, 당뇨병이다. 세계은행은 가난한 사람과 그렇치않은 사람들간의 사망율 차이의 77%는 깨끗한 물의 결핍 등에 의해 발생하는 유행성 질환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보고있다.

또한 안전한 물의 결핍으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는 개발도상국가의 전체 인구의 50% 이상에서 아직도 학교에 가서 배우거나 취직해서 일할 기회를 갉아먹고 있는 원인이 되고 있는데, 매년 수인성질환에 의해 아이들은 4억4300만 수업일수를 까먹고 있다.


용서받지 못할 자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은 21세기 최고의 초국적 비즈니스 기회"라며 물을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팔아먹으려는 자들이 있다. 1990년대 이후 가장 크게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유화의 대상 중 하나가 물이다. 경제지 포천(Fortune)은 "물은 최고의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한다. 21세기의 물은 20세기의 석유와 같은 위치를 가질 것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전 세계 '물' 시장은 2001년 당시에 이미 4조 달러를 넘는 초국적 기업의 비즈니스의 장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오로지 민영화 된 영역의 크기만을 나타낸 것으로서, 아직 세계 전체의 물 사용량의 10%에 불과한 것이었다. 나머지 90%의 수자원을 사유화하여 그것을 영리 활동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그야말로 21세기 최대의 비즈니스 가운데 하나라고 할 만한 잠재력을 갖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 주로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의 국가들을 필두로 수자원과 상하수도 시설 운영권을 사유화해 그것이 결국 초국적 투자자들의 손으로 들어가는 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인간의 존엄성 유지는 고사하고 인간의 물리적 생명과 생존에 가장 기본적인 자원인 물을 이용해 수익을 올리고, 또 그 수익을 어떻게든 보호하려는 초국적 자본. 이에 맞서 그 물을 공공이익에 맞게 이용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민중의 목적은 서로 충돌하면서 첨예한 분쟁을 낳고 있다.

미국기업 벡텔과 볼리비아 민중 사이에 몇 년에 걸쳐 벌어진 싸움은 최악의 사례이자, 제3세계 국가에서 물기업들이 얼마나 극단적으로 이윤추구를 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극적인 사건이다. 게다가 벡텔은 땅 위의 물 뿐만 아니라 공기 중의 물까지 잠가버렸다. 강수량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자기 집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을 받는 것까지 금지하는 법을 만들도록 하기까지 했다.

미국회사 엔론(Enron Corporation)에서 분사(spin-off)된 기업인 아주리(Azurix Corporation)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지역의 수도 분쟁, 프랑스의 복합기업 비방디(Vivendi)와 1994-5년 아르헨티나 투쿠만(Tucuman) 지역의 상하수도 운영권 분쟁 등 물을 둘러싼 다국적 기업들의 촉수는 세계 각국으로 뻗치고 있다.

한편 프랑스의 상수도 운영회사인 CGE와 연결돼 있는 비방디는 베올리아(Veolia)라는 초국적 수자원 회사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세계 곳곳의 상수도 운영권을 따내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정부가 상수도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드디어 인천의 상수도 사업본부가 바로 이 베올리아와 함께 사업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깨끗한 물의 공급은 생명을 살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며 질병예방을 위한 가장 비용효과적인 방법이다. 안전한 물 공급은 설사질환을 30~50% 낮출 수 있으며, 수인성 전염병인 콜레라나 티푸스도 엄청나게 낮출 수 있다. WHO의 추산에 의하면 물과 위생시설에 1달러를 투자하면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의료비용을 3~34달러 절약할 수 있고, 그 지역의 생산성도 향상시킨다고 한다.

U.N. Development Program은 깨끗한 물과 위생시설에 접근하지 못하던 인구를 반으로 줄이면 향후 10년 동안 매년 백만 명 이상의 아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으며, 매년 380억 달러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국가들이 얻을 150억달러의 이익은 2003년 이들 지역이 외국으로 받은 원조액 총액의 60%에 달하는 금액이다.

깨끗한 물의 결핍은 영양결핍과 적절한 주거의 결핍과 함께 환자치료나 병후 회복을 방해할 것이다. 만일 가난한 사람들이 오염된 물로 약을 먹는다면 가장 좋은 약으로 치료를 한다 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醫식주는 건강과 삶에 필수적인 것이며 기본적인 인권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먹을 것도 안전한 마실 물도 없는데 약만 주는 것은 마치 당신의 손을 깨끗하게 씻은 후 흙먼지로 손을 닦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폴파머는 적절한 비유로 말하였다. 제3세계 10억 이상의 인구에 대한 건강과 생명을 위해 깨끗한 물의 확보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를 위한 전인류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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