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경기침체 ‘공포’… 덜 쓰고 모으기 ‘안간힘’

통계청이 21일 내놓은 '3분기 가계수지 동향'을 보면 '실질소득은 1년 전과 비교할 때 거의 늘지 않았고, 사람들은 지갑을 닫고 있다. 특히 서민들의 고통이 심하다'로 요약된다. 경기침체의 공포가 가계 깊숙이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 실질소비 위축 5년래 최악=전국 가구의 3분기 월 평균 소비지출은 229만5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늘었다. 그러나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소비는 2.4% 줄어 관련 통계가 나온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의 가계수지 동향은 지역별, 소득 수준별로 선정한 전국 9000여 가구의 가계부를 집계해 작성된다. 주식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극에 달했던 3분기 이들 가구의 가계부는 금융위기의 충격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우 선 지출항목의 구조조정이 눈에 띈다. 가격이 뛰어도 씀씀이를 줄이기 힘든 식료품비와 교육비 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6.7%, 14.1% 늘어난 반면 교양·오락(-7.3%), 의류·신발(-1.5%), 통신비(-1.8%) 등은 감소했다.

특히 은행이자 지급과 교육비, 생활비 송금이 포함된 기타 비소비지출은 가구당 월 평균 50만4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2%나 증가했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실생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 지갑 닫는 서민들=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 소득 상위계층인 1분위와 2분위의 소비지출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7%, 8.6%씩 늘어난 데 비해 3분위는 2.6%, 4분위 3.0%, 5분위 -0.1%로 나타났다.

전국 가구의 월 평균 처분가능소득(소득-비소비지출)은 3분기 296만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8%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가구당 소비가 줄면서 흑자액(처분가능소득-소비지출)은 3분기 66만6000원으로 같은 기간 11.5% 증가했고, 흑자율(흑자액/처분가능소득)은 1.4%포인트 상승한 22.5%였다. 당장 소비보다 침체의 장기화에 대비해 저축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처분가능소득에 대한 소비지출의 비율인 평균소비성향도 지난해 3분기 대비 1.4%포인트 하락한 77.5%로 나타나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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