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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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경제법칙으로 본 '학교 학원화 정책'
'학교 자율화' 정책은 경제법칙에도 맞지 않는 탁상행정
김행수 전 사학국본 사무국장

15일 이명박 정부가 다시 교육 분야에서 최소한의 교육 가이드라인이었던 각종 지침들을 규제라는 이유로 폐지한다는 발표를 했다. 인수위원회가 교육부를 인재과학부로 바꾸고, 영어몰입교육으로 국민들 우롱한 지 몇 달이 지나지 않았는데 이번에 또 한 건을 했다.

이제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가 아니라 상품으로, 학교는 시장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학부모의 허리가 휠 판이고, 학생들은 24시간 공부에만 매달려야 할 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각종 의혹과 부도덕성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유는 오로지 ‘경제’였다. 그런데, 15일 발표된 규제 폐지의 명목으로 포장된 학교의 학원화 정책이 이명박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경제법칙에는 맞는 것일까? 잘 기억나지 않지만 중고등학교 사회시간에 배우는 경제 법칙들을 더듬어 이를 한번 따져 보자.

그들은 ‘가치재’라는 재화를 알기나 하는 것인가?

경제학에서 재화를 분류하는 여러 항목 중에 가치재(merit goods)라는 것이 있다. 가치재란 “개인들의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서는 일정 이상의 바람직한 수준까지 소비되지 않는 재화 또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그래서 법 제도를 통하여 어느 정도까지는 의무적으로 보장해 주어야 하는 재화로 대표적인 것이 안전벨트나 의료보험과 같은 것이다.

안전벨트는 안전과 생명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지만 운전자의 선택에 맡겨 놓으면 대부분 하지 않는다. 의료보험 역시 꼭 필요한 것이지만 선택에 맡기면 가난한 많은 사람들이 당장의 돈을 아끼기 위해서 가입하지 않는다. 즉, 자기 돈을 내고 자발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면 필요한 사람들이 필요한 만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선택하지 않거나 아예 없어져 버리기도 하는 것이 가치재이다.

교육에서 가치재에 속하는 것들은 음악과 미술, 체육, 문학과 같은 것이다. 이들 과목은 학생들이 문화인으로서, 교양인으로서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지만 학생들의 자발적인 선택에 맡겨 놓으면 입시 과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의 선택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정 정도까지는 의무적으로 시수를 배정해야만 이들 과목의 유지가 가능하다.

의무교육인 초중등교육과정은 대표적으로 가치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경재에 의한 선택이 아니라 최소한의 의무와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가치재인 초중등교육과정을 목적에 맞도록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부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지금 MB 정부의 이번 발표는 가치재인 교육을 커피나 사탕과 같은 선택제나 기호제 정도로 취급하면서 규제라는 오명을 씌워서 상품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경제학의 기본도 모르는 너무나 천박한 천민자본주의적 사고라고 아니할 수 없다.

우열반, 0교시 부활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의 전형

존 그레샴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화폐경제학에서 다른 화폐가 동일한 명목가치를 가진 화폐로 통용되면, 소재 가치가 높은 화폐는 유통시장에서 사라지고 소재가치가 낮은 화폐만 유통되는 현상을 말한다. 일반 사회 현상에서는 대체로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으면 좋은 것이 오히려 사라지고 나쁜 것이 살아남는 현상 쯤으로 이해된다.

이런 비슷한 경우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짝퉁과 진품이 있고 이것을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경쟁을 시켜 선택을 하게 하면 짝퉁이 진품을 밀어내고 유통되다가 언젠가는 진품을 찾아보기 힘들어지는 경우이다.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나 음원 불법 유통이나 복제 등도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교육에는 절대로 이 그레샴의 법칙이 통용되어서는 안 되지만 가장 많이 나타나는 곳 또한 교육 분야인 것 같다. 대표적으로 이번에 폐지된 ‘계약제교원운용지침’은 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 확산을 교육계에서 제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데 이것마저 없애버리면 어느 사학재단에서 기간제나 강사 대신 정교사를 채용하겠는가?

사설모의고사를 자발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면 사설모의고사를 허용하는 학교만 살아남게 된다. 우열반 수업과 서울대반, 연고대반의 부활을 불을 보듯 뻔하며, 0교시 수업의 부활과 전국화, 그리고 중학교 초등학교로의 확산 역시 명약관화하다.

이렇게 해서 좋은 것은 모두 사라지고,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떠밀려서 나쁜 것들만 살아남아 학교는 ‘교육계의 그레샴의 법칙’이 완벽하게 관철되는 정글 같은 삭막한 공간이 될 것이다. 시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아 퇴출되어야 할 그레샴의 법칙이 학교에서 활개를 치는 꼴이다.

공부에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을까?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은 재화를 소비할 때마다 총 효용은 증가하지만 하나를 더 소비할 때마다 증가하는 한계효용은 계속 감소하고 어느 순간을 넘어서면 총 효용마저도 감소시키게 된다는 경제학의 기본법칙이다. 사과를 하나 먹을 때는 맛있지만 맛있다고 계속 먹게 되면 어느 순간에는 먹는 것이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으로 변한다는 것을 우리는 생활속의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다.

이를 공부에 적용시켜도 똑같은 결과가 나온다. 한 시간을 공부하는 것보다 두 시간을 공부하는 것이 분명히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지만 정도를 지나쳐 10시간, 더 나아가 24시간을 계속 해야 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다. 학생들의 하루 수업시간이 7교시 정도로 정해져 있는 것은 그 나이에 집중해서 할 수 있는 학습량이 그 정도라는 오랜 경험과 교육적 고려에서 나온 것이다. 이 마저도 우리 학생들의 수업일수나 시수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축에 속한다는 것을 그들은 애써 모른 체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24시간 학원 영업을 제한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0교시 수업과 야간 보충수업을 교육부의 지침으로 제한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MB 정부는 이런 한계효용의 법칙도 무시하고 학생들을 잠을 안 재워서라도 무조건 책상에만 오래 붙잡아 놓으면 성적이 올라갈 것이라는 구시대적 사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반과 강제 보충은 역마차 효과(band wagon effect)의 부작용

원래는 사회학 또는 심리학 용어였던 역마차 효과라는 것이 있는데 지금은 이 효과 역시 경제에서 가장 잘 적용되고 있다. 미국 서부개척시대의 역마차 행렬처럼 다른 사람이 가는 길을 따라가는 현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다른 사람들이 가니까 어쩔 수 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그렇게 큰 아파트가 필요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큰 아파트에 사는 것을 선호하니까 너도나도 큰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하는 것이나 중형 자동차를 선호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공부에서도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자식들 학원을 보내는 이유가 ‘다른 아이들 다 보내는데 우리 아이만 안 보낼 수 없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0교시나 사설모의고사가 다른 학교가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안 할 수 없다는 논리로 정당화되는 것이다.

이런 역마차 효과는 필연적으로 개인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억압할 뿐 아니라 사회의 여론을 심각하게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교육에서 역시 반드시 필요한 것을 못하게 되게, 하지 말아야 되는 것을 하게 만드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다른 학교가 보충수업을 10시간 하면 우리 학교도 10시간을 해야 하고, 다른 학교가 서울대반을 만들면 우리 학교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역마차 효과가 대체로 소비형태를 왜곡시키는 것처럼 교육에서도 대체로 부정적 영향을 가져온다는 것은 자명하다.

학교 자율화 정책은 경제법칙에도 맞지 않는 탁상공론

이번에 발표한 MB정부의 학교 자율화라는 미명의 학교 학원화 정책은 중고등학교 사회시간에 배우는 경제법칙만 따져봐도 맞지 않는, 현실을 너무도 모르는 탁상행정이다. 이러한 지침들을 없애도 학교나 교육청에서 알아서 잘 조절할 것이기 때문에 0교시나 서울대반 등은 출현하지 않을 것이라는 차관의 발표는 순진하거나 무식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지침으로 금지되어 있는데도 0교시를 하고, 강제 보충을 하고 있으며, 사설모의고사를 치고 있고, 기간제교사를 채용하고 있으며, 우열반을 편성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지침들을 없애도 하지 않을 거라고 하는 교육부의 그 무모함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 이는 MB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경제학의 기본법칙에도 안 맞는, 너무나도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다. 학생들이 제일 먼저 알고 학부모가 알고 교사들이 알고 온 국민이 알고 있다.

이 정책이 탁상행정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들은 오직 MB 정부의 관료들뿐이다. 그러니 이 참에 교육부가 가지고 있는 권한을 없앨 것이 아니라 차라리 교육부를 해체하고, 그 돈으로 학생들 등록금이나 줄여주고, 교사들 정원이나 늘려주자는 이야기가 농이 아니라는 점 또한 그들만 모르고 있다. 제발 중고등학교 사회시간에 배우는 경제학의 기본이라도 다시 읽어보기를 부탁한다.

기사입력 : 2008-04-18 08:39:00
최종편집 : 2008-04-18 17:40:45ⓒ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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