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 덕분에 의료계 성장한 것
어느 정부도 사회보험체계 못바꿀 것"
[인터뷰] 의료보험 도입 산파역할 한 김종인 민주당 의원
황방열 (hby) 기자
김종인 민주당 의원(4선)은 건강보험 제도와 관계가 깊다. 서강대 교수였던 1977년 노동자 대상 의료보험 제도 도입을 처음 제안했고 이 문제가 논란이 되자, 다시 보고서가 당시 최규하 국무총리를 통해 박정희 대통령에게 올라갔다. "의료보험때문에 저축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론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의료보험 제도는 유신정권 하에서 국가계획의 일환으로 시행됐다.
의료보험은 1883년 프러시아에서 사회보험 형태로 처음 실시됐는데, 김 의원이 이런 역사를 가진 독일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것이, 사회보험 도입 과정에 개입하게 된 배경이 됐다.
또, 전국민 의료보험이 완성된 1989년 도시지역 의료보험이 실시직후 보건사회부 장관으로, 의료보험 체계가 자리잡는데 산파역할을 했다.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면서 건강보험의 당연지정제를 폐지하고, 건강보험을 민영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에 대해, 김 의원은 "개선하고 보완해야지, 사회보험체계인 건강보험 자체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무엇이든 다 바꾸는 게 좋은 것은 아니다"
김 의원은 2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와 만나 "미국 제약회사 관계자들도 한국만큼 의료보험 체계가 잘 돼 있는 나라는 없다고 한다"며 "의료보험 덕분에 의료계 전반이 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의사협회 등이 당연지정제 폐지를 요구하는 것은 환자들이 선택하게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건데, 이는 결국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영업하겠다는 것"이라며 "사회보험체계를 전부 다 바꿔야 하는 문제인데,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명박 당선자에게 "무엇이든 다 바꾸는 게 좋은 것은 아니"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 1977년에 500명 이상 사업장 노동자 대상으로 의료보험이 실시됐는데, 어떤 배경이었나.
"1975년 봄 서강대 교수시절에 청와대로부터 근로자 대책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공업화를 통해 근로자가 400만명이 넘어가는 시점이었다. 그래서 금요회라는 모임을 만들어서 외부인사 몇 명과 비공개 작업을 하고, 비공개보고서를 냈다.
그 중에 근로자 의료보험을 도입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경제부처 장관 등이 모두 '아직 파이가 작으니 안 된다', '저축에 방해가 된다'고 반대했다. 그런데 의료보험은 자기 것의 일부를 강제저축 당했다 아플 때 꺼내쓰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주장은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논란이 되니까 박 대통령이 중립적인 교수들의 의견을 물으라고 했고, 결국 애초 작업을 했던 내가 다시 보고서를 만들었고, 당시 최규하 총리를 통해 박 대통령에게 보고서가 올라갔다.
유신 때 근로자수가 급격히 늘고 있었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들을 자기편으로 만들 생각을 한 것이다. 그 뒤 계속 대상이 확대됐고, 정부 재정이 들어가면서 1989년부터 전국민이 대상이 됐다. 미국도 이번 대선에서 의료보험이 큰 문제인데, 미국인구의 4700만명이 보험체계에서 제외 돼 있다. 우리나라처럼 사회의료보험이 잘 돼 있는 나라가 없다고 본다."
"전면개편이 아니라 보완이 필요한 것"
▲ 김종인 민주당 의원.
ⓒ 오마이뉴스 권우성 김종인
- 이명박 당선자가 선거운동기간 중에 당연지정제 폐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의사협회에 밝힌 것이 지금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
"병원이 영리 목적 활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보험이 아닌 일반 환자들을 받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보험 아닌 환자가 어딨나. 또 그렇게 된다고 해도 병원 수지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일반 환자들 만 갖고 병원이 제대로 될 수 없다. 병원이 확충되고 의학계, 제약계 발전한 것은 30년 동안 의료보험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 바꿔도 의사들한테 도움 안될 것으로 보는 것 같다.
"특이한 경우에는 도움이 되지만, 전체적으로 의사들 전반에는 도움 안 될 것이다. 환자들이 줄어 들지 않겠나."
- 의협 요구대로 할 수는 있는 것인가.
"사회의료보험 체계 자체가 변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즉 강제가입제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100%가 가입돼 있기 때문에, 보험료를 따로 걷을 필요 없이 재정에서 해도 되는 수준이다. 우리는 원천징수가 가능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금씩 늘려왔기 때문에 따로 걷는 형태가 된 것이다. 고소득자들은 좋아할지 모르지만."
"고소득자들은 좋아할지 모르지만..."
- 건강보험이 민영화되면서 의료보험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는데.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각자 민간 보험에 들어가라는 것인데, 그게 제대로 되겠나. 고소득자들은 좋아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되면 정부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것이다.
당연지정제 폐지 정도가 아니라 사회의료보험 체계의 근간을 전부 바꿔야 하는 문제다."
- 의료보험 체계를 바꿀 것으로는 보지 않는 것 같다.
"그렇게 미련하지 않다고 본다. 그 정치, 사회적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겠나. 어느 정부도 어렵다고 본다."
- 바꿔야 할 필요성은 있나.
"그렇게 할 필요가 있나. 꽤 잘돼 있는 제도다. 병원은 보험 수가산정 때문에 불만이 많다. 건강보험 공단은 재정만 생각하고, 의사들은 치료가 분분이다. 어떤 환자든 좋은 약으로 좋은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수가가 고정돼 있으니까 불만인 것이다. 의료 보험 덕에 환자수는 늘어났는데 보험료는 안 올려주니까 수지는 안 맞고, 보험 적용이 안되는 고가 치료는 늘어나니까 운영은 어렵고 그런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 대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건강보험의 재정 상황과 의료계 전반 등에 대한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보험때문에 별로 아프지 않은데 병원에 가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제도 자체를 바꿔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고 정치적으로 견디지도 못한다. 보완을 해야지, 전면적인 개편은 안된다. 어느 정부도 못 한다. 사회의료보험 체계 자체를 이해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다."
2007.12.24 19:59 ⓒ 2007 OhmyNews
'어느 정부도 사회보험체계 못바꿀 것' _ 의료보험 도입 산파역할 한 김종인 민주당 의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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