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사 인간광우병' 우리나라 첫 발병 확인



광우병에 대한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인간광우병 증상과 비슷한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이 발병한 사실이 부검을 통해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이제 우리나라도 인간광우병 안전지대가 아니라며 당국이 크로이프펠트-야콥병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관리와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한림대 평촌 성심병원은 뇌질환 등으로 지난 4월 숨진 아파트 관리원 박 모(77)씨에 대해 최근 부검을 실시했다. 부검결과 박 씨는 광우병과 밀접한 '크로이츠펠트-야콥병', 즉 CJD 4가지 가운데 '산발성CJD'로 최종 확진됐다.

부검에 참여한 최경찬 한림대 평촌 성심병원 교수는 "인간광우병 의심환자를 국내 처음으로 부검한 실시한 결과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 환자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박 씨는 지난해 12월 소뇌기능 장애와 무동 무언증 등으로 순천향병원에 입원했고, 올 1월 CJD 의심환자 판정을 받은 뒤 지난 4월 숨졌다고 질병관리본부는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CJD 의심환자가 연간 26명씩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부검을 통해 CJD가 확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병원측과 질병관리본부는 박 씨에 대한 추가 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축 접촉이나 수혈을 받은 적이 없고 가족력이 확인되지 않아 '인간광우병'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인간광우병 부검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한림대 평촌 성심병원은 지난해 4월 국내 유일의 '인간광우병 부검센터'를 설치하고 처음으로 박 씨를 부검했다.

▲ 그동안 산발성CJD나 인간광우병 발병이 공식적으로 확진되지 않은 이유는?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지난해 9월말까지 CJD 의심환자는 모두 210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연간 26명의 CJD의심환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부검과정에서 병원체가 수술도구 등에 의해서 전파되는 CJD 특성 때문에 일반 병원에서의 부검은 엄두를 낼 수 없다.

이런 특성 때문에 한림대 평촌 성심병원에 '한국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진단센터'가 개설되기 전에는 부검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또 CJD 환자 가족들이 부검을 꺼리는 경향이 강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이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시설 부족과 당국이 소극적인 대처로 확인이 늦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인 우석균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이번 CJD 확진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며 "식품과 검역정책이 허술한 우리나라의 현행 법체계상의 문제점과 당국의 소극적인 자세로 인간광우병조차도 발생했는데도 알려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많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부검을 통해 산발성CJD 환자 확진됨에 따라 유사 질환사망자에 대한 추가 부검 등 의료계와 학계의 관련 연구가 잇따를 전망이다.

▲ 우리나라 더 이상 광우병의 청정지역 아니다

광우병이나 인간광우병을 포괄하는 CJD에 대해 국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관리하느냐에 따라 국민건강이 담보된다.

광우병인 경우 농정당국이 지난 11년 동안 연평균 800여 마리의 소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했다. 문제는 당국이 90% 이상을 정상도축된 건상한 소를 대상으로 검사를 하고 아무 이상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있다.

전국의 축산농가에서 폐사하는 소를 일일이 관리하고 이 소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해야 한다.

인간광우병 등 CJD도 마찬가지다. CJD유사환자 사망했을 경우 모두 부검을 통해 발병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광우병 청정국가로 알려지고 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광우병 안전지대가 아니라며 CJD에 대한 당국의 적극적인 관리와 대응을 주문했다.

우준희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산발성CJD 확진으로 우리나라도 더 이상 광우병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며 "당국의 철정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부검을 통해 인간광우병 발병을 공식 확인할 날도 멀지 않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광우병과 CJD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허술한 식품정책과 검역체계 정비가 시급하다"며 "관련법 개정을 통해 광우병 의심소와 CJD 의심환자에 대한 부검을 의무화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BS사회부 송형관 기자 hksong2@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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