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국내투자, 동아시아 거점활용 목표'


올해 260억 우선 투자...항암제중심으로 임상서 판매까지


▲ MOU체결을 앞두고 마주 않은 킨들러 회장과 변재진 복지부장관 내정자.

[뉴스분석] 화이자의 3억달러 투자 의미와 전망

세계 제1의 다국적 제약기업인 화이자의 제프 킨들러 회장이 13일 방한했다. 화이자 회장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킨들러 회장은 첫 방문치고는 어마어마한 ‘선물’(?)을 내놔 세간을 놀라게 했다. 무려 2,700억원(3억달러)에 달하는 R&D투자 협약을 복지부와 체결한 것이다.

이는 외국인 R&D 투자 중 단일규모로는 전 산업에 걸쳐 가장 큰 규모이며, 지난해 복지부 1년 R&D 예산보다도 1,000억원이 더 많은 액수다.

2년 동안 심사숙고...국내 임상기반 사전탐색

◇경과=물론 화이자의 투자협약은 ‘선물’이 아니라 말 그대로 미래의 더 큰 이익을 위한 ‘투자’다. 화이자는 ‘투자’ 대상을 물색하기 위해 지난 2년여 동안 심사숙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화이자 본사차원에서 그동안 한국을 수차 방문, 투자적격 가능성에 대해사전 평가를 진행해 왔다. 지난 4월에도 화이자 본사일행은 국내 임상시험기관 지정 일부병원을 견학하면서 임상인프라 현황을 점검했다.

정부도 직·간접적으로 화이자 등의 방문을 지원하면서 우호적 관계를 맺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다 지난달 MOU가 거론됐다, 1달여 만에 협약체결로 이어졌다.

정부 입장에서는 다소간 갑작스런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화이자는 이미 파트너로서 한국에 대한 검증작업을 마무리한 뒤인 것으로 풀이된다.

항암제 신규투자 확대...다국적 임상 요지로 활용

◇배경=화이자는 왜 한국을 파트너로 선정했을까. 화이자는 이날 MOU 체결과 관련한 보도자료 외에도 10여 페이지 분량의 설명자료를 내놨다.

신물질개발부터 전임상, 임상 등 신약개발의 전과정을 한국에서 진행할 것이라는 내용에다, 한국에서도 신약개발의 꿈이 실현될 것이라는 청사진이 강조됐다. 하지만 화이자의 ‘투자’는 동아시아 거점으로서 ‘활용가치’에 대한 ‘투자’로 관측된다.

향후 의약품 시장에서 항암제는 가장 성장잠재력이 높은 분야로 손꼽히고 있다. 이날 IMS코리아 주최로 열린 한 강좌에서도 항암제 시장의 성장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제시됐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항암제 시장 R&D 투자에 가장 열정적인 다국적 제약기업 중 하나가 화이자라는 점이다. 특히 신약개발에 있어 다국적 임상에 대한 요구도가 높아지면서, 동아시아에서의 거점 확보는 중요한 의미를 내포한다.

한국에서의 임상시험은 한국시장에서의 판매여건을 유리하게 할 수 있고, 이는 주변 국가 진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항암제를 중심으로 한 신약 임상시험과 신물질 개발통로, 동아시아 시장공략을 위한 전진기지로서 한국의 '활용가치'에 '투자'로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복지부-화이자, 궁극목표 달라도 손발은 '척척'

◇의미=화이자가 한국을 파트너로 선택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한국 정부의 신약개발에 대한 관심과 기대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새 약가제도와 한미 FTA를 추진하면서 제약산업 성장전략으로 신약개발을 전면에 내걸었다. 신약개발과 R&D 역량강화는 성장전략이 아니라 ‘생존전략’으로까지 통할 정도다.

따라서 정부 입장에서는 부족한 인프라를 보완하고 연구개발 역량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화이자와의 MOU는 환영할 만한 것이었다.

화이자도 이 같은 한국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힘입어 정부의 안정적인 지원 아래 투자설계를 할 수 있어 손발이 자연스럽게 맞게 된 셈이다.

결국 이번 MOU는 항암제를 중심으로 동아시아 신약 임상과 판매거점을 확보하려는 화이자의 전략과 신약개발 노하우와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한국정부의 이해가 부합한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전략적 제휴 사무소’ 설치...투자계획 구체화

◇전망=복지부와 화이자는 전체 투자규모와 큰 틀에서의 협력방안에 합의했을 뿐,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하지는 못했다.

따라서 앞으로 생기게 될 ‘전략적 제휴 한국사무소’을 통해 투자계획은 구체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에서는 보건산업기술팀이 협약이행 파트너로 활동하게 된다.

하지만 화이자 측에서는 본사가 직접 핸들링에 나설지, 아니면 한국화이자가 본사의 지휘아래 참여할 지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다. 초기년도인 올해는 전체 투자금액의 약 10%에 해당하는 260여억원이 우선 투자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MOU는 세계 최대의 다국적 제약기업이 R&D 파트너로 한국을 선정했다는 점에서 국내 신약개발과 임상역량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간접 시사하고 있다.

특히 이번 협약을 계기로 다른 다국적 제약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이 확대, 강화될 경우 한국의 제약산업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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