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의약품협상과 시장전망 --보사


특허기간 연장과 이의기구 신설 최대 쟁점
5차협상에도 불구 양측 이견만 확인한 상황


정부는 올해 초 미국과 자유무역 협정을 체결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작년 6월부터 연말까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의약품-의료기기 등 17개 분과별로 협상을 진행했다. 구체적인 협상 일정은 1차 워싱턴(6월 5일-9일), 2차 서울(7월10일 - 14일), 3차 워싱턴(9월 6일- 9일), 4차 서울(10월 23일-27일), 5차 몬태나(12월 4일-9일)에서 진행됐다. 특히 6차 협상(2007년 1월 15일-19일)이 우리나라에서 개최되고 이번 이번 협상에서는 분과별로 연계해 서로 주고 받는 '빅딜' 형식의 협상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어 제약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무역구제에 대한 수긍은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어떤 형태로 의약품 협상이 진행될지는 미지수이다.



미국은 FTA협사을 통해 국내 의약품 시장 지배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적재산권과 의약품등록 분야에서 미국의 독점권을 강화하고 독점기간을 연장하려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의약품의 허가와 특허 연계, 특허기간 연장, 데이터 독점, 허가신청을 위한 특허사용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도전받고 있는 제네릭의약품의 봉쇄로 국내 제네릭의약품의 가격을 낮게 책정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미국이 원하는 대로 성사된다면 특허의약품의 대체재로서 건강보험재정운용 측면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제네릭의약품의 개발경로가 막히고 개발이익 또한 극소화되 국내 제약산업은 경쟁력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약계, 국내 제약산업 희생양 우려 반대 목소리



제약협회는 한미FTA 협상이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지난해 10월 마침내 한미FTA 반대를 선언했다. 제약산업이 다소의 어려움을 겪더라도 산업 선진화의 한 과정으로 이해해 대승적 차원에서 협상 자체엔 찬성의 입장을 견지하던 것에서 180° 입장을 선회해 관련 산업 가운데 유일하게 반대입장을 천명하고 나선 것.



제약업계 입장에선 그도 그럴 것이 협상 진행상황으로 보아 자칫 국내 제약산업이 미국과 우리 정부간 타협의 희생양으로 전락할 우려가 컸던 때문이다.


미국측이 의약품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며 자국 업체들에 유리한 방향에서 여러 요구사항을 제시하며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데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농산물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의약품 산업을 버리는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의 여러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었던 것.


특히 주무부서인 복지부가 미국측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포지티브 리스트를 골간으로한 약제비 적정화방안 시행을 위해 FTA협상에서 미국측의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도 한 몫 했던 것으로 풀이됐다.


5차 협상까지의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측의 의약품 분야와 관련한 핵심적 내용은 특허의약품 지적재산권에 대한 확대보호 및 제네릭의약품 약가인하 문제 등이다.


미측은 특허존속기간을 특허결정일로부터 20년을 주장하고 있고, 생동성에 대해서도 특허침해 행위로 간주하고 있으며, 제품허가후 5년동안 데이터 보호를 요구하고 있다. 이외에 식약청과 특허청이 연계해 특허보호에 우선권이 주어지는 해치-왁스만법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다 제네릭 약가 상한선을 현행 오리지널 대비 80%에서 50%로 내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요구사항 하나하나가 제네릭에는 치명적이다.


미국측은 심지어 자국에도 없는 법을 우리측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측은 우리측에 외국에서 허가 받은 제품의 특허에 대해서도 국내 허가 당국이 특허권자에게 통지토록 하는 '특허-허가연계', 신물질 5년, 새로운 용도 3년에 유사화합물 및 외국까지 확대 보호를 꾀하는 '데이터 독점', 외국서 시판을 위한 인허가과정에 소요된 기간 연장을 주장하는 '특허존속기간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요구사항들은 미국법에도 없는 규정으로 제약협회는 한미양국에 속한 사항만 협상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제네릭의약품 비중이 상당한 우리나라 제약기업에게는 제네릭의약품 가격인하가 시장퇴출 및 시장진입 장벽으로 이어지고, 특허의약품에게는 오히려 독점적 판매지위를 주게 될 것이라는 주장하고 있다.


이 경우 국민의 약제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대신 의약품 선택권은 줄어들고 의학과 의료기술의 발전 또한 정체될 수밖에 없으며, 국가적으로도 의약품분야 국민건강권을 외국 제약자본에 볼모잡히는 꼴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FTA 도매에 위기와 기회동시 제공



아직 국내 의약품 유통업체들은 FTA 문제가 제약업에만 국한되고 유통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약업에 비해서는 적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가장 시급하면서도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유통업계이다.



이는 FTA로 인해 굳이 외국으로 진출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국내 시장과 같은 유통시장이 20~50배 이상 커지기 때문에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등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FTA가 체결된 나라들의 상품, 기술, 디자인, 비즈니스 모델 등이 관세 등 세금이 면제된 채 지금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밀려들어 올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현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나 경쟁양상은 의미가 퇴색되어 진다.



아직도 재래식 유통관행이나 시스템에 안주하고 있는 유통업체들은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의 자만심으로 거대한 미래시장에 대한 준비가 없으면 눈뜨고 안방시장을 내어줄 수 있는 세상된 것이다.



외국계 유통업계들의 국내 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한국시장이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한국이 동북아 FTA 성립 등 동북아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미 쥴릭파마가 국내 시장에서 안착했고 아직 시장 진입은 하지 않았지만 스위스 계열의 디템사가 작년 국내 시장을 노크한 적이 있다. 또한 미국이 몇몇 유통업체들이 국내 시장 조사를 마친 것으로 전해져 국내 도매업체들도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이기기 위해서는 국내 유통업체들은 우선 CEO들의 마인드 전환이 가장 시급하고 그 다음으로는 회사전략과 전략에 따른 회사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



협상 결과 대비해 준비하는 자세 필요



위기는 위험과 기회가 합쳐진 단어라는 이야기가 있다. FTA는 일종의 위기이며 동시에 무역이 활로인 우리나라에게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FTA가 필연이라면 이러한 커다란 변화를 기회로 바꿔보려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 협상도 물론 잘해야 겠지만 그 결과를 예측하고 미리 대책을 마련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국내 제약산업이 내수경기에 치우쳐 있고 해외 수출은 무관심했던 것은 사실이다. 개방이라는 흐름속에 휩쓸려 국내 제약산업이 휩쓸려 가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국내 제약사들이 갈구하던 블럭버스터의 신약 개발에 한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김상일 기자 (k31@bosa.co.kr)
기사 입력시간 : 2007-01-14 오전 7: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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