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임상시험 산업화 추진 전략

2016년 임상시험시장 2조원대 성장 견인
- 이태한 단장

임상시험은 신약개발 과정에서 필수적인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기는 하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이해가 깊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임상시험을 담당하는 병원의 경우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일부 병원에서만 관심을 보이는 정도이기도 하였다.


2004년 보건복지부가 임상시험센터 지정사업을 시작한 이래 임상시험은 전국의 웬만한 병원이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시설 또는 시스템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임상시험을 준비하는 병원은 장비, 인력, 시설에 대한 투자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병원이 관심과 투자를 가지게 된 것은 임상시험이 훈련된 인력과 시설만 있으면 병원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수익구조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병원의 이 같은 판단은 무리가 아니다. 일례로 호주의 경우 임상시험에 대한 국제적 허브가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수립하고, 정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등 국제적 동향도 그러하기 때문이다. 이에 그간 보건복지부가 추진한 임상시험의 현황과 앞으로 임상시험을 산업화로 이끌고자 하는 전략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을 지면을 통해 밝히고자 한다.


▲임상시험의 정의


임상시험(Clinical Trial/Study)은 “임상시험에 사용되는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증명할 목적으로, 해당 약물의 약동ㆍ약력ㆍ약리ㆍ임상적 효과를 확인하고 이상반응을 조사하기 위하여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시험 또는 연구”(의약품임상시험관리기준, 식약청 고시 제1999-67호)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임상시험은 인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윤리준수와 피검자의 권리 및 안전이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에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의 심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여기에 임상시험 과정에 의학, 약학, 간호학, 통계학, 역학, 윤리학 등 다양한 전공분야의 인력의 참여가 필요하다. 더욱이 이들이 국제적인 수준의 임상시험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기 위해서는 임상시험과 관련하여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복잡한 임상시험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 수립 및 장기적 투자가 요구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의 임상시험은 외국과 비교해 볼 때 전반적으로 초보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임상시험 기준의 변화


임상시험은 크게 전임상, 임상 1상, 2상, 3상 등으로 나누어진다. 전임상은 쥐 개 원숭이 등 동물에서의 독성 및 효능을 보는 단계로서 실험수준에 머물고 있었던 후보물질이 인체적용이 가능한 지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과정으로 보면 된다. 반면 임상시험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데 특히 임상 1상은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해당 질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2상, 3상과는 차이가 크다[도표 1].



[도표 1] 임상시험 단계

단계
시험대상
시험 내용
소요 기간
개발 비용(%)

전임상
쥐, 개, 원숭이 등
동물에서의 독성 및 효능
2년
17.2

임상 1상
건강한 사람

50-100명
사람에 대한 안전성 검증
1-2년
6.4

임상 2상
해당 질환자

100-500명
환자에 대한 안전성, 약효 검증
2-3년
13.3

임상 3상
해당 질환자

1000-5000명
대규모 통계적인 안전성, 약효 검증
3-4년
22.2




90년 대 들어 임상시험 기준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욱 강화되고 있다. 최근 발생한 vioxx recall 사건과 같이 90년대 들어 의약품의 안전성, 독성 등에 대한 규제의 강화, R&D 분업화, 시장진출 시간의 연장 등으로 신약일수록 [도표 2]와 같이 임상시험 기간이 더욱 길어지고 있다.



[도표 2] 임상시험기간 증가 추세
(단위: 년)

구분
1960년대
1970년대
1980년대
1990-1996

전임상단계
3.2
5.1
5.9
6.0

임상단계
2.5
4.4
5.5
6.7

허가단계
2.4
2.1
2.8
2.2

합 계
8.1
11.6
14.2
14.9




[도표 3] 신약개발 R&D 비용 변화 추이

특히 소득향상, 고령화 등으로 질병 양상이 급성질환에서 만성질환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됨에 따라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수도 증가하고 있고, 다국가 임상시험이 세계적으로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로 신약개발 R&D 비용은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2003년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R&D 투자는 620억달러로 추산되며, 이중 임상시험 시장 규모는 390억 달러로 추정된다[도표 3].


임상시험환자 수는 3567명(1990-1992년)에서 5621명(1998-2001년)으로 늘었다.


▲임상시험의 국제적 동향


현재 막대한 개발비용이 들어가는 신약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과 능력을 갖춘 국가는 미국 일본 EU 일부 국가 등 10개가 되지 않는다. 이들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세계적인 다국적 제약사를 두고 있다. 특히 미국은 세계 제약시장의 최강자로 2005년 560조 시장에서 미국이 51%를 점유하고 있으며, 화이자사 한 개사의 1년 신약개발 R&D가 70조에 이를 정도이다. 이런 투자가 가능한 것은 신약개발에 성공할 경우 연간 1조원의 시장을 창출할 수 있고, 이와 같은 글로벌 신약 파이프라인을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임상시험의 기준이 강화되고, 임상시험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소요되는 R&D 비용 증가는 다국적 제약사로 하여금 신약개발 전략 수정을 야기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다국적 제약사들의 아시아 시장 진출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 이후부터 다국적 제약사들은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환자의 모집, 대규모 시설의 집적, 낮은 비용, 양질의 인력을 갖춘 아시아 국가에 임상시험을 대규모로 유치하기 시작하였다[도표 4].


1995년


2001년





이 같은 외부 환경 변화로 국내에서 수행되는 다국가 임상시험건수도 지난 6년간 19배가 증가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도표 5].



[도표 5] 최근 6년간 임상시험 승인건수 추이


다국가 임상(건)
국내임상(건)
합계(건)

2000년
5
28
33

2001년
18
27
45

2002년
17
38
55

2003년
46
97
143

2004년
61
75
136

2005년
95
90
185

합계
242
355
597

※인용: 식품의약품안전청 발표 자료




최근 다국적 제약사들의 국내 투자 사례를 보면, 한국얀센이 2006년 100억원 투자, 허가용 임상3상 글로벌 책임자로 내국인 의료진 선임하고, 노바티스사가 2005-07년까지 총 3000만달러 투자를 국내 대학과 체결하거나 화이자사가 고지혈증 치료제 임상시험 국가로 호주 대신 한국을 선정한 바 있다. 또 올해 들어서는 아스트라제네카사가 보건복지부와 신약개발 협력에 관한 협약을 맺고, 국내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신약개발 연구비 지원을 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국이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서 임상시험을 매개로 한 신약개발 관련 국제적 협력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높은 진료수준, 대규모 병원, 환자모집의 수월성, 탁월한 시설과 우수한 인력 등의 분야에서 아시아 다른 국가와 비교하여 경쟁적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임상시험, BT산업화의 길목


2000년대 들어 국내의 BT 관련 연구는 세계를 놀라게 할 정도로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BT 연구는 결국 인간의 건강향상이나 질병치료, 예방 등 분야에서 상용화가 이루어져야 그 결실을 맺을 수 있다. 그 길목에 있는 것이 바로 임상시험이다. 향후 10년 내 BT 시장이 정착되고 확대될 경우 시장의 70%가 의약품 분야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렇다면 임상시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것이다.


▲임상시험의 국내 현황 및 문제점






우리나라도 국제수준의 ICH-GCP기준을 가지고 있기는 하나, 국제적 수준과 비교하여 질적으로 미흡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도표 6] 아시아 국가 임상시험 비중


※ 출처 : IMS, CMR international, 2004. 3


또한 임상시험 관련 경험을 갖추고 있는 의료기관이 턱없이 부족하고, 임상시험설계ㆍ임상시험 수행기술 등 기술수준이 선진국 대비 15~20% 수준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2004년 조사한 결과인 [도표 6]을 보면, 아시아 국가 임상시험 비중이 싱가포르, 대만 등에도 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하나 주목할 게 있다면 우리나라의 임상시험에 대한 전반적 인식이 전반적으로 열악하다는 것이다. 즉 임상시험을 ‘생체실험’이라고 잘못 생각하거나 부정적 이미지가 국민들에게 강하고, 임상연구자들 또한 ICH-GCP에 대한 이해도 매우 부족하다. 또한 전문인력이 부족하여 임상시험을 확대하는데 큰 애로를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임상시험 인허가 행정역시 신뢰를 획득하고 있다고 보기가 어렵다.


2005년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임상시험 활성화를 위한 산ㆍ학ㆍ연 합동 심포지엄에서는 임상시험 전문인력이 시장의 수요에 매우 부족한 것으로 지적되었는데, 이 문제는 생각외로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참여한 전문가들은 임상시험 전문인력이 부족, 우리나라가 유치가능한 임상시험 금액(3000억원)의 1/3수준(1,000억원)정도를 수주하고 있다는 지적을 한 바 있었다[도표 7].



[도표 7] 국내 임상시험 현황


2004년 12월 이전
2005년 8월 현재
비고

임상시험센터
민간 센터 3개소
정부지원 센터 6개소

민간 센터 9개소
2010년까지 정부지원센터 15개소 구축

임상시험 수행 건수
2002년까지 60건 미만

2003-4년 140건 내외
2005년 상반기 89건
2010년 연간 500건 이상 수행

임상시험전문인력
-
수행 인력 600명
2015년까지 전문인력 5000명 양성

임상시험 기술 수준
선진국 대비 15-20%
-
선진국 대비 80% 이상으로 향상

임상시험 해외 의존도
80%

20% 이하로 낮춤

민간 투자의지
소극적
병원간, 지자체간 경쟁적으로 강한 투자 의지 천명
지역임상시험센터지원사업으로 촉발됨




이외 여러 가지의 문제점과 앞으로 가야할 방향 정립에 있어 필요한 장점, 기회요인 등에 대한 분석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조사한 국내 임상시험기술에 대한 SWOT 분석결과[도표 8]로 대체하고자 한다.



[도표 8] 국내 임상시험기술에 대한 SWOT 분석결과




▷최근 경쟁력있는 임상시험센터 등장

▷우수한 연구자 집단

▷천연물 신약을 포함한 독점적 치료영역군

▷상대적인 저가 의료수가 및 임상시험비용
▷임상시험 전문인력 부족

▷임상시험연구자 및 제약사 경영진 이해부족

▷식약청 전문 평가인력 부족

▷국내 제약사 임상시험 기반에 대한 투자미비




▷국제적인 수준의 의료

▷국내 질병의 서양화 추세

▷국제적인 조화를 이룬 임상시험관리 기준

▷다국적 제약사의 아시아 시장 진출 증가
▷임상시험시장으로서의 중국의 등장

▷임상시험의 질과 윤리성에 대한 기대 증가

▷임상시험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태도

▷급변하는 국제적인 관련 규정 및 기준

※ 출처 :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국가기술지도-임상시험기술 2002.12




▲정부의 임상시험 산업화 정책 방향


보건복지부는 임상시험이 의약품의 안전을 통한 국민 건강 확보에 반드시 필요한 분야일 뿐만 아니라 임상시험 시장의 확대에 따른 산업화의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2003년부터 임상시험센터 및 인력양성 사업에 관한 연구를 추진하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를 조기에 선진국 수준에 대등할 정도의 임상시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임상시험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전문인력 양성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였다.


우선 임상시험센터가 제대로 기능하고, 특히 임상 1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지역임상시험센터 구축사업을 2004년부터 추진하였다. 보건복지부는 지정된 임상시험센터에 5년간 40억원의 정부 출연금을 지원하고, 지정된 센터는 병원과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임상시험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시설 및 장비 구축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2006년 12월 현재까지 총 9개소가 지정되었으며, 서울 4개, 지방 5개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동 사업의 추진으로 국내 대형병원들이 임상시험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정부지원과 상관없이 임상시험센터를 개설하거나 준비하는 병원이 대폭 늘어나게 되었다. 다만, 이들 센터들이 다국가 임상시험을 비롯한 전문적인 임상시험을 수행하기 까지는 적어도 5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


보건복지부는 2007년부터 처음으로 임상시험에 참여할 분야의 전문가 양성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조사된 3800명 수준으로는 폭주하고 있는 임상시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2010년 이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BT 제품의 임상시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까지 10년간, 매년 3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34,000명의 전문인력을 양성하여 적어도 임상시험시장 규모를 현재 1000억원 대에서 2조원대로 성장시킬 예정이다.


앞으로 남은 문제는 일부 병원에 국한된 임상시험 수주 현상을 개선하여 지역적으로 특화할 수 있도록 하고, 기업과 연구소와의 연계성을 높여가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센터간 공동 협력을 훨씬 강화하여, 인력과 임상시험기술 공유가 더 자유롭게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보건복지부와 민간의 협력이 더욱 긴밀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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