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약의 약자지껄#3] 최고의 사랑과 최악의 의약품 광고 진통제 제로Ⓡ(성분명 Dexibuprofen)

 최고의 사랑과 최악의 의약품 광고  진통제 제로Ⓡ(성분명 Dexibuprofen)

 

 

 차승원, 공효진의 좌충우돌 러브스토리 최고의 사랑은 올상반기 최고의 완소드라마이다. 하지만 인기 때문인지 요즘 드라마가 다 그런건지 뻔뻔스런 PPL들이 눈에 거슬리는 정도를 넘어 우려스러운 건 차승원이 드라마 안팎으로 광고하는 진통제 제로Ⓡ(성분명 Dexibuprofen) 때문이다.

 

 제로Ⓡ(성분명 Dexibuprofen)는 근육통을 위한 특별한 약도 새로운 성분도 아니다. 그냥 기존에도 판매해오던 소염 진통제의 하나이다. 제로의 성분인 Dexibuprofen은 부루펜Ⓡ이란 상품명으로 널리 알려진 Ibuprofen의 화학구조에서 약효발현을 나타내는 부분인 D체(Dex-) 만 추출해서 정제한 것이다.  부루펜Ⓡ은 광고를 통해 어린이 해열, 진통제로 이미 널리 알려져있다. 그러니 제로Ⓡ정 하나에 들어있는 추가되는 새로운 효과는 물론 없다. 그래서 제로정이 단지 진통 소염제라고 알려드리면 발걸음을 돌리는 분이 더 많았다.

 

 하지만 의약품 광고의 무서운 점은 한번 먹어보고 싶은 호기심을 부추긴다는 거다. 처음 광고를 볼때는 의약품 광고인 줄 몰랐었다. 운동하고에 뻐근할 때 간편한 해결책이라니 근사하다고 생각했을 뿐 이다. 게다가 독고진의 뻔뻔하게 나올수록 사랑스러운 드라마는 간접광고로 노출된 의약품조차도 사랑스럽게 느껴지도록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근육통에 진통제가 과연 옳은 선택일까? 이 영리한 광고는 스스로가 진통제임을 드러내지 않는다.  일반약 광고의 허술한 규제는 약의 오남용을 부추기고 결과적으로 심각한 안전성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제로Ⓡ정의 설명서를 보면 효능효과는 이렇다.

 

- 급성 및 만성 관절염 : 만성 다발성 관절염, 류마티스성 관절염 등

- 관절증

- 염증성 류마티스 질환 : 강직성척추염, 근육류마티즘

- 외상 및 수술 후 통증성 부종(부기) 또는 염증

- 통증 및 발열을 수반하는 감염증의 치료보조 (출처: 삼일제약 홈페이지)

 

사람들이 잘 읽지 않는 제로Ⓡ정의 설명서의 경고 문구 첫줄은 이렇게 시작한다. “ 매일 3잔 이상 정기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이 이 약이나 다른 해열진통제를 복용해야 할 경우 반드시 의사 또는 약사와 상의해야 한다. 이러한 사람이 이 약을 복용하면 위장출혈이 유발될 수 있다”

 

 일반약의 약국외 판매를 생각하고 있다면 약 먹으라 부추길 것이 아니라 안전성 문제를 알리는 경고 문구를 강화해야한다. 특히 소염 진통제의 경우는 기존 처방약을 먹고 있는 사람이나 술마시는 사람의 경우 부작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

 

의약분업이 의약품 사용의 "불편함" 을 야기함으로써 환자의 안전을 지키는 제도라고 하자. 의약품 약국외 판매는 "불편함의 해소"를 이야기한다. 언듯 솔깃한 이야기일수 있지만 일반약 소비 활성화에 왜 정부가 앞장서는 걸까? 4대강도 아니고 무상급식도 아닌 국민의 소소한 생활 편의가 왜 이슈거리가 되는건지 알고 싶다면 슈퍼판매의 실익은 누구에게 돌아갈지 한번 생각해보자.

 

첫 번째 수혜 대상은 종합편성채널(이후 줄여서 종편)이다. 새로 신설되는 종편은 방송채널 확장으로 인해 광고시장 확대가 필요하고 의약품 광고가 대표주자가 될 것임을 최시중 방송통신 위원장은 숨기지 않고 있다.

 

두 번째는 제약기업이다. 제약회사의 제품과 자본은 공중파에는 부족하고 지역 케이블TV에는 넘친다.약국 외 판매 다각화를 노리는 제약회사도 손해 볼 게 없다. 의사 약사의 손을 거치지 않는 소비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세 번째로 소비자를 들 수 있지만 쉽게 접하게 되는 의약품 사용시 야기되는 안전문제에 대해 당신은 스스로를 책임 질 준비는 되어 있는가?

 

작년에 청소년들의 게보린Ⓡ 오남용을 이용한 조퇴가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다. 게보린Ⓡ도 제로Ⓡ처럼 진통소염제다. 과량 복용할 경우 소화관 내 출혈, 급성 간부전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학생들은 복통, 구토, 어지러움, 식은땀등 게보린Ⓡ 과다복용의 부작용 증상으로 조퇴에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진통제라고 쉽게 봤던 이 약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왜냐햐면 모든 약은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항암제나 면역억제제, 혈압약이나 당뇨약 같은 만성질환 치료제 뿐 아니라 만만하게 보는 해열진통제도 마찬가지이다.

 

 미국 FDA는 최근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해열진통제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대표적 상품명은 타이레놀Ⓡ)의 처방약 용량을 제한하는 안전성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2011.01.13 )     비교적 안전한 약물로 알려져 있는 성분이지만 슈퍼판매를 주장하고 있는 감기약, 두통약 같은 일반의약품에서부터 응급실에서 사용하는 마약성 진통제나 중추성 진통제처럼 중증 통증에 쓰이는 복합제 처방약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나도 모르는 사이 중복해서 복용하게 되면 과량복용의 위험성이 높다.  특히 술과 함께 과량복용 한다면 실제로 사망에 이른 케이스가 있을 만큼 치명적인 간부전이 올 수 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의약품 오남용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음을 미국 FDA가 인정한 셈이다. 

 

 의약품의 안전성에 대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의 경우 의약품 부작용에 대한 불감증은 심각한 편이다. 청소년들의 게보린 오남용 조퇴사건으로 보듯 소비자들은 의약품 부작용에 대해 신경쓰지 않고 있다. 문제는 정부와 제약회사도 마찬가지라는 거다. 건약이 안전성 문제를 제기 했을때 제약회사는 실제 퇴출에 이른 의약품조차도 안전성조사커녕 반박하기 급급했고 식약청은 안전성/유효성 정보공개를 귀찮아하고 있다.  국내 의약품의 약물 부작용 실태에 대해서는  어떠한 논문도 보고서도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버럭으로 다시 시작된 의약품재분류는 금기 의약품의 중복복용을 차단 하기위한 안전장치로 오랜시간과 비용을 들여 준비해왔고 올해 4월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의약품 처방조제 지원제도인 DUR(Drug Urilization Review)조차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소비자들은 슈퍼판매를 환영하는 이유로 약사들이 환자들의 안전한 약 복용을 위해 충분히 복약지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들기도 한다. 약사들이 오남용 방지를 위해 반성하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 또한 진정 소비자를 위해 의약품 슈퍼판매를 추진하는 거라면  종편을 위한 의약품 광고 시장을 열어주려는 목적도 아니라면 슈퍼판매 의약품의 광고금지 같은 오남용을 극뽁할 수 있는 조치를 반드시 함께 취해  소비자의 편의만을 고려했다는 정부의 진정성도 증명해 주길 바란다.  최소한 드라마 보고 ‘독고진이 광고하는 약‘ 사 먹으러 가는 일을 없어야 하지 않을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2011.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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