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 10곳 국내 전체 매출 10% 차지
'국내 제약계 입장은 모호' 지적
의약품 강국인 미국이 국내에 진출한 10개 자국 제약사의 연간 매출액 1조1000억원을 지키기 위해 FTA 의제로 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본지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국내에서 활동하는 미국계 제약회사는 한국화이자제약 등 10여곳 정도이고 전체 매출은 1조1000억원 정도로 총 10조원 정도로 추정되는 국내 전체 시장의 10%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미국측은 1000억원 매출 규모의 10여개에 이르는 자국 제약사를 보호하기 위해 FTA의 주요 의제로 다루고 있는 셈이다.
주요 업체별로 보면 한국화이자(2553억+파마시아 731억), 한국MSD(1881억), 한국얀센(1537억), 한국릴리(1139억), 한국애보트(1118억) 등이 1000억원 이상 매출업체 이고 이외에 한국와이어스, 박스터, 이노벡스 파마, 쉐링 프라우 코리아, 한국스티펠 등도 본사를 미국에 둔 미국계 업체로 분류되고 있다.
한편 미국의 의약품 분야에 대한 강공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에 임하는 국내 제약업계의 입장은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제약업계 입장에서는 언제나 '가격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곤 해왔는데 가격과 관련한 새 제도 도입에 대한 반대 입장 등 오히려 한국 정부측 보다는 미국측 입장과 함께하는 경우가 많아 입장이 모호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5일 워싱턴에서 1차 본협상에 들어간 한미FTA와 관련,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의약품 분야의 이해당사자 격인 국내 제약업계의 입장이 분명하지 않다는 풀이이다.
물론 지적재산권 보호 차원의 미국측 요구가 관철될 경우 국내 제네릭 의약품이 큰 어려움에 처할 것은 분명하지만 이외 몇몇 주요 현안에 대해선 오히려 미국측과 입장을 같이하는 측면도 있어 득실을 단정하기가 어려운 상황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 제약협회의 경우 한미 FTA와 관련한 분명한 입장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 전략노출을 의식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애매한 속내에 따른 영향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제약협회는 반면 건강보험 의약품 등재방식의 포지티브 리스트 제 도입에 대해선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역시 제도 도입에 큰 거부감을 나타내며, 이번 협상에서도 제도 도입의 취소를 주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미국측과 입장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
이외에 미국측의 '보험급여 심사기준 확대'·'약가재평가 폐지·'합리성 있는 실거래관리' 등 가격과 관련한 주장에 찬성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제약업계와 미국측이 이해를 같이 하는 부분은 꼭 이것 뿐이 아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네릭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전제일 경우 오리지널 가격산정, 혁신신약 인정범위 확대 등 오리지널 보호차원의 일부 조치에도 크게 나쁠 것 없다는 분석이다.
국내 제약업체들 가운데는 외국 신약 도입 및 다국적사와의 코마케팅 등을 통해 오리지널과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도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미국측은 전문의약품에 대한 대중광고 허용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인데 국내 제약업체의 경우 의료계의 반발을 의식해 대놓고 주장할 순 없지만 내심 동의하는 곳도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비자들에 의한 '스타' 의약품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주 기자 (yjkim@bosa.co.kr)
기사 입력시간 : 2006-06-06 오전 8: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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