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나프타10년’ 의 쓰라린 교훈

[경향신문 2004-01-07 19:33]

〈조지프 스티글리츠·미 컬럼비아대 교수(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지난 10년간 멕시코의 1인당 국민소득은 1% 증가에 그쳤다. 남미 대부분의 지역보다는 낫지만 그 이전에 비해선 훨씬 가난해졌다. 1948~73년 멕시코 경제는 연평균 3.2%의 성장을 지속했다. NAFTA는 10년새 미국과 멕시코의 소득격차를 10.6%나 더 벌려놨다."

[번역문]

올해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10주년을 맞지만 축하의 목소리는 최초 체결자들의 기대보다 너무 조용하다. 미국에서는 NAFTA 반대자들의 가장 끔직한 경고나 지지자들의 가장 희망찬 기대 모두 실현되지 않았다. 하지만 멕시코에서 그 협정은 여전히 논란을 야기하고 심지어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로스 페로가 예견했던 “온 나라에서 일자리가 (멕시코로) 빨려들어가는 거대한 소리”는 미국에서 아직 들리지 않았다. NAFTA 초기 6년간 미국의 실업률은 기록적으로 낮아졌다. NAFTA는 멕시코에도 혜택을 안겨줬다. 멕시코가 1994년 12월 금융위기 이후 급속히 회복한 것은 월 스트리트의 긴급 구제가 아니라 NAFTA에 의해 촉발된 미국과의 무역 덕분이었다.

하지만 초기에 멕시코가 수출확대로 얻은 혜택은 이후 미국 경기침체와 중국 제품과의 경쟁격화로 줄어들었다. 옥수수농장의 가난한 멕시코 농부들은 대규모 보조금을 받는 미국산 옥수수와 힘든 싸움에 직면했다. 주요 은행들이 외국 자본에 팔려나가면서 멕시코 중소기업들은 돈줄을 걱정하게 됐다.

지난 10년간 멕시코의 1인당 국민소득은 1% 증가에 그쳤다. 남미 대부분의 지역보다는 낫지만 그 이전에 비해선 훨씬 가난해졌다. 1948~73년 멕시코 경제는 연평균 3.2%의 성장을 지속했다. NAFTA는 10년새 미국과 멕시코의 소득격차를 10.6%나 더 벌려놨다.

실제적인 이득은 양쪽 다 적다. 관세율은 매우 낮아졌어도 비관세장벽은 여전하다. 양국의 소득격차가 갈수록 벌어져 엄청난 이민 압력을 낳았다.

NAFTA는 유럽연합(EU)보다는 훨씬 온건한 계획이다.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은 물론, 공통의 경제규제나 공통 화폐도 애초부터 구상에서 빠졌다. 하지만 NAFTA에는 북미 대륙을 통틀어 민주주의를 약화시킬 수 있는 기업들을 위한 새로운 권리가 숨겨져 있었다.

NAFTA 아래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규제로 피해를 입는다고 여기면 특별 법정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승소하면 그들은 연방정부로부터 직접 보상을 받는다. 지금까지 청구된 배상액만 1백30억달러(약 15조6천억원)가 넘는다. 손해배상 요구는 대부분 기각됐지만 기업들은 NAFTA를 통해 이뤄내고 있다. 반면 외국 기업의 행위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국제 법정에 제소하거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아예 막혀 있다. 환경이나 건강, 안전에 있어서 아무리 중요한 규제도 NAFTA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이 모든 것은 범미주자유무역협정(FTAA)이나 미국과 양자 무역협정 체결을 추진중인 나라들에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자유무역협정이 번영을 약속하지는 않는다. 미국은 협상 테이블에서 농업이나 비관세장벽 논의는 일절 배제하면서도 남미국가들의 주권 양보와 투자자 보호를 요구한다. 불행히도 많은 약소국들은 협정을 통해 이득을 볼 수 있으리라는 공상을 품고 있다.

불공정 무역협정을 통해 미국의 특정집단들이 이익을 보겠지만 안정되고 잘사는 이웃나라를 둬야 하는 미국의 국가이익은 보장될 수 없다. 이미 미국의 이같은 행동방식은 광범위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이렇게 맺은 자유무역협정의 결과가 NAFTA에서 멕시코가 얻은 것보다 낫지 못하다면 지구촌의 평화와 번영은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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