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지원 없으면 의학논문도 없다' --약업

임상시험 연구비 기여도 정부 추월 시간문제

각종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위해 소요되는 연구비 가운데 제약기업과 생명공학기업들의 지원 기여도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연구비 지원의 중심축과 주도권도 정부와 공공부문으로부터 제약·생명공학기업쪽으로 서서히 '권력이동'해 가는 추세가 눈에 띄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리스 요아니나大 의대·라리사大 의대의 존 P. A. 요아니디스 교수·아포스톨로스 A. 아날라토스 교수 공동연구팀(위생학·역학)은 17일자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 최신호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요아니디스 교수는 미국 매사추세츠州 보스턴에 소재한 터프츠大 의대의 교수직도 겸임하고 있는 학자이다.

보고서에서 요아니디스 교수는 '제약·생명공학기업들이 인용빈도가 가장 높은 의학논문들 대부분에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연구결과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심지어 다빈도 인용 의학논문 가운데 절반 가량이 제약·생명공학회사 이외의 다른 연구비 소스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라는 것.

그의 연구팀은 지난 1994년부터 2003년 사이에 발표된 의학논문들 중 다른 논문들에 의한 인용횟수가 가장 빈번했던 289건을 대상으로 저자와 연구비 지원 소스(sources)의 관계를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했었다.

인용횟수가 많은 논문들을 조사대상으로 했던 것은 그것이 연구의 질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더라도 연구의 영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손쉽고 객관적인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분석 결과 전체의 76%가 최소한 1인 이상의 대학교수들, 또 57%가 1곳 이상의 병원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비 소스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60%가 정부 또는 공공적 성격의 재원을 통해 비용이 조달되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제약·생명공학기업은 36%로 뒤를 이었다.

또 인용횟수가 가장 높았을 뿐 아니라 무작위 추출 및 대조群과 비교검토하는 방식으로 수행되었던 77건 가운데 84.5%에 해당하는 65건이 제약·생명공학기업들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제약·생명공학기업들의 연구비 지원 기여도는 갈수록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지난 1999년 이후 발표된 논문들 중 가장 인용횟수가 많았던 32건 가운데 제약·생명공학기업들이 유일한 연구비 지원 소스로 나타난 사례가 56.3%에 달하는 18건으로 집계되었을 정도.

요아니디스 교수는 '사람들의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성격의 연구일 경우 정부와 공공부문으로부터의 투자가 보다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입력 2006.03.20 05:00 PM, 수정 2006.03.20 06:0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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