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상품방지무역협정(ACTA)에 대한 개요 및 문제점

위조상품방지무역협정(ACTA)에 대한 개요 및 문제점

 

 

1. ACTA 논의 경과와 배경

 

2006년 미국과 일본이 위조 상품이나 저작권 침해품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무역협정이 필요하다는 공식 제안을 함.

 

특이한 점은, 새로운 무역협정을 위한 기존의 논의틀인 세계무역기구(WTO)나 지적재산권 조약을 관장하는 유엔기구인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제안을 한 것이 아니라, 복수국간 협정을 제안하였다는 것임.

 

2006-2007년에 개최된 사전협의에는 캐나다, 유럽연합, 일본, 스위스, 미국이 참가하였고, 2008년 6월에 한국을 비롯한 호주, 캐나다, 멕시코, 모로코,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이 참여함.

 

2008년 6월 1차 협상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8차 협상이 진행되었고(6차 협상은 2009년 11월 4-6일, 한국에서 개최), 9차 회의는 다음 주(2010년 6월 28일-7월 1일) 스위스에서 개최될 예정임.

 

ACTA 는 위조 상품(counterfeit, 상표 침해품을 말함)과 저작권 침해품(영문으로 ‘piracy’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한국 정부는 ‘불법복제’란 표현을 사용함)이 국제적으로 대량 유통되는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로 제안되었음. 그러나 실제로는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민사 소송이나 형사 소송의 특별한 규칙을 만들고, 세관 당국에 의한 국경 조치를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특히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를 규제하는 내용도 들어 있음.

 

2. ACTA 긴급 성명의 배경

 

그 동안 ACTA는 비밀 협상으로 진행되었고 소수의 이해관계인(지재권 산업계)에게만 협정문의 열람이 허용되었음. 이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제기되었고 유럽연합의회에서 협상의 투명성에 대한 공개적인 문제 제기가 있었음. 이에 따라 2010년 4월 협정문안이 공개되었음. 협정문안이 공개되자 이에 대한 분석 작업이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진행되었고, 공익단체 대표들과 지재권 전문가, 학자들 약 100명이 지난주에 미국 워싱턴에 모여 그간의 분석내용을 검토하였음. 그 결과 ACTA 협상국 대표들이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ACTA가 공공정책 관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긴급 성명을 채택하게 되었음.

 

3. ACTA 협정의 문제점

 

이 번 긴급 성명은 ACTA 협정의 문제점을 7개 분야로 나누어 지적하고 있음(기본권과 자유, 인터넷, 의약품 접근권, 지적재산권법의 범위와 속성, 국제무역, 국제법과 기구, 민주적인 절차). 이처럼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ACTA는 단순히 위조상품을 근절하려는 국제 공조를 위한 조약이 아니라, 위조상품이나 저작권 침해품과는 관련이 없는 내용까지 포함한 포괄적인 조약임을 알 수 있음.

 

특 히 ACTA 협정문의 제2장에서는 민사절차와 형사절차에 대한 실체 규범을 정하고, 국경조치(세관 등에서 위조상품의 통관을 보류하는 조치 등)와 관련된 새로운 국제 규범을 만들며, 인터넷에서의 저작권을 더욱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음. 그런데 ACTA 협정문의 제2장에 포함된 내용들은 일반적인 사법 절차나 행정 절차에 기본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원칙들은 무시한 채, 지적재산권 분야에만 적용되는 특별한 예외들로 가득 차 있음. 이에 대해 지재권 예외주의라는 강력한 비판이 있으며, 형사피의자에게도 적용되는 ‘무죄추정 원칙’을 부정하고, 지재권 침해의 의심을 받은 자에게는 ‘유죄’를 추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음. 또한 지재권 침해의 의심을 받은 자에게도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제약하고 있음. 특히 국경 조치에서 세관 당국은 직권으로 지재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고 수입품을 직권으로 폐기처분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수입업자가 의견을 제시할 기회는 보장하지 않고 있음. 또한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에게 이용자의 저작권 침해에 대해 과도한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거나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이 이용자들을 감시하도록 조장하고 있음.

 

ACTA 협정의 문제점은 WTO 분쟁사건으로 이미 현실화된 바 있음. 작년 국제에이즈지원기구(UNITAID)에서 클린턴재단의 지원을 받아 아프리카와 남미 지역의 에이즈 환자들에게 공급하려는 의약품이 네덜란드 세관 당국에 의해 좌절된 바 있음. 이 의약품은 인도 제약사에서 생산한 것으로 수출국(인도)과 수입국에서 지재권 침해 문제가 없는 의약품인데, 남미로 가던 도중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환적(in-transit)하는 과정에서 네덜란드 세관에 의해 압류 당하였음. 이유는 인도 제약사의 의약품이 네덜란드의 특허권을 침해하였다는 것임. ACTA는 수출국이나 수입국의 지재권을 침해하지 않더라도 환적 국가에서 지재권 침해가 문제될 여지가 있으면 세관의 압류 조치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음. 이러한 조치에 대해 인도와 브라질은 2010년 5월 12일 네덜란드와 유럽연합을 상대로 WTO 분쟁해결절차를 개시하였음.

 

또 한 ACTA는 누군가의 지재권 침해 행위에 자신의 서비스가 이용되기만 하면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중개자, intermediary)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음. 지재권 침해 행위에 개입하지 않은 서비스 제공자에게 법적 책임을 지우는 것은, 가령 지재권 침해품을 단순히 배달만 하는 택배회사에게도 지재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것임.

 

ACTA 는 이를 추진하는 소수 국가(미국, 유럽연합, 일본)가 지재권 강화를 통해 얻는 무역수지 흑자폭을 더 늘릴 수 있는 국제규범을 만들겠다는 것이지, 위조상품의 근절과는 관계가 없음. 위조상품은 현행 국제조약에서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범죄행위임. 지재권 수출국의 기업들이 지재권 침해를 빌미로 사법절차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소송을 손쉽게 제기하도록 하고 과다한 배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며 경미한 지재권 침해 행위까지도 형사 처벌의 대상으로삼는 ACTA는, 이번 긴급 성명에서 지적한 것처럼 기존의 국제법과 충돌 문제를 낳고, 기본적 인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무역에 오히려 장애를 초래할 것이다.

Shar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