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제약사 시판 후 조사 '맘에 안들어' -- 약업


신속 허가결정 조건 불구 65%가 착수도 안해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FDA는 허가가 신청된 신약에 대한 검토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대신 승인결정을 내린 후에도 해당제품의 효능과 안전성을 보다 확실히 입증하기 위한 시판 후 조사를 진행토록 제약기업측에 숙제(?)를 부과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제약기업들이 그 같은 의무를 충실히 이행치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FDA가 3일 공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30일 현재까지 시판 후 조사를 약속했던 1,231건 가운데 65%에 해당하는 797건이 심지어 아직 착수조차 하지 않았거나, 여전히 착수를 위한 준비단계(pending)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또 231건은 시판 후 조사가 '현재진행형'이고, 172건은 조사작업이 종료되어 관련자료가 FDA에 제출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나마 797건이라면 한해 전의 812건에 비하면 소폭 감소한 수준의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관련, FDA가 처음으로 시판 후 조사에 대해 면밀한 모니터링에 나섰던 지난 2002년의 경우 시판 후 조사가 약정되었던 1,339건 가운데 61%에 달하는 820건이 준비단계에 있는 것으로 집계됐었다.

이에 따라 FDA가 제약기업들에 대해 시판 후 조사를 조속히 진행토록 요구할 수 있는 강제시행 권한이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공화당의 찰스 그래슬리 상원의원(아이오와州)과 민주당의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의원(코네티컷州)은 지난해 그 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을 제출했었다.

민주당의 모리스 D. 힌치 하원의원(뉴욕)은 '많은 제약기업들이 FDA에 의해 부과된 의무를 이행치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환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들과 의약품 안전성 모니터링 단체들도 'FDA가 허가를 검토할 때 보다 철저한 자료를 제약기업측에 요구해야 할 것'이라며 공감을 표시했다.

FDA 신약국의 존 젠킨스 국장도 '3분의 2 정도가 착수조차 안했다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젠킨스 국장은 '공식적으로 착수가 연기되고 있는 것은 전체의 5% 정도에 불과하지만, 제약기업들이 시판 후 조사의 진행에 지나치게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노정되고 있다는 점도 감안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FDA가 시판 후 조사를 요구할 때 시한(時限)을 지정해 주지 않았다는 사유로 제약기업들이 의도적으로 의무이행을 기피하는 것이라고 매도할 수만은 없어보인다는 것.

한편 미국 제약협회(PhRMA)의 앨런 골드해머 부회장은 '하나의 신약이 발매를 허가받기 까지 이미 오랜 시간과 어려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이 감안되어야 할 것'이라는 말로 제약업계를 두둔했다. 따라서 준비 중이라는 것이 곧 무조건적인 제쳐놓기 또는 시간끌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설명.

일각에서는 제약기업측이 이행을 약속한 시판 후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더라도 모든 과정을 완료하기까지 지극히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이해가 필요하다는 견해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항암제의 시판 후 조사에 참여한 환자들 가운데 이중맹검법 방식의 연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해 자신에게 플라시보가 투여되기를 원하는 경우를 찾기란 불가능하다는 것.

FDA로부터 허가를 취득했던 항암제들 가운데 시판 후 조사의 요구조건을 충족하는 사례가 5건당 1건 꼴에 불과한 현실도 그 같은 어려움에 기인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시판 후 조사를 진행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데 반해 의무이행에 따른 인센티브가 적다는 점을 또 다른 걸림돌로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숙제를 안했다고 매만 들기엔 의외의 장애요인들이 산적해 있다는 볼멘소리들에도 귀를 기울여 달라는 것이 제약업계의 '희망사항'이라는 것이다.

FDA의 캐슬린 퀸 대변인은 '앞으로 수 주 이내에 시판 후 조사 제도에 대한 그 동안의 평가와 개선방향에 대한 연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입력 2006.03.06 06:26 PM

Shar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