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안느35'는 '사람 잡는' 피임약, 먹지 마!

"'다이안느35'는 '사람 잡는' 피임약, 먹지 마!"

[기고] 누군가 죽을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기사입력 2007-06-29 오후 12:19:36 프레시안

 

 

tV 광고를 통해 피임약으로 널리 알려진 '다이안느35'의 안전성을 놓고 제약회사 쉐링과 시민단체 사이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시민단체는 "다이안느35는 심각한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여드름과 같은 피부 질환 치료제로만 사용돼야 한다"며 "쉐링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다이안느35를 피임약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쉐링은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여드름이 있는' 여성을 위한 피임약으로 승인을 받았고 다른 용도로 사용할 때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알렸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역시 쉐링과 똑같이 해명하면서 "단 광고 내용이 소비자가 피임약으로 오인할 수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해명에 대해 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제기한 '건강 사회를 위한 약사회' 측에서 반론을 보내왔다. 강아라 사무국장은 "다이안느35는 심각한 피부 질환 치료가 필요한 여성에게만 사용돼야 한다"며 "TV 광고를 보고 누구나 쉽게 다이안느35를 피임약으로 간주하고 약국에서 사는 상황에서 쉐링과 식약청의 변명은 뻔뻔하다"고 지적했다. <편집자>

  
  초국적 제약회사 쉐링은 여성 호르몬제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대표적 기업으로 세계 매출 11위를 자랑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쉐링은 다양한 호르몬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 중 한 가지 제품이 바로 '여드름이 있는 여성을 위한 피임약'인 '다이안느35'이다. TV 광고에서, 그리고 수많은 여성지 광고에서 나오듯이 이 약물은 '피임약'으로서 허가를 받았다. 비록 '여드름이 있는 여성'이라는 단서를 붙이기는 했으나 상큼한 10대, 20대 여성이 나오는 그 광고를 보고 그 누가 이 약물이 '심각한 여드름'을 지닌 여성만이 복용해야 하는 피임약이라고 감히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다이안느35는 1982년 인도네시아에서 최초로 허가를 받은 이후 유럽, 아시아 등으로 판매 범위를 넓혀갔다. 이 때 이 약물은 'NO BABY, NO ACNE'라는 문구로 피임과 여드름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블록버스터로 성장했다. 그러나 1994년 독일에서 한 여성이 이 약물을 복용하다 간암으로 사망한 후, 더군다나 정맥혈전색전증을 유발할 위험까지 크다는, 쉐링이 거부할 수 없었던 객관적 자료들이 쏟아져 나오자 'NO BABY' 토끼는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NO ACNE' 토끼도 안전할 수 없었다. 호르몬 불균형으로 생기는, 그리고 항생제로 치료를 해도 듣지 않는 '심각한' 여드름 치료제로만 이 약물을 사용하도록 캐나다, 영국, 독일 등 유럽에서 규제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장기간 복용하기보다는 단기간만 사용하도록 규제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최초로 2001년 이 약품을 시판했을 때, 쉐링은 다시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리한 것만 보는 초국적 제약자본
  
  쉐링은 1999년 국내에서 허가 신청을 할 때, 그동안 다른 나라에서 있었던 모든 경고를 잘 알고 있었다. 1990년대 중ㆍ후반에 걸쳐 다이안느35에 대한 안전성 검사가 여러 나라에서 시행되었고, 이 약으로 인한 부작용 사례들이 속속들이 보고되었다. 이 때문에 쉐링은 피임만을 위해서는 이 약을 사용하지 말라는 서한까지 발송해야 했다. 그러나 쉐링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아직도 자신의 이윤을 보상해줄 국가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초국적 제약회사는 전 세계 동일 약가 정책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가난한 나라든, 부자 나라든 약값은 세계 어디서나 똑같아야 한다는, 그래서 하루 1달러도 안 되는 생계비로 살고 있는 민중도 하루 수십 달러의 약값을 지불해야만 살 수 있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약의 안전에 대해서는 딴 소리를 하고 있다. 한 국가에서 위험한 약이 바다를 건너 다른 나라로 가면 안전한 약이 된다고 주장한다.
  
  쉐링은 전 세계 70개국에서 이 약을 판매하고 있다. 그 중 60%의 국가에서 피임약으로 사용을 하고 있으므로 너희 나라 여성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쉐링은 자기 입으로 한국을 비롯한 60%의 국가에서 사기를 치고 있노라고 실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쉐링은 효능ㆍ효과를 축소시킨 일부 나라들, 즉 나머지 40%의 나라는 규제당국이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한다.
  
  초국적 자본의 거짓에 함께 놀아나는 '느슨한' 규제당국을 원하는가. 특허권을 요구할 때 그들이 얼마나 '까다로웠는지'를 새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임상자료를 만들어내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기 때문에 그 자료는 너무나도 소중한 것이고, 결국 가난한 환자들의 목숨까지 담보로 잡는 초국적 제약사들의 '임상자료'에 대한 애착을 생각해 보았을 때 왜 '의약품 안전'에 관한 자료는 그토록 쉽게 폐기시킬 수 있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도 초국적 제약회사를 대변하는 미국은 '자료독점권'을 강력하게 요구했고 결국 이를 관철시켰다. 여기에서 우리는 서로 얼굴이 다른 '자료독점권'을 본다. 그들에게 유리한 자료를 '독점'하여 특허를 연장시키고 약값을 올릴 수 있는 권리와, 그들에게 불리한 자료를 '독점'하여 불안전한 약물을 안전하게 탈바꿈시켜 판매액을 늘릴 수 있는 권리.
  
  약을 먹고 죽을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초국적 제약회사와 우리 민중이 원하는 바는 일견 같아 보인다. 환자들의 의료 질 향상. 그러나 그 내용은 철저히 상반된다. 초국적 제약회사에게 '의료의 질'은 그 약값과 비례한다. 우리 민중이 말하는 '의료의 질'은 가장 안전한 약물을, 가장 필요로 하는 환자가, 가장 적정한 약값으로 복용하는 것이다. 같은 언어가 이처럼 내용이 달라져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의약품은 당연히 효과와 부작용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동전의 양면처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약물을 복용할 때에는 이익 대비 위험률을 보는 것이다.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전혀 없어야만 그 의약품을 복용할 수 있다'는 어리석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 환자들이 가장 적합하고, 가장 안전한 약물을 복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의약품이 얼마나 안전한지에 대해 민감하고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콘택600'이 시장에서 퇴출되었을 때 국내에서 이 약을 먹고 사망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누군가가 죽을 때까지, 그래서 그 어려운 의료 사고 소송에서 승소할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희생양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예측 가능한 그 희생양을 막아내는 것이 '약'을 먹는 우리의 바람이 아닐까.
  
  초국적 제약자본은 이제 더 이상 괴기스러운 자본의 언어로 우리를 기만하지 말라. 민중들의 언어로, 환자들의 언어로 이야기하라. 내가 원하는 것은 너희들의 돈과 목숨이라고. 나의 이윤을 위해 너희들의 안전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이러한 민중의 언어로 실토하게 만들어 저들의 본질을 철저히 드러내고, 결국 우리의 언어를 관철시키는 것이 이제 우리에게 남은 몫일 것이다.

 
 
 


/강아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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