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국의 과학, 특허대안으로서의...

한국의 과학, 다른 나라의 과학



한국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나는 그동안 *교수를 모범적인 과학자로 여겨왔다. 그는 막대한 부를 모으기 위해 자신의 연구 성과를 특허권으로 묶어두려고 하기보다는, 21세기 ‘열린 과학’의 모델 속에서 과학을 진전시키려고 한 것으로 보였다. * 교수의 조작 때문에 이런 기대가 수포로 돌아간다면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제학자들이 낡은 특허 시스템보다 한국의 ‘개방형’ 모델을 선호한 데는 많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연구 성과의 공개와 공유를 권장한다는 점이다. 특허 시스템은, 특허를 낼 수 있는 수준에 이를 때까지 연구 결과를 숨기도록 부추긴다. 특허를 받고 나면 연구자들이나 그 연구에 돈을 댄 회사들은 그 내용을 발전시키기보다는 그 내용 안에서 맴돌며 많은 돈을 벌어들이려고 한다.

미국 식품의약청의 조사 결과를 보면, 신약의 4분의 3은 기존 약의 성능을 복제하는 것이다. 특허는 비용을 높여 다른 연구를 방해할 수도 있고, 특허 의약품은 경쟁시장 가격보다 3~4배 비싸게 매겨져 가난한 병자의 접근을 막는다.

한국에서 추구된 열린 과학 모델은 특허에 매달리는 연구보다 훨씬 효율적인 대안이다. 특허 시스템의 지지자들은 특허가 연구자에 대한 유일한 보상수단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거짓이다. 열린 과학 모델에서도, 연구자에 대한 보상은 정부나 연구를 촉진하기 위해 설립된 다양한 기관들에 의해 사전에 지급된다. 뛰어난 연구는 보상받을 수 있고 보상받아야 한다. 굳이 특허 독점을 통할 필요는 없다.

내가 (조작이 드러나기 전) *교수와 관련한 보도를 신선하게 느낀 건 이런 배경에서다. *교수는 특허기관으로 달려가지 않았다(못했다?). 그는 자신의 작업으로 확실히 명성을 얻었고 넉넉한 보상을 받았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그의 성과는 누구나 자유롭게 키워갈 수 있는 공적인 영역에 있었다. 물론, 그의 성과가 몽땅 조작의 산물이라면 키워나갈 게 그리 많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하지만, 연구를 조작하는 것은 특허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자사에서 만든 의약품의 불리한 증거들을 은폐하려는 제약업체에 관한 보도들이 매주 쏟아지고 있다. 미국 의약잡지들은 연구자들을 대신해 제약업체들이 쓴 허깨비 논문들로 점철돼 있다.

의약품 승인 과정에서도 평가자들은 제약업체들로부터 자주 돈을 받는다. 열린 과학이 과학적 조작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특허 시스템이 뒷받침하는 연구보다 조작을 적게 하리라고 믿는 것은 확실히 합리적이다.

나는 이런 조작이 한국에서 일어난 것이 너무 유감스럽다. 나는 50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부유한 나라로 스스로를 변모시킨 한국의 성공을 늘 높게 평가해 왔다. 한국은 경제학자들의 통념을 상당히 거부함으로써 이런 성과를 냈다.

시장지향적 발전의 길을 취하면서도, 주요한 산업 부문을 육성하고 국제적인 경쟁력이 생길 때까지 정부에 크게 의존했다. 이런 이유에서 한국은 정통의 틀 안에 속박돼 있는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등이 촉구해온 발전경로에 대한 유력한 대안이다.

과학적 조작에는 어떤 변명의 여지도 있을 수 없다. 과학의 발전은 연구자의 정직성에 의존한다. 하지만 나는 *교수의 연구 결과 가운데 일부라도 실제로 있는 것으로 확인되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한국의 발전 방식의 성공과 열린 과학의 잠재성이 증명되기를 바란다.

딘 베이커/미국 경제정책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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