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약의 의약품 적색경보 12호] 머릿니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지 마세요!
머릿니약, 린단!
아이에게서 머릿니를 발견하고 당황하는 부모님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어린이 100명 중 4명이 머릿니에 감염되었다고 한다(2008). 시장에서는 골동품이라 여겼던 참빗이 동나고 있으며 머릿니 치료제를 찾는 환자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머릿니, 옴 약은 린단 제제이다. 린단은 DDT와 같은 유기염소계 살충 성분으로서 발암물질로 분류되어 있다. 인간과 포유류의 지방질과 신경 조직에 저장되어 어지럼증, 두통, 지각이상, 발작 등 중추신경계에 독성을 나타낼 수 있으며 사망 또한 보고되었다. 특히 유아나 어린이, 노령자, 50kg미만 환자에게는 심각한 신경 독성이 나타날 확률이 더 높다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직접 이 약을 사용하는 것의 위험성 뿐만 아니라 치료제로 사용하고 난 후 씻긴 물이 음료, 강, 호수, 물고기, 야생동물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사용을 금지하였다. 캐나다 또한 위험도 분석을 통해 인간과 환경에 심각한 위험을 야기한다는 결론을 얻고 2005년 린단의 살충제 사용을 중지시켰다. 호주, 브라질에서도 독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시판하지 않고 있으며 멕시코에서도 린단의 모든 사용을 단계적으로 중단시키는 플랜을 작동중이다.
1995년 저명한 영국의학저널에 따르면 린단의 효과는 타 치료제에 비해 상당히 떨어진다고 한다. 효과가 부족하기 때문에 반복적 사용을 하게 되고 이는 적혈구 생성을 낮추게 된다. 따라서 린단을 머릿니나 옴 약으로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일부 국가에서조차도 린단을 1차 치료제가 아닌 2차 치료제로 제한하여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006년 린단의 중추신경계 부작용을 우려하여 처방을 받아야만 구입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국립독성과학원(현재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서는 2008년 유기염소계 살충제와 린단의 혈중 노출 실태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초등학생 100명 중 6명의 혈액에서 살충성분인 린단이 검출되었다고 밝혔다. 이 중 일부 초등학생들은 린단을 직접 사용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혈액에서 살충성분이 검출되는 당혹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다른 경로를 통한 노출원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혀졌지만 이후 어떠한 추가 조사도, 추가 조치도 시행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린단은 여전히 머릿니 치료제의 선봉에 서 있다. 외국에서도, 식약청에서도 인정했듯이 린단은 위험한 약이다. 머릿니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까 걱정이다.
2010년 10월 26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