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경보11호]악명높은 이소트레티노인을 안전하게 먹기 위한 안내서

[건약의 의약품 적색경보 11호]

악명높은 이소트레티노인(로아큐탄 등)을 안전하게 먹기 위한 안내서

 

 

2010년 2월 미국 식품의약품안전국(FDA)은 이소트레티노인(isotretinoin)의 설명서 경고란에 이 약의 복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심각한 피부 부작용(다양한 형태의 홍진, 스티븐- 존슨 증후군(SJS) 독성 피부 괴사(TEN))을 추가 했습니다. 이로서 A4용지 8장에 이르는 미국의 이소트레티노인 복약 안내서(medication guide)는 더 길어지겠지요.

 

1. 이소트레티노인(로아큐탄 등)은 어떤 약일까요? 

먹는 여드름 치료제인 이소트레티노인(상품명 :로아큐탄Ⓡ 외 21종)은 심한 중증의 여드름에 쓰이는 가장 효과 좋은 약이지만, 태아의 기형이나 사망을 일으킬 수 있는 등의 심각한 부작용으로 악명 높은 약이기도 합니다. 먹는 항생제를 포함한 다른 여드름 치료제가 모두 실패했을 때에만 고려해 볼 수 있는 이 약은 여드름 치료제의 마지막 카드라고 할 수 있어요.

 

2. 이소트레티노인(로아큐탄 등) 무엇이 문제인가요? 

이 약을 처방받은 환자의 90%가 경험하는 안구건조, 코, 입안의 점막건조의 부작용은 애교수준입니다. 80%가 경험하는 피부 박리나 구강, 구순염도 흔하고 보편적인 부작용 중 하나죠.
가장 심각한 부작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이소트레티노인은 태아의 기형이나 사망을 일으킬 수 있는 최기형성 약물이기 때문에 가임여성, 임산부, 수유부에게는 절대 금기이며 이 약물을 복용 중이거나 중단 후 한달이 지나기 전까지는 헌혈도 엄격하게 금지되어야 합니다.
둘째, 이소트레티노인은 혈액 내 지방이나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당뇨, 비만, 알코올 중독, 고지혈증 등의 지방과 관련된 질환이 있을 경우 더욱 주의해야 하며 이 때문에 복용시엔 정기적인 혈액검사가 필요합니다.
셋째, 이소트레티노인은 우울증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약은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환자가 충분히 이해한 후에 사용되어야 합니다. 의사와 약사는 이소트레티노인에 대해 환자에게 설명하고 부작용에 대한 예방 방안을 알려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3. 우리나라의 안전성 관리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요? 

식약청에서는 다빈도 처방이면서 부작용 우려가 큰 의약품 20종에 대한 환자용 복약 안내서를 2009년 7월 처음으로 발간했습니다(식품의약품 안전연구원 제작). 이소트레티노인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복약 안내서의 발행이 의무 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의사와 약사는 이 약의 복용환자에게 부작용에 대한 간단한 주의사항만을 전달할 뿐 이어서, 복용환자들이 이 약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기 힘듭니다. 왜 좋은 자료도 활용이 안될까요? 복약안내서 발행이 의무화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4. 다른 나라에선 어떻게 안전성 관리를 하고 있을까요?

 

유럽의 경우, 의약품의 인허가 정보는 Summary of Product Characteristics (SPC)를 통해 인터넷으로 제공하고 있고, 전문의약품의 경우 전문가용과 환자용을 구분하여, 환자에겐 환자용 의약품 설명서(Patient Information Leaflet)를 통해 환자 눈높이에 맞춘 의약품 정보 제공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마련하였습니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도 환자용 의약품 설명서를 제공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이소트레티노인 만을 위한 iPLEDGE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5. 미국의 iPLEDGE 프로그램이란 무엇일까요?

 

기존의 부작용 방지 방안이 제대로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 미국 FDA가 2006년 3월부터 실행하기 시작한 iPLEDGE 프로그램은 이소트레티노인(로아큐탄 등)을 처방할 때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가이드라인입니다,
이소트레티노인의 복용 계획을 설정해주고, 효과와 부작용을 충분히 환자에게 숙지시켜 복용기간 중에 심각한 부작용 발현을 최소화 하고, 여성의 경우 복용기간 전후 일정기간은 임신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으로 환자, 의사, 약사는 반드시 이 프로그램에 따라야만 약을 처방 받을 수 있습니다.
환자는 이소트레티노인을 복용하기 전에 의사로부터 이소트레티노인의 치료계획과 약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듣고 치료에 동의한다는 동의서에 사인해야 합니다. 만약 환자가 18세 미만이라면 부모나 보호자가 함께 동의서에 사인해야 하구요.
의사는 환자에게 약물의 효과와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iPLEDGE 프로그램에 따라 치료할 것을 교육했다는 내용의 동의서에 역시 사인해야 합니다
약사는 의사의 처방에 의해서만 이소트레티노인을 1달 이하의 단위로 조제투약하고 환자에게 충분한 약물 정보를 제공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위의 방안을 따르지 않으면 절대로 이소트레티노인을 처방받을 수 없죠.

 

6. 안전하게 약을 먹을 권리!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위와 같은 수준의 엄격한 안전성 관리를 하는 나라도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부작용 예방방안은 한참 모자란 수준입니다. 복약지도서 조차도 의무화 되어있지 않습니다.
물론 충분히 설명해주는 의, 약사도 있고 설명서를 꼼꼼히 읽는 환자들도 있지만,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가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는 거죠. 또한 식약청의 안전성 업데이트 뉴스들은 소리 없는 메아리와 같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합니다. 의약품 부작용 신고와 안전성에 관한 우리나라의 인식의 현주소입니다.
먹는 여드름 치료제를 사용하기 전에 안전하게 약을 복용하기 위한 당신의 권리를 주장하세요. 인터넷 검색창이 아닌 처방해 준 의사에게 약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요구하시고 약사에게 환자용 복약안내서를 요구하세요.

이런 요구는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제기되어왔고 2007년에는 환자가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약물을 복용할 수 있도록, 오남용 우려 의약품이나 중독가능성이 있는 향정신성 의약품을 대상으로 복약지도는 물론 약물복용안내서를 의무 제공하도록 하는 법안이 최순영의원(민노당)을 통해 추진되었다가 무산된 바 있습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환자들이 안전하게 약을 복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안전장치를 강화해야 합니다. 의, 약사들은 환자들에게 복용법과 부작용 등에 관해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할 의무가 있고, 또한 환자들은 이를 들을 권리가 있습니다. 식약청은 환자들이 위험 가능성이 있는 약을 복용하기 전에 주의사항을 충분히 숙지할 수 있도록 복약 안내서 발행의 의무화라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것이 이소트레티노인(로아큐탄 등)과 같은 문제있는 약물로부터 환자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길입니다.

 

 
2010년 3월 18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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