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싸게 사서 이중수익 올리고 ‘부당청구’ --프로메테우스

병의원과 약국의 소매마진 원칙적으로 불인정

오창엽 기자 메일보내기


일부 병의원과 약국이 제약회사로부터 약을 싸게 구입하고 그보다 비싼 값으로 구입한 것처럼 허위로 급여를 청구해 이중의 수익을 얻고 있는 것이 밝혀졌다.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에 따르면 지난 3년간 362개 병의원과 약국에서 제약사의 할인, 할증, 끼워팔기 등 제약사의 리베이트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약값 소매마진 대신 처방료와 조제료 지급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에서 약값은 ‘실거래가 제도’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병의원과 약국이 제약회사나 도매상에서 실제 구입할 당시의 가격만큼만 건강보험 급여로 지급하는 것이다. 일반 도소매업과는 달리 약은 국민건강과 밀접한 공공재이기 때문에 병의원이나 약국에서 소비자 부담이 되는 소매마진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의사에게는 처방료를 약사에게는 조제료를 지급하여 전문적 기술에 대해 별도의 보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병의원과 약국들이 실제로는 싼 값에 약을 구입하고 비싼 값에 약을 구입한 것처럼 허위로 급여를 청구해 이중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를 가리켜 ‘부당청구’라 하는데 할인, 할증, 끼워팔기 등 제약사의 리베이트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병의원과 약국의 이러한 약값 부당청구 행위를 감시하기 위해 수시로 현장조사를 실시한다. 현장조사를 통해 병의원과 약국이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한 금액과 실제 장부상의 금액이 차이가 날 경우 차액을 환수조치하고 약값을 조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적발된 건수만 262개 기관, 92만 건, 2억여 원

장향숙 의원은 이런 현장조사 결과, “부당청구 행위로 지난 3년간 적발된 기관수가 무려 362개 기관”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제약사로부터 싸게 공급받은 약을 보험청구할 때는 실제 구입가보다 비싸게 청구해 부당한 이득을 얻었던 것이다. 이들이 건강보험공단에 장부를 조작해 청구한 건수만 총 92만5,605건에 달하고 금액상으로는 2억1,500여만 원에 달한다.(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출자료)

연도별로는 2002년에 138개 기관 51만8159건, 2003년 115개 기관 17만7,614건, 2004년 109개 기관 22만9,832건 등이 현장조사 결과 부당청구행위로 적발됐다.

기관별로 보면 약값 부당청구행위가 가장 많이 일어난 기관은 약국으로 지난 3년간 적발된 기관이 총 230개 기관으로 건수만 해도 70만8,034건에 이른다. 다음으로는 병원급 의료기관이 3년간 43개 기관에서 9만3,671건이 적발됐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75개 기관이 적발됐고 적발건수는 8만9,176건이다. 종합병원급 이상에선 14개 기관 3만4,724건이 적발됐다.

제약사의 할인, 할증, 끼워팔기가 성행하는 이유

병의원이나 약국에서 약을 싸게 구입해서 비싸게 팔 수 있는 이유는 제약사나 의약품 도매상이 자사 제품을 좀 더 많이 팔기위해 병의원과 약국을 대상으로 다양한 로비와 리베이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방법은 할인, 할증, 끼워팔기 등으로 할인은 ‘보험약가로 정해진 금액보다 싸게 공급해주는 방법’이고, 할증은 ‘약값은 정액대로 받는 대신 장부거래상 품목보다 한 두 개씩 더 얹어주는 것’이고, 끼워팔기는 ‘약품을 구입할 때 거래한 물품 이외의 다른 물품을 끼워 파는 것’을 말한다.

이런 할인, 할증, 끼워팔기는 병의원이나 약국의 입장에서는 지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일 수 있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이고, 제약회사나 도매상 입장에서는 시장을 넓힐 수 있는 영업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당국이 이런 관행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근절시키기 어려운 상태다. 병의원이나 약국에서는 할인, 할증을 안 해주는 제약회사나 도매상과는 거래를 안 하려 하기 때문이다.

부당청구 어떻게 줄일 수 있나?

이에 대해 장향숙 의원은 세 가지 정책대안을 제시했다. 첫째, “약가 부당청구기관에 대해서 행정처분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병의원과 약국이 부당 청구했을 경우에 약가환수조치나 보험급여환급에 그치는 게 아니라 앞으로는 부당청구한 의료기관이나 약국에 대해 행정처분을 강화하여 부당청구 발생을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둘째, “보험약가 제도를 ‘보험 상환 의약품 목록(Positive List)제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약사가 할인, 할증, 끼워팔기 등을 하는 데는 약제비 지출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높고 제약사 간 가격이 하향평준화 되어 있는 요인이 있으므로 의약품을 보험에 등재할 때 현행과 같이 의약품허가만 받으면 거의 무조건 보험에 등재되는 것이 아니라, 진료에 필요한 약품을 선별적으로 보험에 등재시켜 적절한 수의 의약품 종류로 대다수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보험상환의약품목록(Positive List)제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해서 제약사간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고 약제비 지출을 절감하는 것이 부당청구의 원인을 줄이는 방법이다.

셋째, “부당청구행위 발생 시 제약사까지 조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법률상 부당청구 행위가 발생하면 병의원이나 약국만 조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제약사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장 의원은 “형평상 제공하는 쪽과 받는 쪽 모두가 처벌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므로 현행 법률을 개정해서라도 부당청구행위 적발시 제약사까지 조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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