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추된 이미지·신뢰도 제고에 전력투구
'월 스트리트 저널'과 NBC뉴스가 지난 1월 공동으로 진행했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들 가운데 불과 3%만이 '제약기업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반면 76%는 '제약기업들이 오로지 이윤창출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충격을 안겨줬다. 이 때문에 제약산업은 당시 조사결과에서 가장 신뢰도가 낮은 업종의 하나에 이름을 올리는 불명예를 안아야 했다.
최근 미국의 제약업계가 이처럼 밑바닥까지 실추된 일반 소비자들의 신뢰도와 이미지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한번 떨어져 나간 소비자들의 제약산업에 대한 애정을 되살리기란 결코 쉽지 않은 현안이라는 지적에도 상당한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9일 텍사스 州법원에서 시민판관 배심원들이 머크&컴퍼니社의 관절염 치료제 '바이옥스'(로페콕시브)를 복용하던 중 사망한 피해자의 미망인에게 2억5,300만 달러를 지급하라는 평결을 내린 것은 최근 미국의 보통사람들이 제약산업에 대해 갖고 있는 불신감을 새삼 확인시켜 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당시 배심원으로 참여했던 시민들은 머크측이 '바이옥스'의 위험성을 이미 인식하고 있었다며 일종의 '미필적고의'(未畢的故意)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바이엘社의 아서 히긴스 헬스케어 부문 회장은 '머크측에 내려진 평결은 제약업계가 그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 일반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케 케이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의 제약기업들은 너나없이 이미지 제고에 부심하고 있다. 의약품광고를 자제한다거나, 저소득층에 적은 부담으로 고가의 첨단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고, 임상시험 결과를 낱낱이 공개하는 등의 노력은 단적인 사례들.
다만 제약업계만큼이나 실추된 이미지로 노심초사하고 있는 다른 업계와는 달리 신뢰도 제고를 위한 공익광고를 행하는 방안은 강구되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화이자社의 카렌 케이튼 부회장은 '요사이 제약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는 지난 수 십년래 최저수준으로 곤두박질쳤지만, 이를 만회하기 위해 홍보를 강화하기보다는 환자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바에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럴만도 한 것이 최근 미국의 제약업계가 겪고 있는 고통은 상당부분 업계 스스로 자초한 결과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령 의약품의 고가화 경향으로 인해 많은 이들은 정작 질병에 걸렸을 때 필요한 의약품을 사용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품고 있다는 것.
TV의 황금시청시간대나 유명잡지의 주요 지면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광고전략을 실행에 옮겼던 것도 오히려 자충수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또 어느 정도는 발생이 불가피한 부작용에 대한 언급을 생략한 채 '모든이들에게 안전한 약물'이라는 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만 전념했던 광고기법도 불신을 키운 요인이었다는 분석 또한 따르고 있다.
게다가 널리 사용되고 있는 항우울제와 진통제들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던 것은 이미 의문부호가 제기된 제약업계에 대한 일반의 믿음에 다시 한번 치명적 생채기를 덧씌운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내부적으로 확보된 안전성 관련자료를 그냥 덮어두었다는 의혹이 고개를 들었기 때문.
일라이 릴리社의 시드니 타우렐 회장은 '제약업계가 로비활동을 통해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지만, 업계의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법들이 제정되지 못하도록 하거나 제약산업 친화적인 법규가 신속히 만들어지도록 하는데 국한되어 왔던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이미지 상실이라는 소탐대실의 결과로 귀결되었다는 것.
그 같은 현실을 인식했기 때문인 듯, 일부 제약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이미지 제고를 위한 광고를 방영하는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활발히 강구하고 있다.
TNS 미디어 인텔리전스社에 따르면 존슨&존슨社의 경우 올들어 5월까지만 전체 광고예산액 1억8,960만 달러 중 25.3%를 기업 이미지 광고와 질병에 대한 이해를 돕는 광고에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의 8.7%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배정액이 늘어난 수치.
반면 자사의 특정한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광고는 자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애보트 래보라토리스社의 마일스 화이트 회장은 '중요한 것은 무엇이 지금과 같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제약업계로부터 등을 돌리게 했는지를 깨닫고 유념하는 일이 급선무라는 점'이라며 훈수를 두고 나섰다.
가령 소비자들은 제약업계가 단순히 의약품만 생산할 것이 아니라 올바른 의약품 선택방법에 대해 솔직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원하고 있으며, 약물요법 못지 않게 식이요법이나 운동 등 약물 이외의 치료법에 대한 정보도 알려줄 것을 바라고 있다는 것.
바이엘의 히긴스 회장은 '제약업계가 의약품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해 좀 더 균형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도록 힘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제약협회(PhRMA)의 빌리 타우진 회장은 '상당한 논란 끝에 제약기업들이 자율적인 광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은 주목할만한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다트머스大 경영대학원의 폴 아젠티 교수는 '지금 위기를 겪고 있는 제약업계가 담배산업이나 화학업계와 같은 길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무너진 신뢰감을 다시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지속적인 노력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말로 결론을 대신했다.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입력 2005.08.26 08:04 PM
美 제약업계 '이대로 죽쑬 순 없다' --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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