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이 의약품접근권에 미치는 효과

자유무역협정이 의약품접근권에 미치는 효과
의약품과 민중 24호


권미란(민중의료연합 공공의약센터)


도하선언문은 WTO하에서 민중의 최소한의 치료접근권을 보장받기 위한 보호장치였다. 선언문은 물론 여러 가지 쟁점이 있고, 불완전하다 하더라도 건강이 무역협상보다 우선한다는 명제를 확인받았 다. 그러나 도하선언문에 포함된 내용을 완전히 무로 돌리고, 의약품 접근권 을 위한 돌파구를 전면 차단하는 조치들이 FTA(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진행되 고 있다. 주로 미국은 선진국, 개도국을 막론하고 전 세계 모든 지역과 FTA를 체결하기 위해 공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미국이 체결하였거나 협상중인 FTA들은 공통적으로 미국내법 혹은 미 국회에 제출되지도 않은 정책을 포함시 켜 TRIPS협정보다 더 강력한 지적재산권 보호를 요구하고 있다(TRIPS plus). (미국과 체결되었거나 협상중인 FTA는 이스라엘, 요르단,칠레,싱가폴,모로코, 호주,남아프리카관세동맹, 중미공동시장, 남미공동시장, 미주자유무역지대, 태 국, 도미니카공화국(타결), 페루, 콜롬비아, 에콰도르, 볼리비아, 바레인, 코 스타리카 등이다. 살펴보면 대륙별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TRIPS보다 강력해진 조항들의 몇가 지 중요한 예만 나열해보자. FTA에서는 1)TRIPS의 20 년이라는 특허 보호기간에 더하여 3~5년의 보호기간을 확대하도록 요구한다. 2)특허 출원후 3~5년간 강제실시를 금지할 뿐만 아니라, 3)강제실시를 할 수 있는 조건을 TRIPS보다 더욱 엄격히 제한한다. 그리고 4)지적재산권에 대한 정 부의 강력한 의무와 다양한 보호, 특허범죄에 대한 민사, 형사상의 처벌 강화 를 요구한다.

즉, 20년이 넘는 기간동안 값싼 약을 공급하기 위한 어떤 방법도 마련할 수 없게 된다. 현재 모잠비크, 짐바브웨, 남아프리카 공화국, 브라질, 태국 등 세계 곳곳에서 특허권으로 인해 값비싼 에이즈 치료 제를 강제실시를 통해 국내에서 생산하여 싸게 공급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 다. 그러나 미국이 협상중인 미주자유무역지대(FTAA)나 남아프리카관세동맹과 의 FTA가 체결된다면, 수백만명의 에이즈환자들은 약을 두고도 죽어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브라질의 ‘에이즈무상프로그램’이나 '호주의약품급여제도 (PBS)'와 같이 국가 내에서 의약품을 더욱 싸게, 혹은 무상으로 공급하기 위 한 기존의 제도를 붕괴시킬 수 있는 효과를 가진다.
각 나라의 사레별로 생각해보자.

[호주] 2004년 2 월에 미국은 호주의약품급여제도를 미-호주FTA 협상 대상에 포함시켰다. 미제 약협회는 가장 싸고 가장 효과적인 의약품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는 호주의약 품급여제도가 신약의 시장진입을 차단하고, 지적재산권을 파괴한다고 주장했 다. 호주 보건장관 토니 애보트는 호주의약품급여제도는 무역이슈가 아니고 협 상의 부분조차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지만, 호주 하워드정부는 미제약협회 의 손을 들어주었다.

[브라질] 브라질 정부는 애보트, 머크, 로슈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세가지 에이즈 치료제가 ‘에 이즈무상프로그램’에 드는 정부 예산 중 63%를 차지하자 40%이상의 약가인하 를 요구했다. 하지만 제약회사가 이를 거부하자 브라질 정부는 강제실시를 통 해 세가지 에이즈치료제를 브라질내에서 생산하거나 다른나라로부터 싼 제네 릭 의약품을 수입하도록 하는 법령을 발표했다(2003.9) 결국 제약회사들은 에 이즈 치료제 가격을 37%이상 인하하기로 합의했다(2004). 브라질 보건성은 2001년에도 로슈사의 에이즈치료제에 대한 강제실시권을 발동하겠다고 발표함 으로써 40%이상 가격을 떨어뜨린 바 있다. 하지만 FTAA(미주자유무역지대협정) 을 체결한다면 강제실시나 병행수입에 대한 브라질의 권리는 모두 소진될 것이 다.

[모잠비크] 2004 년 4월에는 모잠비크 정부가 ‘다국적 특허권자들이 모잠비크 민중이 감당할 수 없는 가격으로 에이즈치료제를 공급하여 약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지 못한 점을 고려하여’ 모잠비크 제약사에게 강제실시권을 부여했다. 그러나 이역시 아프리카와의 FTA가 체결된다면 실효성을 상실할 수 있다.

[중앙아메리카] CAFTA(중미자유무역협정)의 경우 브랜드 의약품이 세계 어느 곳에서 판매승인 되더라도 브랜드 제약사에게 5년간의 정보배타권을 보장해야 한다. 이는 최소 5년에서 최대 몇십년의 배타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다. 만약 A제약사가 미 국시장에 새로운 의약품B를 시판하고 온두라스에는 시판하지 않았을지라도 온 두라스는 5년간 B의약품의 제네릭(카피약)을 승인할 권리가 부정된다. 그리고 5년후 A제약사가 온두라스에 B의약품을 시판한다면 그후 5년간 B의약품에 대 한 정보배타권을 보장해야 한다. 따라서 온두라스는 B의약품의 정보배타권을 A 제약사에게 10년간 보장할 수도 있게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B의약품보다 싼 제네릭(카피약)의 출시는 10년간 지연될 수 있다.

세계의약품 시장에서 가장 큰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미국은 제약자본의 입장을 가장 잘 반영해왔다. 미국은 WTO협상과정에서 지적재산권과 공중보건의 문제에 관하여 가장 비협조적이었고, 미통상법(스페 셜301조)를 이용하여 지속적으로 50여개국의 의약품관련 제도와 정책을 감시하 고 지적재산권을 강화시켜왔다. 더 나아가 미국은 TRIPS(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나 UPOV(식물변종의 보호를 위한 국제협약)같은 기존의 다자주의 협정을 통합정리하고 WIPO(세계지적재산기구)의 새로운 협정과 같은, 미래의 지적재산 권 관련 협정에서 미국의 협상지위를 강화하도록 FTA를 활용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미제약자본과 미보험자본이 각국의 의료시장에서 제한없이 돈을 벌 수 있도록, WTO TRIPS를 이용하는 것보 다 훨씬 더 손쉽게 FTA를 통해 각국의 특허법과 의약품, 의료제도를 미국식으 로 바꾸고 있다. 광범위하고 공세적인 미국의 FTA협상은 그 체결대상국뿐만 아 니라 전 세계 민중의 의약품접근권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이 원 하는대로 FTA가 체결된다면 역사상 가장 강력한 특허권이 제약자본에게 보장되 고 그만큼 우리의 건강권은 제약자본에게 종속될 것이다. 무엇보다 의약품 접 근권을 위한 돌파구가 전면 차단될 것이다. FTA는 약을 눈앞에 두고도 죽어가 는 환자들을 위해 국가수준에서 혹은 사회적으로 책임지는 것 자체를 불가능하 게 만들 수 있다. FTA는 TRIPS보다 훨씬 더 빠르고 깊숙하게 우리의 숨통을 죄 어온다. 의약품 접근권을 파괴하는 FTA를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미호주FTA]
미호주FTA가 5월 18일에 체결되었다. 7월 에 국회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미 국회 통과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주 당원들은 노동 및 환경 규제 완화 등을 이유로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미국 이 농산물시장을 개방한 대신 호주는 제조업과 제약산업을 개방하여 미 제약회 사와 제조업자들은 미호주FTA를 지지하는 반면, 미국의 농민 특히 낙농업자와 호주의 의사와 환자들이 반대하고 있다. 호주의약품급여제도가 미호주FTA에 포 함되어있어 많은 논란을 빚어왔다. 미호주FTA가 발효될시 의약품 비용이 연간 30% 인상될 것으로 추산된다.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
미국은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과테말 라, 온두라스, 니카라구아 5개국과 2003년 1월에 협상을 시작하여 2004년 5월 28일에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을 체결했다. 농업, 지적재산권, 투자부문이 가장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CAFTA하에서 중미의 수백만 소농들은 미국의 쌀, 옥수수, 콩과 경쟁할 수 없을 것이다. 쌀, 콩, 옥수수는 중미의 주요한 농 작물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래 1500만명의 멕시코 옥수수농들은 70% 까지 옥수수가격이 폭락하여 엄청난 어려움에 직면했다. 거대한 미국 농기업 에 의한 옥수수의 덤핑 때문이었다.

미국이 체결한 다른 FTA와 마찬가지로 CAFTA는 최근 몇년간 얻은 의약품접근권에 대한 중요한 승리를 무로 돌리고, 싸고 질좋 은 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한 국가의 능력을 드라마틱하게 감소시킬 것이다. 특 히 중미는 경제적 조건, 국가보장성 수준, 의약품 공급수준이 매우 열악한 반 면 전염병과 HIV/AIDS감염율이 높기 때문에 CAFTA는 수천만명 중미인의 삶과 죽음을 결정할 수 있다.

중미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전염병으로 두 번째로 높은 사망률을 가진다. 전세계적 4000만명의 HIV감염자 중 200만명이상이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 해안에 살고 있다. 중앙아메리카에만 20만명이상의 HIV감염 자가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가장 높은 HIV/AIDS감염율을 가진 라틴아메리 카 6개국 중 4개국이 중앙아메리카에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HIV감염자들이 비 싼 에이즈치료제를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온두라스에서는 2시간마다 1명씩 에이 즈환자가 죽는다. 1500만명의 중미인들이 하루 2달러미만으로 살아가고 있고, 코스타리카를 제외한 국가에서는 인구의 1/5미만이 국민건강보험의 혜택을 받 기 때문이다.

중미국가들이 중미인들에게 의약품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은 비싼 특허약이 아니라 싼 카피약을 공급하는 방법밖에 없다. 카피 약 경쟁을 통해 환자1인당 연간 15000달러에서 140달러로 98%만큼 비용이 감소 된 에이즈치료제의 경우는 중미인들에게 에이즈치료제를 공급할 수 있는 가능 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CAFTA는 카피약의 공급을 효과적으로 금지하는 조치를 담고 있다. 특허권자의 허락없이 제 3자가 특허권을 사용하여 카피약을 생산 할 수 있는 강제실시를 거의 금지하고, 특허권자에게 의약품정보 배타권을 5년 간 보장한다. 뿐만아니라 중미에 특허약이 판매되고 있지 않아도 그 특허약에 대한 정보를 활용하여 카피약을 생산할 수 없게 만들었다. 즉, 특허권자는 중 미에 특허약을 판매하기이전 5년, 중미에 특허약을 판매한후 5년을 합하여 10 년까지 카피약 경쟁을 막을 수 있다. 중미인들에게 10년은 죽음을 기다리는 시 간이 될 것이다.

과테말라 국경없는 의사회에 따르면 CAFTA에 서 명하기전에 과테말라 대통령이 공중보건을 약화시키는 무역협정을 따르지 않겠 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리고 그는 미국의 요구에 따라 2003년에 입법한 법령 Decree 9-2003을 철폐하겠다고 1달전에 공개적으로 밝힌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CAFTA에 서명함으로써 그 법령을 철폐하지 못했다. 그 법령은 카피약의 공급 과 등재를 효과적으로 금지시키는 법이다. 과테말라와 같이 가난한 국가에서 의약품 가격은 국민을 살릴것인지 말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Health GAP의 Asia Russell은 “부시는 치료접근권없이 죽어가는 사람들에 대 한 영향을 대수롭지않게 여기고, 그의 제약사친구를 기분좋게하기위해 무역협 상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세 번째 주요한 문제는 외국인투자자 보호이다. CAFTA는 투자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엄격한 규칙을 세웠으나 그들의 의무 는 거의 없다. CAFTA는 건강, 안전, 복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법을 마련할 수 있는 정부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반대로 그와 같은 정부의 행동에 의 해 투자자는 손해를 봤다며 국제재판소에 그 국가를 소송할 수 있다.

[미태FTA]
부시와 태국의 탁신총리는 2003년 10월 방 콕에서 있었던 APEC정상회담에서 미태FTA를 협상할 의지를 발표했다. 올해 6 월 협상을 시작하여 2005년에 완료할 계획이다. 미태FTA는 동아시아국가들과 FTA를 체결하기위한 부시의 동아시아사업계획(EAI)아래 싱가폴에 이어 두 번 째 FTA이다. 미태FTA는 미싱가폴FTA를 원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산업계는 미태FTA 비즈니스 연합을 만들었다. 그것은 미태FTA를 통해 이득을 보려는 100 여개의 미국 기업으로 구성되었다. 미태FTA비즈니스연합의 역할은 미산업의 이 해가 잘 대변되도록 로비하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산업, 서비스, 농업부문에 대해 미태FTA의 이익에 정보를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관심사항은 지적재 산권, 투자, 서비스부문으로 예상되고, 미태FTA 비즈니스연합의 요구를 수용 할 것이다.

미태FTA는 미국이 체결한 다른 FTA와 마찬가지 로 강제실시를 금지하고, 카피약 생산을 가로막을 것이다. 태국의 에이즈 감염 자는 70만명이고 사망자가 35만명에 이른다(world health authorities.2001). 태국의 사망율은 에이즈 때문에 무려 16%나 증가했다.(1999년 기준) 그러나, 이들 가운데 5% 미만이 에이즈 치료약에 접근할 수 있다. 브라질 인도와 함께 태국은 에이즈 카피약을 생산할 수 있는 개도국 중 하나이다. 동남아시아와 남 아시아에서 HIV에 감염된 560만명의 환자중 오로지 5%만이 HIV치료제를 공급받 고 있는 상황에서 태국의 싼 에이즈카피약은 중요하다. 태국국영제약회사는 초 국적제약사의 에이즈치료제의 한달비용 750달러에 비해 30달러로 생산하여 캄 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아프리카에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미태FTA의 영향 은 더욱 파괴적이다.

[미바레인FTA]
5월 27일 협상을 완료하였다. 미국은 중동 지역에서 이스라엘, 요르단, 모로코에 이어 네번째FTA협상을 마쳤다. 미바레인 FTA는 서비스, 디지털무역을 개방하였고, 지적재산권을 강화시켰다. 미국은 중 동자유무역협정(MEFTA)을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