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경보 10호] 유럽은 금지된 약, 한국은 판매중 - 비만약 시부트라민

[건약의 의약품 적색경보 10]

유럽은 금지된 , 한국은 판매 중- 비만약 시부트라민

 

 
지난 2010년 1월 21일, 유럽식약청(EMEA)는 시부트라민의 사용이 심혈관계 부작용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최종 판단하고, 유럽내 판매정지를 권고, 의약사에게 처방, 조제를 금지하라는 안전성 서한을 발행하였습니다. 이에 우리나라 식약청도 22일 시부트라민 제제의 안전성 검토에 착수했고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처방 조제를 자제하라는 의약품 속보를 발행하였으며, 조만간 안전성에 대한 결론을 발표하겠다고 합니다.

 

 

1) 시부트라민은 얼마나 위험한 약일까?


시부트라민은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의 재흡수를 억제함으로써 뇌속에포만감을 느끼는 중추를 자극하여 밥을 먹지 않아도 포만감을 높여 식사량을 감소시키는 원리를 가진 약물입니다. 이 약물의 혈압상승, 심박수 증가등의 위험성에 관한 논란은 미국에서 FDA가 약을 승인할 당시부터 계속되어 왔습니다. FDA 자료에 따르면 1998년 2월부터 2001년 9월 사이에 시부트라민을 복용하던 환자 약 400명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심장 부작용으로 사망한 19명이 포함되어 있으며 2001년 10월부터 2003년 3월까지 18개월 동안 시부트라민 복용자 중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한 환자 30명이 추가되었습니다. 또한 영국에서 두 명의 사망 사고를 포함하여 영국, 프랑스에서 103건의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된 이후, 유럽식약청은 이 약물의 안전성에 대한 재검토를 진행하였습니다. ‘SCOUT’라고 불리는 시부트라민의 심혈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관련한 임상시험의 결과를 검토한 결과, 시부트라민의 사용이 위약(밀가루약)에 비해 심근경색이나 뇌출혈과 같은 중대하고 비치명적인 심혈관계 부작용을 증가시킨다고 결론 내리고, 판매정지를 권고한 것입니다.
 

2)
그러면 식약청은 지금까지 무엇을 했을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오래 전부터 시부트라민의 심혈관계 부작용에 대해 주목하여왔습니다. 2005년에는 여러 문헌에 따르면 부정맥이나 고혈압이 있는 사람이 시부트라민을 복용하였을 경우, 중대한 부작용이 초래할 수 있다라고 경고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처방전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구입이 가능한 상황이어서 시부트라민 시판후 관리방안이 필요함을 지적하였고, 심혈관계 위험이 있는 환자들에 대한 처방 매뉴얼을 마련할 것도 제안하였습니다. 또한, 2007년 7월에 미국에서는 시부트라민이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엄격히 관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전문의약품으로만 분류되어, 오 남용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점에 대해 식약청에 문제제기를 하였으나, 그로부터 2년이 넘도록 식약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이후 제너릭의약품(최초로 시판된 약물-시부트라민의 경우 애보트사의 리덕틸-과 같은 성분, 함량의 의약품이나, 다른 제약회사에서 생산된 의약품)의 허가를 내주는데만 급급하여 제약회사의 비만시장을 성장시키는데 일조하였을 뿐입니다. 그러다가 유럽식약청이 부작용 조사를 통해 판매정지를 권고하자 이제서야 허겁지겁 안전성 검토에 들어가겠으며,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처방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부작용이 문제되어 온 약물에 대해, 그것도 외국의 식약청에서 임상시험의 검토를 통해 판매 정지를 권고하고, 제약사가 유럽에서는 스스로 판매를 하지 않겠다고 한 약물에 대해 ‘필요한 경우’라는 애매한 말로써 그 책임을 의약사와 환자에게 전가하려는 식약청의 태도는 답답함 그 이상입니다.
 

3)
제약회사와 비만학회의 이상한 논리?

이러한 심각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시부트라민을 판매하는 제약사들과 비만학회는 시부트라민의 허가사항에 이미 심혈관계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 금기로 되어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의견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유럽식약청의 임상시험 결과 검토에 따르면, 유럽의 허가사항에도, 심혈관계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 금기로 되어 있었으나, 실제 많은 경우, 허가사항에 반하여 심혈관 질환 환자들에게 약물이 사용되었고, 치료기간 또한 허가사항에 나온 것(영국의 경우 1년까지만 약물을 사용하도록 허가되어 있다)보다 더 긴 기간 동안 사용되어, 허가사항과 약물의 실제 사용이 다르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지 허가사항에 기재되어있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약물이 안전하게 투약되고 있다는 제약회사와 비만학회의 주장은 너무 순진한 주장이거나 사실을 의도적으로 은폐하려는 목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제약회사들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시부트라민을 시판 금지할 경우, 앞으로 비만 치료에 시부트라민대신 더 위험한 향정신성 비만약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며 그로 인한 관리가 더더욱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다는 어이없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비만치료제를 생산하고 있는 제약회사들 스스로 향정신성 비만약의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고백하는 자가당착적인 주장이며, 국민의 안전을 고려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이윤만을 지키기 위해 국민과 정부를 상대로 협박을 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 국내 시부트라민제제 허가현황

4) 식약청은 이상 뒷북치지 말기를


식약청은 금주내에 전문가들을 소집하여 시부트라민의 안전성에 대한 향후 조치방안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의약품 허가 이후로부터 지속적으로 안전성이 문제가 되어온 시부트라민의 시판은 금지되는 것이 타당합니다. 또한, 식약청은 그동안 건약이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것처럼, 이제는 외국 식약청의 결정을 받아적기만 하는 것에서 벗어나, 스스로 국내의 의약품의 부작용 모니터링에 적극적 나서야 할 것입니다. 지금 시부트라민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유럽식약청의 권고처럼, 그 약물의 필요성’을 불문하고, 빠른 시일내에 의사와 상담하여 복용을 중단하여야 하며, 의사와의 상담 전이라 할지라도 약물복용의 중단을 원한다면 언제든지 중단하여도 됩니다. 건약이 꾸준히 문제제기를 하였듯, 시부트라민을 포함하여 많은 비만약들은 안전성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제는 약물을 통해 쉽고도 효과적으로(?) 체중감량을 할 수 있다는 유혹에서 벗어나, 비만을 해결하는 가장 확실하고도 안전한 방법은 소식과 운동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심각하게 고려해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2010년 1월 28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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