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약의 의약품 적색경보 9호] 금연에 치료제가 필요한가요?

[건약의 의약품 적색경보 9호] 금연에 치료제가 필요한가요?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2009년 9월 23일

2008년 6월“금연, 당신의 의사와 상의하세요”라는 꽤나 공익적으로 보이는 광고가 전파를 탔습니다. 얼핏 보면, 단순한 금연캠페인처럼 보이는 이 광고는 성공적인 금연의 길이 의사와의 상담, 즉 약물 치료로써 가능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광고비를 지불한 곳이 화이자라는 다국적 제약기업으로 그 회사가 금연치료제인 챔픽스(성분명 바레니클린)를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전문의약품인 챔픽스는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약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전문의약품에 대한 광고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비록 제품의 이름을 노출시키지는 않았다고는 해도 이러한 캠페인성 광고가 간접적으로 제약회사의 금연치료제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되었고, 이러한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광고는 TV에서 사라졌습니다.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가 자신의 상품을 알리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약의 경우는 다릅니다. 판매 당사자인 제약회사가 약에 대한 효능 효과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알리려고 하겠지만 부작용 등 위험성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알리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챔픽스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미국 FDA는 2009년 7월 챔픽스(미국명은 챈틱스)의 약물 복용 중 행동변화, 우울한 기분, 호전성, 자살충동을 포함하는 신경정신 계통의 위험을 강조하는 블랙박스 경고를 삽입하도록 했습니다. 2008년 2월에 설명서 상의 경고 조치를 내린 위에 더 강력한 경고를 내린것이죠.

 

1. 챔픽스는 어떤 약일까요?

2006년 5월 미국 FDA에서 승인을 받은 챔픽스는 금연보조제입니다. 금연을 원하는 사람들의 뇌의 니코틴 수용체에 결합하여 일부 니코틴과 유사한 효과를 제공해서 금단 증상을 완화하는 동시에 다시 흡연을 시작해도 담배의 니코틴 효과를 차단해 금단증상과 흡연욕구를 모두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어 화이자의 새로운 블록버스터로써 기대를 모으고 있었지요.

2. 챔픽스, 무엇이 문제인가요?

2007년 12월 EMEA(유럽의약품 평가청)이 자살충동 및 자살시도에 대한 경고 문구를 추가하고 안전성평가에 들어간 이후 2008년 2월에는 미국 FDA도 안전성 레터와 함께 설명서에 자살충동 및 자살시도에 대한 경고 문구를 추가했습니다. 국내에서는 2007년 12월에 당뇨,고혈압,결핵등 합병증을 갖고 있는 61세 남성환자가 1개월간 챔픽스를 복용한 후에 자살한 사례가 보고되어 한국에서도 경고 문구가 추가되었구요. 미국의 의약관련 시민단체인 ISMP의 보고서는 더 나아가 무의식, 발작, 환각 등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운전, 비행, 기계작동 중에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도 추가해야 한다고 FDA에 권고했습니다. 그리고 2009년 7월 미국 FDA는 자살충동 및 자살시도를 포함한 신경 정신과적 부작용에 관해서 가장 강력한 알림 수단인 블랙박스 경고를 지시했습니다.

 

3. 블랙박스 경고(Black Box Warning)란 무엇인가요?

블랙박스 경고(Black Box Warning)는 미국 FDA가 의약품의 부작용을 환자와 의사 약사에게 알리기 위해 내리는 가장 강력한 조치입니다. 심각한 부작용의 우려가 있는 약의 겉포장이나 설명서의 가장 윗부분에 짙은 검은 테두리를 두르고 그 안에 약물의 부작용에 대한 경고문을 표기하는 것인데 도로 표지판의 “사고다발지역” 과 같은 의미라고나 할까요?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미국 사람들은 비록 테두리 안의 내용을 자세히 읽지 않더라도 블랙박스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잘 알기 때문에 약에 대해 신중해진다고 합니다.

 

4.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안전조치를 취했나요?

식약청은 2008년 2월 챔픽스(성분명 바레니클린)에 대한 안전성 서한을 배포하고 화이자 역시 설명서에 위의 내용을 경고란에 삽입했습니다. 그러나 2009년 7월 미국 FDA가 블랙박스 경고로 챔픽스의 부작용 경고를 한층 강화한 이후, 식약청은 그 내용을 안전성 서한을 통해 의사와 약사에게만 배포하는데 그쳤고, 챔픽스의 제품 설명서는 안전성 서한이 배포된지 두달이 지난 지금까지 변화가 없습니다. 또한 환자에게 부작용에 대해서 충분히 숙지하게 하고 주의 깊게 모니터링 해야 한다는 지침역시 제품설명서에는 추가되지 않았지요.

 

5. 금연에 약이 꼭 필요할까요?

챔픽스로 금연의 첫단추를 끼우기는 쉬울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지속성은 어떨까요? 챔픽스 설명서에 나와있는 임상연구 결과에 의하면 챔픽스를 복용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의 1년후의 금연 성공률은 챔픽스 없이 금연한 사람들은 1년 후 10%가 금연을 유지했고 챔픽스를 복용했던 사람들은 22%가 금연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생각만큼 금연 성공률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이미 언급했듯이 심각한 정신신경계 부작용은 여러 국가의 의약품 허가당국이 경고를 하고 있으며, 오심, 수면 장애, 변비, 고창(장 안에 가스가 차서 배가 붓는 병) 및 구토와 같은 부작용은 챔픽스를 복용한 사람의 5% 이상에게서 발생하였습니다.

또한 우려할만한 부분은, 제약회사에서 금연캠페인을 빙자한 간접광고를 통해 금연이 의지로써 교정을 해야하는 나쁜 습관이 아니라, 약을 먹고 치료를 해야하는 질환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약물 복용을 부추긴다는 점입니다.

며칠전 기획재정부는 전문약의 대중광고를 허용하려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복지부의 강력한 반대로 그 뜻을 접은 바 있습니다. 전세계의 대부분 국가가 전문약의 대중광고를 금하고 있는 이유는 소비자에게 그릇된 인식을 갖게 하거나 약물 오남용을 부추길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약에 대해 기대를 갖는 것은 좋지만 환상을 품지 않고 내가 먹는 약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효능 효과뿐 아니라 부작용까지 꼼꼼하게 읽고 약을 선택하세요.

특히나 챔픽스는 약의 선택에 있어 매우 신중을 기해야하는 약이란 사실을 잊지 마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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