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연재/ 약알고먹자] 신세대도 피임약은 ‘옛것이 좋아’

[약알고먹자] 신세대도 피임약은 ‘옛것이 좋아’

 
 
1960년대에 최초로 개발된 피임약은 인류의 위대한 발명 121가지 가운데 하나로 선정될 만큼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먹는 피임약의 개발로 여성들은 임신을 피하거나 조절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 이 때문에 먹는 피임약을 20세기 여성해방을 낳게 했던 세기의 발명품이라고도 한다. 시간만 잘 지켜서 먹는다면 피임 성공률이 약 98%로 높아, 현재 피임약은 전세계적으로 약 1억명의 여성들이 먹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피임약은 2세대와 3세대, 그리고 여기에 속하지 않는 새로운 약들이 있다. 2세대 피임약은 미니보라, 에이리스, 쎄스콘, 트리퀼라 등이고, 3세대는 머시론, 마이보라, 미뉴렛 등이 있다. 신세대 피임약은 야스민, 야즈 등이다. 3세대 피임약은 2세대의 일반적인 부작용인 여드름, 울렁거림 등이 더 적다고 하고, 신세대 피임약은 피부에도 좋고 살도 찌지 않는다고 광고를 한다.

그러나 피임약의 여러 부작용 가운데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바로 정맥혈전증이다. 다른 부작용인 울렁거림, 여드름 등은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지만, 정맥혈전증은 드물지만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3세대 피임약은 2세대에 견줘 정맥혈전 위험이 2배나 높다고 하고, 이런 사실은 미국 식품의약청(FDA)도 이미 인정한 바 있다.

지난해 판매를 시작한 야스민과 야즈의 경우도 논란이 많다. 약에 포함된 황체호르몬 성분이 소변 배출을 돕는 이뇨제와 구조가 굉장히 비슷하기 때문이다. 결국 핏속의 칼륨 농도를 높이게 되는데 이는 심장질환, 근육 약화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한때 여드름에 좋은 피임약이라며 대대적으로 광고를 했던 3세대 피임약 ‘다이안느’는 캐나다, 영국 등에서는 사용 범위가 매우 좁은 것으로 드러나 일반약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들 나라에서는 간에 끼치는 독성이 심해 다른 약을 쓸 수 없으며 호르몬과 관련된 심한 여드름에만 쓰도록 허가받았다.

새로운 약이 더 좋을 수 있지만 무조건 신약일수록 또는 비싼 약일수록 좋은 것은 아니다. 현명하고 안전한 약을 먹는 법은 다음과 같다. 최신 약보다는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된 2세대 피임약 정도를 1차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만약 이 약에서 부작용이 나타난다면 의사 및 약사와 상의해 약을 바꿔야 한다. 또 하나 담배는 정맥혈전증의 위험을 급격히 높이고 35살 이상에서는 더 심해지니 금연은 필수다.

안정민/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회원

 

Shar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