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연재/ 약알고먹자] 숙취해소제와 물 한컵의 차이는?

[약 알고 먹자] 숙취해소제와 물 한컵의 차이는? 

 
술은 사람을 즐겁게도 만들고 슬프게도 한다. 술은 취한 동안에는 인생사의 여러 시름을 잊어버리게 하는 마법과도 같은 식품이다. 하지만 그 마법이 풀리는 다음날, 두통, 구토 등 여러 숙취 증상으로 고생하면 왜 술을 먹었는지 대부분 후회하게 된다. 이때 흔히 찾게 되는 것이 바로 숙취해소제다. 하지만 이 숙취해소제는 얼마나 효과가 있는 것일까?

이 효과를 논하기 위해 술이 몸속에서 분해되는 과정을 살펴보자. 잘 알려져 있다시피 술은 간에서 분해된다. 사람마다 유전적 요인에 따라 그 효소의 양이 다르기 때문에, 하루 동안 분해될 수 있는 술의 양도 다르다고 보면 된다. 정리하면 숙취는 ‘마신 술의 양’과 ‘술 마신 사람의 효소의 양(유전적 요인)’에 따라 좌우된다.

대부분의 숙취해소제에 대한 광고를 보면 알코올 분해효소에 작용하거나 알코올의 배출 속도를 빨리 해준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증명할 만한 임상시험 자료는 거의 없다. 효과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위약(플라세보) 효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숙취해소제를 먹은 것만으로도 술이 깬 것처럼 여기게 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숙취해소 음료 시장의 규모는 2005년 600억원에서 2006년 700억원, 2007년 860억원, 2008년 1000억원으로 점점 커지고 있다.

효과가 거의 없다는 숙취해소제의 시장은 왜 날로 번창을 할까? 이는 아마도 술을 먹은 다음날에 마치 술을 먹지 않은 사람처럼 깔끔하게 출근하는 것이 모범적인 사람이라는 사회인식 때문으로 여겨진다. 이런 인식을 더 심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광고다. 술을 많이 마시고도 망가지지 않거나 주량에서 후배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선배들의 모습 등이 숙취해소제에 의해 가능한 것처럼 묘사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취업 사이트가 대학생 49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술을 먹는 이유가 ‘경제적 이유와 취업 때문에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하여’라고 답한 것이 전체 응답의 60%를 차지했다고 한다. 특히 요즘 같은 불황일 때에는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술을 더 많이 찾는 것 같다. 술을 마시기 위해 숙취해소제를 먹고, 약을 먹었으니 또 술을 마시는 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이것이 내 몸을 더 망치는 지름길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천문호/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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