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연재/약 알고 먹자] 글루코사민이 치료제가 아닌 까닭
대장암을 앓은 적이 있어 약이라면 손사래를 치는 한 환자가 최근에 큰 약통을 들고 와 자랑을 했다. 아들이 미국에서 사온 ‘글루코사민’이라고 했다. 이처럼 관절염에 좋다는 글루코사민은 부모님 선물 가운데 인기 품목으로, 약국에서도 5월이 되면 판매가 크게 늘어난다. 퇴행성 관절염은 40대 이후에서 흔하게 나타나므로 우선 그 대상이 많은데다, 홈쇼핑이나 인터넷쇼핑에서 글루코사민 광고를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글루코사민의 한 해 매출액은 10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약물학 교과서에서는 들어볼 수 없었던 이 쉽지 않은 이름의 약이 어떻게 온 국민이 다 아는 ‘관절영양제’가 될 수 있었을까?
글루코사민은 콘드로이틴과 더불어 연골을 만드는 주요 성분이다. 이를 먹으면 연골 손상의 회복이나 연골 세포의 성장을 촉진시켜 관절염에 좋다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관절염에 대한 글루코사민의 효과는 아직까지 논란이 많다. 의학 연구 결과를 종합해 발표하는 기구인 ‘코크란’은 2005년 글루코사민과 관련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글루코사민을 생산하는 제약회사의 지원을 받은 연구들만 좋은 결과를 나타냈다는 것이었다. 이에 견줘 연구설계가 가장 잘된 연구들만 뽑아 그 결과를 분석했을 때는 글루코사민은 밀가루약(위약)에 비해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미국 정부도 글루코사민에 대한 대규모 임상시험을 실시한 적이 있다. 2006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지원한 대규모 임상연구(GAIT) 결과가 발표됐는데, 그 결과는 역시 밀가루약과 비교해 글루코사민의 효과가 없다는 것이었다. 글루코사민 복용 환자의 64%가 증상이 나아졌다고 했지만 위약을 먹은 환자 또한 60%에서 증상이 나아져 그 차이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동안 광고를 통해 국민 관절영양제로 자리잡은 글루코사민은 이처럼 그 효과에 있어 많은 논란이 있는 셈이다. 글루코사민이 관절염에 뛰어난 효과를 갖고 있었다면, 현재까지의 판매량으로 볼 때, 우리 부모님들은 이미 튼튼한 관절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들은 진통제, 파스, 뜸으로 아픈 관절을 달래고 있고, 제약회사들은 여전히 더 좋은 연구 결과를 만들기 위해 임상시험을 지원하고 있다.
정소원/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