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부시' 재선 확정에 제약株 반등 --약업

기업친화적 기대감 상승장, BT株는 울상

부시 랠리!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조지 W. 부시 現 대통령의 승리가 사실상 확정된 3일 메이저 제약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반등했다.

제약기업 친화型 정치인으로 평가되어 왔던 부시의 승리로 정부의 강력한 약가개입과 캐나다로부터 값싼 의약품의 재수입 등에 대한 우려가 가라앉는 등 내심 민주당 존 케리 후보의 패배를 원했던 제약업계의 희망사항이 실현되었기 때문. 이에 비해 케리 후보는 유세기간 동안 '대통령에 당선되면 대폭적인 약가인하를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었다.

그러나 부시의 승리에 환호하고 있는 제약업계와 달리 같은 날 일부 바이오테크놀로지 기업들의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해 희비가 교차했다.

실제로 이날 캘리포니아州 파울로 알토에 소재한 스템셀社(StemCells)의 주가는 15.09%나 곤두박질쳤으며, 아스트롬 바이오사이언스社(Aastrom)의 주가도 15.83%가 급락한 채 마감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이유는 부시가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연구용도로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는 속내를 내비치는 등 줄곧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스템셀과 아스트롬은 줄기세포 연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기업들. 줄기세포 연구문제는 지난 6월 레이건 前 대통령이 오랜 알쯔하이머와의 투병 끝에 타계한 이후로 핫이슈로 부각됐었다.

민주당은 공화당과 달리 유세기간 내내 줄기세포 연구에 진보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 때문인 듯, 같은 BT株라도 당장은 줄기세포 연구의 허용 유무와 이해관계가 적은 암젠社와 제넨테크社, 바이오젠 IDEC社 등은 최저 5.62%에서 최고 6.47%까지 뛰어올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선거결과와 관련, ABN 앰로 증권社는 '부시의 승리가 제약업계에 안도감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3일 오전 월街에서 화이자社의 주가가 4.01% 뛰어오르는 호조를 보였는가 하면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株도 2.07% 상승했다. 와이어스株와 일라이 릴리株·쉐링푸라우株도 한때 각각 7.4%·5.7% 및 5.3%까지 치솟았다.

'바이옥스'(로페콕시브)의 리콜 이후 약세를 면치 못했던 머크&컴퍼니株마저 3.9%가 올라 상승장에 동승하면서 오랜만에 기재개를 켰다.

14개 메이저 미국 제약기업들의 주가평균치로 산정되는 ASE(American Stock Exchange) 제약지수도 이날 2.7%(8.18포인트) 오른 307.19를 기록했다. ASE 제약지수는 2주 전까지만 하더라도 7.3%가 떨어져 최근 1년래 최대의 하락률을 나타냈었다.

유럽쪽 제약株들도 상황은 매한가지여서 글락소스미스클라인株가 1.45% 상승한 가격에 거래됐으며, 아스트라제네카株와 노바티스株의 경우 각각 2.48% 및 1.46%가 올랐다. 다만 사노피-신데라보株는 블록버스터 항응고제 '플라빅스'(클로피도그렐)의 특허만료 임박에 대한 우려감이 반영된 결과로 1.95% 하락했다.

한편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부시의 승리에도 불구, 제약업계가 R&D 생산성의 부진과 세계 공통의 추세인 약가인하 경향, 제네릭 제형들의 거센 도전 등 여전히 어려운 시기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다며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는 견해를 피력했다.

PNC 어드바이저스 증권社의 루에리 오닐 애널리스트는 '부시의 승리가 분명 단기적으로는 호재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처방약 부문의 침체와 의료보험 본인부담금의 인상, 신약개발의 부진 등의 현안들이 주가에 암운을 드리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코메르쯔방크의 마크 부티 애널리스트는 '약가에 대한 압력, 미국에서 검토되고 있는 외국의 값싼 의약품 재수입, 제약기업들의 취약한 신제품 파이프라인 등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의 문제점'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지금 눈에 띄고 있는 제약株의 상승장은 펀더메틀 개선에 따른 결과가 아니므로 단명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이들의 언급은 어니시즌을 맞아 일제히 공개된 제약기업들의 3/4분기 경영실적이 '수익성 감소'로 요약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록버스터 드럭이었던 '바이옥스'의 리콜이 제약업계의 위기를 다시금 부각시켰는가 하면 두자릿수 성장세를 구가하던 화려한 시절은 지나갔다는 지적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최근의 분위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영국 정부는 3일 의약품 가격을 7% 인하하는 조치를 단행할 것임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 IMS 헬스社가 지난 8월 공개한 글로벌 '톱 13' 제약기업들의 최근 1년간 매출증가율은 8%에 머문 것으로 드러나 저간의 사정을 뒷받침했다. 레만 브라더스社도 '2004~2007년의 세계 제약시장 성장률이 6.5%에 그쳐 1999~2003년 기간 중의 10%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아스트라제네카社의 톰 맥킬롭 회장이 '제약업계가 총체적인 이익감소 국면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던 것 또한 최근의 일이었다.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입력 2004.11.04 07:23 PM, 수정 2004.11.04 07:5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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