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 의약품시대' 도래로 가속화 .. 약업

>주목해서 읽어야할 신문기사임....


>제약기업 블록버스터 의존도 줄어든다


'오늘날 이른바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꼽히는 품목들 가운데서도 상당수는 당초 시장에 발매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매년 수 십억달러에 달하는 매출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지 못했었다.'

올초까지 바이엘 제약사업부의 총괄책임자를 역임한 데이비드 엡스워드 박사가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렸던 제 8차 제약경제학자 학술회의에서 던진 발표내용의 서두이다.

이와 관련, 엡스워드는 바이엘이 발매 중인 블록버스터 칼슘 길항제 '아달라트'(Adalat; 니페디핀)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아달라트'는 지난 2000년도에 12억유로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나, 처음에는 거대품목으로 발돋움할 수 있으리라 예상한 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것.

그러나 회사 내부적으로는 '아달라트'의 잠재력을 간파한 이들이 적지 않았고, 이에 따라 집중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한 결과로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엡스워드는 강조했다.

실제로 '아달라트'는 지난 1975년에 특허보호기간 10년을 보장받은 품목으로 발매되었으나, 지속적인 제형개선과 새로운 적응증 추가 노력에 힘입어 2000년이 되어서야 매출실적이 피크에 도달한 이색품목(?)이다.

그는 또 '이와는 대조적으로 현재 발매 중인 몇몇 품목들은 잠재력에 대한 그릇된 평가와 핵심을 빗나간 마케팅 전략으로 인해 무한한 가능성을 잠재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엡스워드의 지적은 미래의 거대품목을 예상하는 일과 함께 효과적인 육성전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반증하는 내용으로 학술회의 참석자들의 관심을 모았다는 후문이다.

특히 그의 발표내용은 제약업계에서 블록버스터 의약품들의 미래에 대한 논란이 본격화하는 시점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분위기는 현재의 100대 베스트-셀링 의약품들 가운데 절반 정도가 향후 4년 이내에 특허만료시기 직면을 앞두고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제네릭 제품들의 급속한 시장잠식 추세를 감안해 블록버스터 의약품들의 미래를 '불확실성의 시대'로 예측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엡스워드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많은 이익창출을 가능케 하는 것은 사실이나, 특허만료에 임박하면 해당 제약기업은 기존의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M&A 등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며 '향후 제약기업들은 특정품목 의존 경향에서 벗어나 블록버스터 이외의 품목들로부터 성장과 성공의 원동력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이유의 하나로 엡스워드는 '미래에는 동일한 질병을 앓고 있더라도 환자마다 나타내는 특정한 유전자型에 타깃을 둔 이른바 '맞춤 의약품'(personalised medicines) 분야가 각광받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엡스워드는 '맞춤 의약품'의 성공사례로 제넨테크社와 공동으로 인체화(humanised) 모노클로날 항체 '헤르셉틴'(Herceptin; 트라스투즈맵)을 발매 중인 로슈社를 꼽았다. '헤르셉틴'은 'HER2'라는 유전자가 비정상적으로 다량 복제되면서 정상적인 세포증식 과정에 문제가 뒤따르는 유형의 유방암에 사용되는 항암제.

로슈는 현재 환자의 유전자型에 따라 방법을 달리하는 진단용 테스트 기기도 개발 중이다.

이제 '맞춤 의약품'은 비록 타깃으로 하는 환자수가 기존 약물에 비해 적을 수 밖에 없지만, 탁월한 효능을 지니는 만큼 높은 약가를 보장받을 수 있으리라는 맥락에서 바야흐로 미래 제약기업들의 성패를 좌우할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입력 2002.03.05 06:41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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