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드럭 시대서 틈새품목 시대로.. 약업

주목해서 읽어야할 신문기사임....


메이저 제약업계, 뼈를 깎는 구조조정 예고


향후의 신약개발은 틈새질환을 타깃으로 한 치료제들에 무게중심이 두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갈수록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는 메이저 제약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다음은 미국의 한 경제 매거진에 게재된 관련기사를 정리한 것이다.

■ 메이저 제약 vs 틈새 메이커
지난해 225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던 공룡 제약기업 머크&컴퍼니社와 불과 1,120만 달러의 실적을 올렸던 소규모 바이오테크 메이커 메다렉스社(Medarex).

얼핏 비교 자체가 무의미해 보일는지 모를 일이지만, 양사의 미래 전망을 비교해 보자.

머크는 지난해 매출액의 11% 이상을 점유했던 관절염 치료제 '바이옥스'(로페콕시브)를 최근 회수조치했다. 게다가 머크는 가까운 시일 내에 '바이옥스'에 비견할만한 새로운 블록버스터 품목을 내놓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기대를 부풀려 왔던 4개의 신약후보물질들이 잇따라 임상에서 실패로 귀결되기도 했다.

그러면 메다렉스는 상황이 어떠한가?

이 회사는 현재 개발을 진행 중인 진행형 흑색종 백신에 대해 FDA가 지난달 초 승인절차를 6개월 이내에 신속히 진행하는 조기허가 검토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보다 2주 전에는 앞으로 10년 동안 최대 50종의 신약후보물질들에 대한 개발을 진행한다는 내용을 요지로 화이자社와 제휴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13종의 후보물질들은 이미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그 같은 사정을 반영하듯, 지난 9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45달러대에서 형성되었던 머크의 주가는 10월말 현재 31달러 수준을 맴돌고 있다. 반면 메다렉스株는 같은 기간 동안 r.37달러에서 8달러로 2배 가까이 뛰어 올랐다.

여기서 한가지 교훈을 찾아볼 수 있다. 머크와 같은 메이저 제약기업들은 '바이옥스'를 비롯한 블록버스터 드럭을 통해 오늘날과 같은 명성을 쌓아올릴 수 있었다. 블록버스터 드럭은 물론 다빈도 질환을 타깃으로 하고, 수많은 환자들을 투여대상으로 하는 제품들이다.

그러나 최근 장래가 기대되는 유망약물들은 한결 한정된 범위의 환자들에게 타깃을 맞춘 케이스들이다.

■ 뼈를 깎는 구조조정 예고
최근 제약업계에 일고 있는 변화의 조짐은 메이저 제약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악몽에 다름아니다. 콜레스테롤 저하제 '리피토'(아토르바스타틴), 위산 관련질환 치료제 '넥시움'(에스오메프라졸), 항우울제 '졸로푸트'(서트라린) 등의 존재는 제약산업을 가장 수익성 높은 업종의 하나로 발돋움시킨 원동력이었다.

또 이들이 벌어들인 막대한 재원에 힘입어 메이저 제약기업들은 지난해에만 총 320억 달러를 R&D에 투자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40,000여명에 달하는 영업맨 보유가 가능했다.

그러나 한정된 범위로 타깃을 축소한 약물들 위주로 전환되고 있는 현재의 추세는 메이저 제약기업들에게 혹독한(wrenching) 구조조정이 불가피함을 예고하고 있는 대목이다.

예외적인 케이스가 있다면 일찌감치 블록버스터 드럭 개발 위주의 전략에서 변신을 시도했던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社(BMS), 와이어스社, 애보트 래보라토리스社 등을 꼽아볼 수 있을 것이다. 애보트의 경우 이미 지난 2002년 그 동안 치중해 왔던 기존의 13개 질환분야를 면역억제제, 항암제, 항당뇨제, 항바이러스제, 중추신경계 치료제 등 5개 부문으로 축소했다.

BMS와 와이어스, 애보트 등은 그 같은 전략을 통해 리콜에 따른 충격파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바이옥스'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제품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치료해 줄 약물로 개발되어 나왔던 '바이옥스'는 바이엘社의 콜레스테롤 저하제 '바이콜'(세리바스타틴)이나 아메리칸 홈 프로덕트社(現 와이어스)의 체중감소제 '리덕스'(덱스펜플루라민) 등이 그랬던 것처럼 심각한 수준의 부작용 수반이라는 문제에 직면해야 했다.

이로 인해 머크는 잇단 소송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아울러 '바이옥스'의 라이벌 제품을 화이자社마저 유럽에서 '쎄레브렉스'(셀레콕시브)에 대한 안전성 조사를 받아야 할 입장에 처하게 됐다.

■ 패러다임의 급변
블록버스터 드럭은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는 측면 외에도 가까운 미래에 달러박스(cash cows)로서의 지위를 상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유는 줄줄이 특허만료에 직면했거나, 특허보호기간의 종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존 블록버스터 약물들의 50%가 미-투 드럭의 공세에 직면하는 것만으로도메이저 제약기업들에게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라는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베인&컴퍼니 증권社의 프레스턴 헨스케 컨설턴트는 '제약업계에서 블록버스터 비즈니스 모델은 치유가 어려울 정도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제약기업들이 앞으로 블록버스터 드럭을 내놓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가령 화이자는 올해에만 총 76억 달러를 R&D에 쏟아부을 예정으로 있지만, 지난 1998년 이래 새로운 블록버스터 드럭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 FDA로부터 새 항응고제 '엑산타'(자이멜라가트란)의 허가유보를 통보받았던 아스트라제네카社는 지난달 6일 신제품 항당뇨제로 기대를 모아 온 '갈리다'(테사글리타자)의 발매시기를 오는 2007년까지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일까?

과학자들과 제약담당 애널리스트, 그리고 컨설턴트들은 제약업계가 블록버스터 드럭 위주로부터 타깃드럭(targeted drugs) 중심으로 체제를 전환해 나갈 것이라는데 거의 일치된 견해를 내보이고 있다. 따라서 전통적인 제약업계의 강자들은 상당한 타격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데도 이들은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아무래도 블록버스터 모델은 향후 생명력을 유지하기가 지극히 어려워 보인다. 설령 상대적으로 폭넓은 사용이 가능한 약물이라 하더라도 매출규모는 예전에 비하면 적은 편인 것이 뚜렷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이제 제약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R&D와 영업 부문을 슬림화하고, 한정된 타깃에 집중해야 할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지적했던 화이자와 메다렉스의 공격적인 파트너십 구축사례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 특허고갈의 시대
메이저 제약기업들은 여전히 블록버스터 드럭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은 '10대 메이저 제약기업들은 최근 10년 동안 성장의 원동력 중 80% 정도를 블록버스터 드럭의 개발에서 찾았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한해에 8개 이상의 블록버스터 드럭이 실제로 개발되어 나왔기에 그 같은 성장전략이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후로 한해에 개발되어 나오는 새로운 블록버스터 드럭의 숫자는 어느덧 제로에 육박하는 단계가 도래하고 말았다. 더욱이 1990년대의 베스트-셀링 품목들은 속속 특허만료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약의 존재가 부족한 메이저 제약기업들의 현재 상황은 바이오테크 업계와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을 드러내기에 이르렀다.

BCG측은 '최근 제약업계에서 투자한 R&D 비용 가운데 무수한 소규모 바이오테크 메이커들이 지출한 몫은 3%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전체 임상시험 진행건수의 67%를 점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오테크 메이커들은 또 거의 대부분이 이른바 맞춤의약품(personalized drugs)을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BCG측은 덧붙였다.

물론 메이저 제약기업들은 타깃드럭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블록버스터 드럭에 대한 이들의 집착은 여전한 것이 사실이다.

화이자의 학술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데클란 P. 두건 박사는 '맞춤의약품이 대단히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가까운 시일 내에 실제로 맞춤의약품을 내놓지는 못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또 '바이오테크 메이커들도 틈새질환을 겨냥한 R&D에 매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단계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맞춤의약품을 논하기에 때이른 시점은 이미 물건너 갔다. 이미 항암제, 알러지 치료제, 류머티스 관절염 등을 적응증으로 한 타깃 테라피 제품들이 선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메이저 제약기업들이 맞춤의약품 분야에 서둘러 관심을 돌릴수록 그들은 조기에 이노베이션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입력 2004.11.02 07:03 PM, 수정 2004.11.03 09:17 AM

Shar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