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의료 보험 체계 개괄


[글로벌 특집] 급변하는 세계의 의료현장 프랑스편 ①

프랑스 의료보험체계 개괄


국가주도형의 보험제도를 가지고 있는 프랑스의 의료보험체계는 우선 국민 전체가 의료의 혜택 속에 있어야 한다는 기본 전제에서 시작한다. 따라서 프랑스 의료제도의 가장 큰 특징을 손꼽는다면 영국식 국가 관리 의료시스템에 가져다주는 의료의 결핍문제와 미국식 자유주의에서 비롯되는 의료 소외 계층 양산을 모두 없애는 방향으로 짜여져 있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근로소득자, 고용인, 자영업자 등 소득이 있는 자는 소득의 약 30%에 대한 갹출금을 통해 자신의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권리를 획득하며, 저소득층은 소득계층으로부터 조성된 사회보장기금을 바탕으로 사회보조혜택을 얻게 된다.

프랑스 의료는 기본적으로 환자가 치료비를 지불하고, 환자가 정부로부터 보상받는 구조를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정부에서 지원하는 의료보험을 살펴보면, 외래환자들의 경우 처방료를 포함한 진료비의 70%를, 입원 시에는 80%를 국가에서 환급해 준다. 초음파검진 등의 검진에 대해서도 60%를 국가에서 보조해 주고 있다.

특히 항암제 등 대체할 수 없는 필수적인 처방의약품의 경우 100% 환급을 원칙하고 하고 있으며, 흔히 쓰는 치료제의 경우 65%를, 가벼운 증상개선을 위한 보조제에 있어서도 35%를 정부에서 지원한다. 반면 자양강장제 등 필수적이지 않은 의약품에 대해서는 정부의 보조가 전혀 없어,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이밖에 안경 및 보조기 등에 대한 지원 역시 약 65%에 이른다.

이러한 정부부담 외에 사적 부담 분은 국민들이 개별적으로 가입하고 있는 보충적 사보험에서 해결하거나, 근로소득자의 경우 고용주가 추가로 보조하기도 한다. 저소등측을 위한 지원방안으로는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보험(CMU)과 재외국인 및 빈곤계층을 위한 의료보조(AME) 등이 있다. CMU와 AME는 최근 들어 대상 선정이 까다로워지긴 했지만 전액 무료다.

재원확보는 어떻게 하나?

재정은 전적으로 세금에서 나온다. 모든 소득자는 평균적으로 소득의 30% 가량을 세금으로 내는데, 이 가운데 1/5이 사회보장비용에 투여된다. 지난 2002년을 기준으로 사회보장비용은 3,169억 유로(한화 약 460조)에 달하며, 이는 2001년에 비해 5.6% 증가한 것이다. 의료보험에 지출되는 금액은 사회보장을 위한 전체 지출 가운데 약 35%의 비중을 차지하며, 이는 지속적인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2002년의 경우 가족과 노후부분의 지출은 4% 증가한 반면, 의료보험의 지출은 7.2%로 급증했는데, 이는 97년 이후 최고의 증가율이다.

전체 사회보장비의 적자 규모는 2002년에 64억 유로, 2003년에 110억 유로에 이르고 있으며, 10여 년간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며 현재 누적 적자액만 360여억 유로에 달하고 있는데, 이러한 적자의 가장 큰 요인이 의료보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험재정 적자의 가장 큰 이유는 공중보건의료 이용자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는 노령인구와 저소득층, 빈곤층의 지속적 증가가 그 주된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또한 계속 늘어나는 실업률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곧 근로소득자의 반발로 이어져 지난해의 경우 집단파업으로까지 치닫기도 했다.

또한 의료비 급상승의 또다른 주요 요인은 의약품으로, 2002년 약품비가 193억원 유로를 기록, 전체 의료비의 10%를 넘어서게 됐다.

이같은 의료비용의 상승은 프랑스 의료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인 의료현장의 자유로움에서 기인한다. 즉 환자에 의한 자유로운 의사 선택, 처방과 정착의 자유, 보수에 대한 직접적인 협정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실제 프랑스 의사들의 신약의 흡수속도는 전세계에서도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의사들의 처방에서 오리지널품목과 제네릭과의 비율은 거의 9 : 1에 달하고 있다.

희생을 강요당하는 의사

정부 주도의 강력한 사회보장제도는 적지 않은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데, 이는 최근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이 그러하듯이 사회보장제도의 만성적인 적자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도 현재 커다란 갈림길에 서 있다. 만성적인 적자구조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특히 역사적으로 환자 중심의 의료제도의 한계는 의료비용의 증가와 함께 의사들의 희생 또한 강제되고 있다. 프랑스 의료계는 여전히 봉사와 희생이라는 미명 하에 저수가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따라서 환자들의 만족도는 높지만 의사들의 수익에 대한 만족도는 낮은 것이 특징이다.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의 대부분이 국립인 점을 감안하면 의료수가에 대한 저항은 일반의와 전문의로 나뉘어져 있는 개원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의사들의 진료수가는 프랑스의료보험조합(CNAM)과 의사들의 참여하고 있는 여러 조합간 협상에 의해 결정된다. 현재 프랑스에는 의사들을 대표하는 프랑스의사회를 비롯 많은 의사단체들이 있지만 실제 의료보험과 관련된 의사들의 조합은 일반의조합을 비롯 크게 4개로 이뤄져 있다. 일반의조합 외 3개 조합의 경우 일반의·전문의로 다시 이원화돼 있으며, 이들 각 조합은 의료보험조합을 상대로 의료수가에 대한 협상테이블을 열고 매년 수가조정에 들어간다.

하지만 아직까지 프랑스 개원가들의 진료수가는 상대적으로 열악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일반의의 경우 처방료를 포함한 진료비가 20유로이며, 전문의의 경우 23유로에 불과하다. 따라서 적정 수가보전을 위한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며, 심지어 이를 위해 의사들은 ‘장외집회’까지도 불사하고 있다.

의사가 줄어든다

이러한 의료제도 아래에서 프랑스는 최근 미래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의사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지만 실제로 진료를 하는 의사들의 수는 감소 추세에 있다.

현재 프랑스의 의사 수는 대략 20만 명이 넘지만 이 가운데 진료를 하고 있는 의사는 약 11만 명에 불과하다. 더욱이 대학병원의 주당 35시간의 근무를 원칙으로 하며, 갈수록 늘어나는 여자의사들의 평균 근무시간은 고작 20시간에 불과하기 때문에 의료인력의 불균형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더욱이 힘든 일을 기피하는 현상과 노력에 비해 지위의 변화가 거의 없는 직업의 특징으로 인해 학생들의 의대 기피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도 향후 프랑스 정부가 풀어야할 큰 숙제 중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

곽상희 기자 opensky@fromdoctor.com

프랑스 의료제도의 역사와 철학

여인석 (연세의대 의사학과 교수·파리 7대학 박사)

모든 제도는 한 사회가 겪어온 역사적 경험과 그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가 구체화된 것이다. 의료제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의료제도는 그 사회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지금 우리사회에서는 의료제도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것은 기술적 차원의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아니라 의료제도의 토대가 되는 철학적 입장과 가치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입장의 정립을 요구하는 목소리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는 프랑스 사회의 경험을 참고하고자 한다. 그럼 왜 프랑스 의료제도인가?

제도적인 면에서 프랑스가 세계에 자랑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유아교육제도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의료제도이다. 흔히 유럽의 의료제도는 사회주의적 제도라고 뭉뚱그려 이해한다. 하지만 같은 사회주의적 이념에 입각한 의료제도라 하더라도 그것이 유래한 사회의 역사적 조건과 운영방식에 따라 제도의 효율성이나 자국민의 만족도는 크게 다르다. 이러한 차이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영국과 프랑스가 될 것이다.

영국의 의료제도는 영국민이 정부에 대해 가지는 불만 사항에서 1, 2위를 다투는 사안인 반면 자국의 의료에 대한 만족도에서 프랑스는 세계 제일을 자랑한다. 매년 기다림에 지친 많은 영국 환자들이 수술을 받기 위해 프랑스로 건너온다. 영국과 프랑스 모두 소위 사회주의적 이념에 입각한 의료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인데 왜 이런 상반된 결과가 나타나는가? 그리고 사회전체가 사회주의적인 것으로 친다면 자본주의의 발상지 영국보다는 프랑스 사회가 훨씬 더 사회주의적인데 왜 프랑스의 의료제도는 영국의 의료제도보다 더 잘 작동하는 것일까? 영국의료제도의 실패를 단순히 사회주의적 의료제도가 가지는 비효율성의 탓으로 돌리는 일부의 관점에는 뭔가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국가개입은 사회주의이고, 사회주의는 비효율적이란 등식도 성립되지 않는다. 민영화 이후 영국의 철도는 사고가 빈발하고 연착이 관행이 되는 등 서비스 질의 심각한 저하가 일어났다. 반면 프랑스의 국철인 SNCF는 유럽에서 가장 시간을 잘 지키는 철도로 유명하다. 문제는 개입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개입의 방식이다.

이제 프랑스 의료제도의 역사와 그 토대를 이루는 철학을 간단히 살펴보자. 초기 프랑스 의료의 역사에서 인상적인 것은 교회가 수행해온 역할이다. 이러한 사실은 프랑스 도시의 구조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프랑스의 전통적인 도시 중심에는 그 도시의 대표적인 교회가 자리 잡고, 바로 그 옆에 교회에서 운영하는 병원이 위치한다. 병원이라고 하지만 성격상 병들고 가난한 사람을 돌보아주는 구빈원에 가깝다. 기독교적 자선을 베푸는 것은 교회의 중요한 사회적 역할이었다. 가난, 질병, 범죄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항상 사회의 문제였고 거기에 대해 교회는 국가와 함께 많은 책임을 져왔다. 교회는 가난한 이들을 먹여주고, 병자들을 돌보아 주었으며, 길거리에 버려진 아이들을 거두었다.

프랑스 혁명과 함께 프랑스 사회 구조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프랑스 혁명은 왕권과 거기에 결합된 교회의 권력이 세속화된 사건이었다. 이처럼 권력주체의 혁명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화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가난과 질병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전에 교회가 떠맡던 역할을 이제는 세속권력인 국가가 떠맡게 된 것이다. 혁명 이후 교회의 세력이 약화되면서 이전 교회소유의 재산을 넘겨받은 국가는 많은 수도원들을 병원으로 만들었다. 비록 권력의 주체는 세속화되었지만 그 권력이 사회적 책임에 민감하다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었다.

혁명 이후 국민의 보건을 책임지는 법과 제도들이 점차 마련되어 오다가 이차대전 종전 직후인 1945년 종합적인 사회보장제도인 세큐리테 쏘시알(이하 세큐)이 시행된다. 여기에는 질병보험, 노후연금, 산업재해보험, 출산 및 육아보조금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물론 전후 프랑스의 어려운 경제사정 하에서 이와 같은 사회보장제도의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전후의 사회통합을 위해, 그리고 “사회연대”라는 프랑스 사회의 전통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세큐는 시행되었다. 그리고 1946년에 반포된 헌법전문에는 모든 국민의 건강과 휴식, 그리고 여가생활 보장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프랑스 의료제도의 특징은 보건문제에 대한 국가의 역할과 책임의 강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프랑스도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보험재정의 적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제로 현 우파정권 하에서 보험혜택의 일부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연대”라는 가치에 기초한 의료제도의 근간은 집권정파에 관계없이 변함없을 것이다. “사회연대”라는 가치는 특정 정파의 가치가 아니라 프랑스 사회가 오랜 시간을 통해 형성해온, 사회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interview

의료시스템의 중심에 환자가 있다

제랄드 자이거(Gerard Zeiger) 프랑스의사회 부회장(프랑스의사회 파리지부장)

- 프랑스의사회를 소개한다면?

사립기관이지만 프랑스 정부의 허가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현재 프랑스에 등록된 20만 명이 넘는 모든 의사들을 대표하는 단체다. 중앙회와 각 지방지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투표권을 가진 프랑스 의사들이 각 지역마다 대표를 선출하여 중앙회가 구성된다. 중앙회는 24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임기는 6년이며 2년마다 1/3씩 교체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 프랑스는 의사들의 단체가 많다고 들었는데?

전체 의사들을 대표하는 프랑스의사회 외에 여러 조합들이 있다. 조합은 돈을 내고 회원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조직이다. 의사들의 조합 중 4개가 큰 것인데, 이들 조합은 의료보험조합 등 사회보장제도와 규약을 맺고 있다. 일반의 조합을 제외한 각 조합들은 산하에 일반의·전문의 조합을 각각 두고 있다.

- 재정은 어떻게 충당하나?

그리 많지 않은 금액이지만 모든 의사들에게 부과해야 되는 금액이 있으며, 이는 세금형태로 의무적으로 부과된다. 순수 민간기관이지만 모든 의사들이 의사회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모금된 금액 일부는 각 지부로 간다.

- 의사회 내부조직에 대해 소개한다면?

중앙회는 의료사고 등을 연구하는 규약팀, 공중보건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는 공중보건팀, 진료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의료실행팀, 의사 보수교육을 위한 연구팀 등으로 나뉘어져 있고, 이와는 별도의 커뮤니케이션팀 등이 있다. 또한 지난해의 폭염문제, 응급실 문제 등 다양한 사안에 맞는 소연구 그룹와 TFT 등을 운영하고 있다.

-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크게 말해 의사들의 질 관리와 의료사고에 대한 중재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의료보건 자문기구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

구체적으로는 의사면허증과 전문의 자격증을 교부하며, 또한 각 과별 의사들을 위한 정도 관리도 이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의료사고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는 것도 큰 역할이다. 구체적으로 의료사고가 생기면 정부는 우리에게 자문을 구한다. 그러면 우리는 어디까지가 의료책임인가 하는 것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며, 의료사고의 규약개정 등에 대한 건의를 하고 있다.

지난해 폭염으로 인해 많은 노인인구가 사망했는데, 이것도 크게 보면 의료사고의 일부분이다. 프랑스의 병원은 에어컨 시설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사망한 사례도 많았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병원의 에어컨 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는 의견을 제출했고, 이는 받아들여졌다.

- 의사들의 다양한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가?

수익과 직결된 문제에 대해서는 주로 의사들이 가입하고 있는 의사조합과 의료보험조합간의 협상에 의해서 이뤄진다. 우리가 관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만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에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의사들의 처우에 대해서는 항상 신경을 쓰고 있다. 의료가 잘 되려면 의사의 처우가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들의 사회적 명예를 위해서도 의견서를 제출하고 있다.

- 프랑스에서 의사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어떠한가?

아직까지는 굉장히 존경받고, 사회적인 지위가 높다고 평가된다. 특히 지방에서는 아주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대단히 존경받고 있다. 파리의 경우는 직업이 워낙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있어 덜하지만, 여전히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점점 젊은 사람들이 어려운 공부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의사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적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유는 상대적 박탈감이 원인이다. 다른 분야보다 10년 이상 고생해야 하는 어려운 점이 있는데, 의사가 되고 나면 10년, 20년이 지나도 똑같은 의사이기 때문이다.

지금 프랑스에서 의과대학의 인기는 떨어졌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의사의 수가 줄어들게 될 것이고, 이는 의사의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의사들의 수익은 어떻게 되나?

일반의 진료비가 20유로, 전문의가 23유로에 불과하다. 미국이 150불인데 반해 매우 낮은 편이다. 하지만 파리의 경우 일반의는 상담비 등의 명목으로 40유로나 60유로를 받는 경우가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환급을 받기 때문에 환자의 부담은 없는 셈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진료비가 너무 싸다는 측면이 어려움으로 등장한다.

- 의사와 약사간의 관계는 어떠한가?

여기는 전통적으로 의사가 약을 판 적이 없다. 중세 때부터 의사가 처방전을 써주면 약사가 조제를 하는 형태였다. 따라서 약과 관련된 문제는 전혀 없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한국의 KBS 기자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당시 의약분업을 둘러싼 의·약사간의 대립에 대해 듣고 무척 놀랐다. 아마도 한국의 전통의학에서는 의사가 늘 조제를 겸해 왔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가 생각을 했다.

- 타 국가의 의료체계와 비교할 때 프랑스 의료의 장단점은?

프랑스 의료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환자의 자유를 보호한다는 점이다. 의사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자신의 의료서류를 요청하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자유 등 의료시스템의 중심에 환자가 있다. 이 때문에 의사들이 힘든 경우도 많지만 환자중심의 의료제도는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의 단점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다. 의료비가 싸고 이를 정부에서 모든 것을 커버해 주니까 의료이용이 급증하고 있어 정부의 재정부담이 커지는 것이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의료비를 줄이려고 하고, 환자들은 지금 체제를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파리=곽상희 기자 opensky@fromdoctor.com |+ 목록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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