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독]테러와의 전쟁? 제약사 없으면 헛구호! --약업

死藏 위험 감수 대가 인센티브 한목소리

'화이자나 아벤티스 없이 생화학 테러리즘에 대처한다는 것은 마치 록히드·노드롭 없이 전쟁을 치르겠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염불일 뿐이다.'

유수의 제약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로펌 맥케나 롱&앨드리지社의 존 클러리시 변호사가 미국 정부에 좀 더 전폭적인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약기업들에게 보장해 줄 것을 촉구하면서 던진 말의 요지이다.

사장(死藏)될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테러 대비용 신약 및 백신을 개발하는데 목적을 둔 연구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기 위해서는 정부가 보다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약기업들 사이에서 고조되고 있다.

가령 R&D 실패에 수반되는 위험보장, 세금감면, 생화학 테러 대비용도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블록버스터 품목들에 대한 특허연장 등의 대가가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달 부시 대통령이 '생화학 테러법안'에 서명한 이후로 부쩍 눈에 띄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이 법안은 생화학 테러 대비용 신약과 백신의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향후 10년 동안 총 56억 달러의 연구비를 제공하고, 정부가 개발되어 나온 제품들의 구입을 약속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게다가 부통령 후보를 지냈던 조셉 리버먼 상원의원(코네티컷州·민주당)과 오린 해치 상원의원(유타州·공화당)이 다음달 '생화학 테러법안 Ⅱ'를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메이저 제약기업들은 이들 법안에 대한 입장표명을 유보한 채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형편이다. 미국 전염병학회(IDSA)의 로버트 구이도스 정책이사는 '제약기업들은 자칫 자신들이 애국심이 없거나, 국가적인 현안에 무관심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상당수의 군·소 메이커들은 지난 수 년동안 탄저·천연두 등 생화학 테러에 대비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는데 나름대로 진력해 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메이저 제약기업들을 그 같은 노력에 성공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가 하는 것.

클러리시 변호사는 '정부가 메이저 제약기업들의 참여를 원한다면 재정적인 인센티브 제공 이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기업볼륨이 크든 작든 생화학 테러 대비용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은 예기치 못했던 사태가 발발하거나, 환경오염, 부작용 확산 등 상대적으로 많은 위험요인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도 대대적인 인센티브 보장이 선결되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라고 클러리시 변호사는 덧붙였다.

이 때문에 전통적으로 메이저 기업들과 손잡고 R&D를 진행해 왔던 소규모 바이오테크 메이커들조차 생화학 테러 대비용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에 관한 한, 제휴선을 찾는데 갈수록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 클러리시 변호사의 설명이다.

실제로 바이칼社(Vical)의 최고 연구책임자(CSO) 데이비드 카슬로우 박사는 '독자적으로 탄저 백신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분야에서는 머크&컴퍼니社나 아벤티스社 등과 파트너십 관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탄저 백신의 개발만큼은 예외라는 것.

각종 백신을 개발 중인 딘포트 백신社(DnyPort)의 벤 도트리 마케팅 이사는 '작은 회사들로 개발능력은 보유하고 있지만, 문제는 자금'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일각에서는 메이저 제약기업들이 보유한 기존의 블록버스터 품목들에 대해 특허기간을 연장해 주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으리라는 견해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특허연장을 통해 확보된 추가적인 이익을 생화학 테러 대비용 신약개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가령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를 보유한 화이자社가 생화학 테러 대비용 신약이나 백신을 개발하는데 나설 경우 미국 정부가 '비아그라'의 특허보호시한을 연장해 주면 어떨까 하는 식의 논리이다.

게다가 리버먼 의원과 해치 의원도 이미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제안한 바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이들은 군·소 메이커들에 한해 이 조항이 적용되도록 할 것을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리버먼 의원과 해치 의원이 다음달 다시 제출할 법안에 메이저 제약기업들까지 적용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질 것인지 유무는 아직 불확실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입력 2004.08.24 06:14 PM, 수정 2004.08.24 06:19 PM

Shar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