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하원, 약국개설 규제완화案 '안돼' --약업신문


공정거래위 보고서 채택에 제동

올초 영국에서 약국간 경쟁을 더욱 조장하는 내용을 담아 공개된 이래 상당한 논란을 촉발시켰던 보고서에 대해 하원의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에 앞서 영국 공정거래위원회(OFT)는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현행 약국개설 규제기준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약국개설 규제가 철폐되어야 환자들에게 보다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므로 개설을 보다 용이하게 하는 방향으로 관련법규를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던 것.

영국의 현행법은 약국개설을 원하거나, 국가의료보장제도(NHS)에 따라 각종 처방약을 조제하려 할 경우 각 지역 보건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득해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하원 산하 보건특별위원회는 'OFT의 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영세약국들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OFT의 보고서는 중·소약국을 경영하는 대다수 개국약사들로부터 '제도가 변화되면 영세한 약국들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는 강한 반발에 직면해 왔다.

실제로 개국약사들은 규제가 완화될 경우 슈퍼마켓 체인매장 내부에 숍-인-숍 형태의 약국이 다수 들어서게 될 것이고, 이 경우 수많은 영세약국들은 경쟁력을 잃은 채 결국 간판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제기해 왔던 것이 현실이다.

보건특위의 데이비드 힌치리프 위원장은 '중·소약국들이 환자들과의 상담활동(advice)을 통해 NHS의 재정절감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령 동네약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환자들은 약국에서 제공하는 각종 정보와 상담내용들이 자신의 건강유지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NHS를 운용함에 있어 동네약국이 차지하는 역할의 중요성은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힌치리프 위원장은 'OFT 보고서의 권고사항들은 적잖은 약국들의 경영을 위기에 빠뜨릴 소지가 농후하고, 이렇게 되면 장차 많은 환자들이 자신의 거주지에 동네약국이 없어 의약품을 구입해야 할 때 장거리 여행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 같은 상황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시나리오'라며 '보건특위는 OFT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중·소약국 개설약사들의 모임인 영국 약사회(NPA)는 이처럼 하원 보건특위가 약국개설 규제완화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서자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NPA의 대변인은 '우리는 하원 보건특위가 OFT 보고서의 내용상 결함과 약국이 NHS의 운용과 관련하여 수행하고 있는 역할의 중요성을 정확히 인식했다는 점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또 '정부와 국민들에게 현행 약국개설 규제가 완화될 경우 수반될 수 있는 위험성을 주지시키는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보건장관은 OFT의 권고사항과 관련, 이를 약국관련 법규를 개선할 때 반영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아직까지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입력 2003.06.17 08:37 PM, 수정 2003.06.17 11:4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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